[홍찬식 칼럼]조국 교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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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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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식 수석논설위원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진보 진영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가 펴낸 저서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 ‘진보집권 플랜’은 베스트셀러 명단에 올라있고 그를 초청한 강연회에는 청중이 줄을 잇고 있다. 스스로 ‘진보’임을 밝히는 그의 대중적 매력은 잘생긴 외모, 탁월한 언변, 화려한 이력에 그치지 않는다. 사회 현안에 대해 주저하지 않는 분명한 발언은 그가 도대체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진보 진영의 새 아이콘

13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아들의 ‘부정 입학’ 소동은 조 교수 발언의 무게를 널리 확인시켜 준 사건이었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안 대표 아들이 서울대 로스쿨 입시에서 추가 합격했는데 예비합격자 순위 7위인데도 2위까지만 뽑는 추가 합격자 명단에 들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조 교수는 같은 날 오후 1시경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완전한 오보’라며 ‘안 대표 아들은 예비 2순위로 합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안 대표가 미워도 팩트(사실)는 팩트’라며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의 트위터로 상황은 단번에 종료됐다.

하지만 그의 사회적 발언이 늘어날수록 조 교수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일도 같이 일어나고 있다. 안 대표 아들 소동만 해도 그렇다. 서울대 로스쿨 측은 이석현 의원의 의혹 제기가 있자마자 로스쿨 교수들에게 ‘사실이 아니다’라는 메일을 보냈다. 서울대 본부도 같은 날 오후 2시 기자회견을 갖고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할 계획이었다. 조 교수의 트위터는 그 중간에 이뤄진 것이었다.

서울대의 공식 발표가 예정돼 있는데도 조 교수가 먼저 트위터에 올린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서울대 발표에 맡기는 것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그가 나섬으로써 ‘부정 입학’이라는 서울대 차원에서 해결할 일을 조 교수가 앞장서서 ‘교통정리’를 하고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킨 결과가 되고 말았다.

조 교수는 여러 매체와 글을 통해 ‘진보 진영이 2012년 또는 2017년 대선에서 집권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진보 진영의 지식인으로서 진보 정권의 재등장을 간절히 바라는 일은 개인의 정치적 자유에 해당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그의 표현을 보면 좀 지나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모든 시민은 세금을 적게 내고 복지 혜택을 많이 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런 본성도 직시하면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의무급식(조 교수는 무상급식을 의무급식으로 표현했다)은 올해로 끝날 거니까 진보 개혁 진영은 2탄을 준비해야 한다. 의무급식처럼 쉽고 강력한 무엇을 조율해서 지자체 몇 곳에서 동시에 시작했으면 좋겠다.’ ‘정치권력을 잡으면 무엇을 할 것인지 사전에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집권) 초기에 진보를 위한 제도적 말뚝을 박아야 한다. 제도적 말뚝의 수혜로 대중이 진보의 맛을 보게 되면 그 말뚝을 뽑기 어렵다.’

정치교수-비판적 지식인 택일을

장차 젊은 세대에게 큰 부담을 안길 복지 문제를 그렇게 단순하게 접근해도 되는가 하는 의문이 먼저 든다. 그가 정치인으로서 이런 말을 한다면 모르지만 대학교수라면 상황이 다르다. 조 교수는 2004년 총선 때 ‘대학신문’에 기고한 ‘교수와 정치-지켜야 할 금도’라는 글에서 ‘정치교수(폴리페서)’를 비판했다. 2008년 총선 때 서울대의 어느 교수가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한 것에 대해서도 ‘소속 대학에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나무랐다. 진보 집권의 깃발을 들고 나선 듯한 일부 언행은 그가 비판했던 폴리페서 기준에서 얼마나 자유로운 것일까, 일차적으로 학문에 열중해야 할 교수의 본분에 어울리는 처신일까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조 교수가 미래의 현실 정치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야당과 진보 진영에서는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그를 영입하려 하고 있고 진보 진영으로부터도 정계 입문을 권유받고 있다. 본인은 ‘정치 근육’과 ‘야성(野性)’이 부족하다며 정치할 뜻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대중적 흡인력으로 진보뿐 아니라 보수 진영을 바짝 긴장시킬 수 있는 힘을 이미 갖고 있다. 그는 ‘호남 텃밭’에 기대는 민주당 의원들을 ‘왕이 되기를 포기한 영주’라고 매섭게 몰아세우고 진보 진영도 북한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가 ‘후진 진보’라고 표현한 진보 진영이 달라지기 시작하면 보수 진영은 같이 변신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그와 같은 인물이 많아질수록 한국 정치는 큰 틀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의 최근 행보는 좋게 보면 진보와 보수 양쪽에 대한 답답한 심정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조 교수의 현재 위치는 분명 폴리페서 쪽에 근접해 있다. 바로 정치로 나서든지, 아니면 비판적 지식인의 자세로 돌아가든지 선택의 기로에 그는 서 있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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