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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소통]‘2010서울사진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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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소통]‘2010서울사진축제’

동아일보입력 2011-01-25 03:00수정 2011-01-25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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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서울사진축제’ 중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에서 열리는 ‘지상의 서울과 지하의 서울’전은 과거와 현재의 사진을 교차해 서울의 면모를 다각도에서 조명한다. 사진가 한영수 씨가 1950년대 말∼1960년대 초 국수가게를 찍은 사진(왼쪽)과 사진가 이강우 씨가 촬영한 창고형 대형할인점의 풍경(오른쪽)처럼 서울의 어제와 오늘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사진 제공 서울사진축제
전시장에 들어서면 1970년대 초반 허허벌판 같은 서울 강남에 하나둘씩 솟아나는 아파트의 모습이 보인다. 그와 이웃해 60년대 초 하얀 고무신을 가지런히 늘어놓은 신발 가게와 긴 국수 가닥을 말리는 국숫집의 정겨운 풍경도 펼쳐진다. 빛바랜 흑백사진을 보며 잠시 추억에 빠져 있다 눈을 돌리니 거대한 지하 터널, 대형 마트에서 쇼핑을 즐기는 오늘의 모습이 들어온다.

31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과 남서울분관에서 열리는 ‘2010서울사진축제’(총감독 이영준)는 사진이란 역사적 물증을 통해 세월의 흐름을 되짚는 전시다. ‘서울에게 서울을 되돌려주다’란 주제 아래 과거와 현재의 사진을 엮어 서울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진화하고, 우리네 살림살이와 삶의 표정은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이 행사는 서울시가 처음 마련한 사진축제다. 방대한 자료에서 고른 기록사진과 현대 사진가들의 시각을 담은 작품을 교직해 그 시대를 거친 세대뿐 아니라 모든 이가 역사를 공유할 기회를 선사한 점에서 흥미롭다.

두 곳의 전시는 공동체와 개인의 삶을 투시해 우리 시대의 본질을 읽고자 한다. 공공의 풍경을 주목한 경희궁 분관의 경우 ‘지상의 서울과 지하의 서울’이란 제목 아래 땅 위와 땅 속 서울을 다각도로 가로지르는 사진을 선보였다. 남서울분관에서는 개인에 초점을 두고 평범한 이들의 사진을 모은 ‘삶을 기억하라’전을 마련했다. 무료. www.seoulphotography.com

○ 서울의 진화 -‘지상의 서울, 지하의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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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의 ‘삶을 기억하라’전은 평범한 개인들의 앨범 사진을 소재로 우리 삶의 달라진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선택+준비+실천+집념+증거++’ 등 시정 구호를 대문짝하게 내건 서울시청 정문(1969년), 노란색 포니 택시가 도열한 개인택시발대식(1976년), 청계천 봉제공장의 열악한 노동 현장(1973년) 등. ‘지상의 서울과 지하의 서울’전에서는 공무원들이 자료로 촬영한 사진들과 1950년대 말, 60년대 초 서울 풍경을 포착한 사진가 한영수 씨의 작업을 통해 어제의 서울을 소개한다.

역사적 기록을 넘어 숱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진과 함께 사진가 10명의 작품 사진도 힘을 보탠다. 지하도시 서울의 삶을 초현실적으로 표현한 이상엽 씨를 비롯해 구성수 금혜원 김상돈 윤정미 이강우 최원중 씨 등은 우리 발밑에 숨은 서울의 민얼굴을 찾아내 자신만의 스타일로 드러냈다. 다큐멘터리와 작품 사진은 과거에서 오늘을 엿보고, 현재에서 어제를 파악하려는 관객의 눈을 통해 하나의 맥락으로 합쳐진다. 두 작업은 서울이 진화해온 긴 시간의 기억을 더듬어가는 데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장 맞은편으로 세계 유명 사진가의 작품집 등 1000여 권을 열람할 수 있는 ‘사진책 도서관’이 꾸려졌다. 으젠 앗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스티글리츠, 다이앤 아버스 등 해외 사진가들과 강운구 주명덕 구본창 씨 등 국내 작가의 사진집부터 전두환 전 대통령 유럽순방 화보집 까지 사진을 주제로 한 책을 통해 사진의 다층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 생활의 변화-‘삶을 기억하라’

평범한 이들의 앨범사진을 소재로 삼은 ‘삶을 기억하라’전(기획자 송수정)을 보다 보면 왠지 가슴이 먹먹해진다. 낯모르는 이의 인생 파노라마가 담긴 사진 위로 우리네 삶이 겹쳐지기 때문이다. 시골할머니의 안방에 걸린 가족사진 액자, 해방둥이로 태어난 서울토박이의 이씨 가계도, 군 생활을 담은 ‘추억록’의 사진, 은혼식을 맞은 부부가 결혼식을 올린 식장에서 다시 찍은 사진. 모든 내밀한 추억은 “개인의 것이자 우리 모두의 것”임을 일깨운다. 70여 명의 사진을 담은 한 전시실의 바닥에 올더스 헉슬리의 말이 적혀 있다. “모든 이의 기억은 저마다의 문학이다.”

한 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만 300억 장을 헤아리는 이미지 과잉의 시대. 이번 사진축제는 서울의 어제에서 오늘로 이어진 발걸음을 되짚으며, 내 삶의 추억도 함께 헤집어 보게 만든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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