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제주어 소멸위기 언어’ 등재로 관심

  • Array
  • 입력 2011년 1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제주말, 어떵 지키젠 헴서

제주어(제주도 방언)가 유네스코 지정 ‘소멸 위기 언어’로 등재됐다.

제주도청은 지난해 12월 제주어가 인도의 코로(Koro)어와 함께 유네스코 ‘소멸 위기 언어 레드북’ 홈페이지에 등재됐다고 최근 밝혔다. 소멸 위기 언어로 지정되면 정부는 해당 언어의 보존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고, 유네스코에 관련 기금도 신청할 수 있다.

이번 등재를 추진한 강영봉 제주대 국어문화원장은 “지난해 3월 유네스코의 소멸 위기 언어 담당관이 제주도를 방문해 제주어 연구 현황을 파악하고 학자들도 만나는 등 현장 조사를 했다. 이후 등재를 위한 자료를 보내는 등 서신교환이 이어졌고 지난해 12월 16일 홈페이지에 실렸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제주어는 유네스코의 소멸 위기 언어 5단계 중 4단계인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critically endangered language)로 등재됐다. 1단계는 ‘취약한 언어’, 2단계는 ‘분명한 위기에 처한 언어’, 3단계는 ‘심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이며 마지막 5단계는 ‘소멸한 언어’이다.

유네스코의 소멸 위기 언어 등재 기준은 세대 간의 언어 전승 현황, 화자의 절대 수, 해당 언어에 대한 정부와 기관의 정책, 해당 언어 자료의 양과 질 등 9가지다.

국어문화원은 2008년 국립국어원에 제출한 ‘제주 지역어 생태지수 조사 보고서’에서 “실제 제주 지역어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인구는 날로 줄어들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은 이 조사에서 1년의 순환에 관련된 어휘 86개와 제주 문화 관련 분야별 어휘 90개를 제주도에 거주하는 20대, 40대, 60대 각 100여 명(총 300여 명)에게 제시하고 일상생활에 사용하는지, 뜻을 이해하는지, 단어 자체를 아는지 등을 물었다.

그 결과 20∼60대 각 세대의 90% 이상이 뜻을 알고 일상생활에서도 쓰고 있다고 답한 단어는 ‘실프다’(표준어 ‘싫다’에 해당) 하나뿐이었다. 제주 문화에 관한 말 중에도 ‘어디 감수광’ ‘잘 갑서’ 등 6개에 대해서만 전 세대의 70∼79%가 무슨 뜻인지 알고 일상에서도 사용한다고 답했다. 세대차도 컸다. ‘우영팟’(표준어 ‘터앝’에 해당)은 60대 중 95.8%가 ‘알고 있고 사용한다’고 답했지만 20대의 경우 사용한다고 답한 사람이 한 명도 없고, 단어 자체를 모른다고 답한 비율도 62.5%였다.

제주어는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아래아와 중세 어휘가 상당수 남아 있어 한국어의 원형을 보여주는 언어로 특수성을 인정받는다. 제주도는 이 같은 제주어의 문화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2007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방언에 관한 조례인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를 제정했다. 2009년에는 14년 만에 ‘제주어사전’ 개정증보판이 나왔고, 같은 해 2월에는 1992년 창립됐다 맥이 끊어진 ‘제주방언연구회’가 재창립됐다. 현재 회원 20여 명이 매년 2회씩 연구모임을 갖고 있다.

강 원장은 “지금까지의 제주어 보존 노력을 유네스코에서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도 다른 나라의 사례를 조사하고, 제주어 연구소 설립 등 기존의 보존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등재를 계기로 한국어 방언 전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승철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위기에 처한 것은 경상도, 전라도 방언 등도 마찬가지”라며 “지금까지는 의사소통을 염두에 두고 표준어로 한국어를 통일하는 것이 정부의 국어 정책이었다. 이번 등재를 계기로 한국어의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방언의 가치를 인정하고 보존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