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 여명작전’이후]평범한 석 선장의 비범한 리더십, 그 비결은

  • Array
  • 입력 2011년 1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① 준비된 리더십 전문성 갖춰 침착 대응
② 체험의 리더십 위기 상황 판단력 탁월
③ 희생의 리더십 헌신적 삶 부하에 귀감

21일 이전까지만 해도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청해부대가 21일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 구출작전에 성공하면서 그는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됐다.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 이야기다.

어떤 이는 그를 ‘아덴 만의 영웅’이라고 한다. 그는 악명 높은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위기상황에서 놀라운 리더십을 발휘했다. 선원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그의 지시를 따랐다. 그는 피랍 상황에서 고비마다 기지를 발휘해 해적들을 곤경에 빠뜨렸다. 극도의 위기상황에서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이처럼 ‘비범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 ‘40년 뱃사람, 석해균’

“그는 뼛속 깊이 ‘뱃사람’이었다.”

취재진이 석 선장 지인들과 동료들에게 그에 대한 평가를 물으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대답이다. 리더십 전문가들은 여기에 중요한 단서가 있다고 해석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리더가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빈틈없는 실행기술이 필요하다”며 “실행기술은 위기 이전에 이미 수많은 경험과 훈련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2009년 미국 뉴욕 상공을 날던 항공기가 새 떼에 부딪혀 엔진 2개가 멈췄을 때 기장이었던 체슬리 슐렌버거 3세는 허드슨 강에 착륙해 대형 참사를 막았다. 그가 1만9000시간 이상의 비행경험을 쌓은 베테랑 조종사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중학교 시절 전교 1, 2등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명석했던 석 선장은 해군사관학교에 들어가려다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여의치 않자 1971년 해군 부사관으로 입대했다. 5년 만에 제대한 뒤 ‘선원→3급 항해사→2급 항해사→1급 항해사→선장’에 이르기까지 계속 바다와 인연을 맺어왔다. 40년 세월, 그는 바다와 배를 상대했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계속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영어를 꾸준히 공부했고 책을 사서 엑셀 프로그램을 독학했을 정도다. ‘준비된 리더십’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전문성을 갖췄기 때문에 위기상황에서 침착한 대응이 가능했다. 엔진오일에 물을 타서 배의 속도를 늦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 몸으로 체득한 자수성가형 리더십

정신과 전문의인 최명기 부여다사랑병원 원장은 대형상선 선장이라는 석 선장의 직책에 주목했다. 최 원장은 “리더십에는 학습을 통해 간접적으로 배우는 리더십과 자신이 직접 체험하면서 갖춘 직접적 리더십이 있는데 석 선장의 리더십은 후자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최 원장은 “석 선장은 큰 배를 이끄는 선장으로서 그동안 갖가지 위기상황을 겪었을 터이고 그런 경험들이 위기상황에서 리더십으로 발현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석 선장은 해군에서 5년 동안 복무했기 때문에 전투상황이 결합된 이번 위기상황에서는 리더십을 발휘할 최적의 조건이 조성됐다는 설명이다.

김호 대표는 석 선장이 자수성가로 오늘의 자리에 올랐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역경을 극복한 리더는 최악의 상황에서 판단력이 훨씬 뛰어나다”고 말했다.

○ 자기희생의 리더십

지난해 10월 칠레에서 광산 붕괴사고가 났을 때 33명의 광원은 69일 동안 지하에 갇혀 있었다. 당시 작업반장인 루이스 우르수아 씨는 장기간 이어진 매몰생활에서도 엄격한 규율을 통해 ‘칠레의 기적’을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조 순간, 그는 맨 마지막에 구조되겠다고 자청했다. 자기희생의 리더십이다.

피랍 기간에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은 때로는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석 선장의 지시를 따랐다. 리더의 자기희생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석 선장이 이번 배를 탔던 것 자체가 자기희생의 결과였다. 삼호프리덤호 선장이었던 그는 원래 삼호주얼리호를 탈 차례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삼호주얼리호 키를 맡길 선장이 없다는 회사 측 설명을 듣고 두말없이 응했다. 최명기 원장은 “석 선장이 대인관계에서 헌신 등을 통한 ‘특별한 리더십’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유형의 리더십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세대 경영학과 신동엽 교수는 “보통 리더십이라고 하면 권력자나 최고경영자의 카리스마형 리더십을 떠올리는데 평범한 이들의 자기희생을 통한 리더십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 같은 리더십이 발휘될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종식 기자 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