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김희준]신비로운 원소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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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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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준 서울대 화학부 교수
김희준 서울대 화학부 교수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옙스키는 “동물을 사랑하라, 식물을 사랑하라, 모든 것을 사랑하라. 그리하면 모든 것 배후의 섭리를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사랑하려면 대상을 알아야 한다. 동물과 식물에 관해서 알아둘 만한 중요한 원리는 광합성과 호흡으로 요약된다. 동물의 먹이는 궁극적으로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물로부터 만들어낸 탄수화물이다. 동물은 호흡한 산소를 사용해서 탄수화물을 연소시켜 에너지를 얻고 이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식물에 돌려줘 식물이 다시 광합성의 원료로 사용한다.

광합성과 호흡의 배후에는 자연이 화학 원소들을 제각기 개성이 다르게 만들고 이들의 개성 차이를 통해 지구상의 생명 현상을 운영하는 원대한 섭리가 들어있다. 이산화탄소(CO₂)는 탄소(C)와 산소(O)로, 물(H₂O)은 수소(H)와 산소로 이루어진 것을 보면 광합성에 관여하는 원소는 탄소 산소 수소의 세 가지인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몸의 대부분 화합물이 그렇듯이 이산화탄소에서 탄소와 산소는 각각 자기의 전자를 내놓고 그 전자들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결합해 안정한 화합물을 만든다. 물에서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수소와 산소가 결합을 이룬다.

일단 결합을 하면 원소들의 개성 차이가 드러난다. 산소는 탄소나 수소보다 전자에 대한 욕구가 강해 이산화탄소에서는 탄소로부터, 물에서는 수소로부터 전자를 끌어당겨 전자에 대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그에 비해 탄소나 수소는 전자에 대한 욕구가 산소보다 적어 산소에 전자를 내주고도 마음이 편하다.

탄소와 수소 사이에도 약간의 개성 차이가 있다. 석탄을 태울 때 많은 열이 나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탄소가 산소와 결합해 산화하면 안정한 이산화탄소가 된다. 그런데 수소가 산소와 폭발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보면 수소는 탄소보다도 산소에 전자를 더 잘 내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산소 탄소 수소의 개성 차이가 광합성에서 어떻게 발휘되나 살펴보자. 이산화탄소에서 탄소로부터 산소를 떼어 놓아야 나중에 동물이 탄소를 산화시키면서 에너지를 얻을 텐데, 만족한 상태의 산소로부터 탄소를 떼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탄소를 산소로부터 되찾는 길은 탄소보다 매력 있는 수소를 산소와 결합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수소가 지구상에는 많지 않다. 가벼운 수소는 대부분 초기 지구에서 태양계 바깥쪽으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그나마 남아 있는 수소는 거의 모두 산소와 결합해서 물의 일부로 남아 있다. 따라서 광합성에서 해야 할 일은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고, 이 수소를 사용해 산화돼 있는 이산화탄소를 탄수화물로 환원시키는 것이다. 한편 물이 분해될 때 나오는 산소는 동물이 호흡해서 탄수화물을 산화시켜 에너지를 얻는 데 사용된다.

물을 분해하는 데는 태양에너지가 사용된다. 그런데 태양에너지는 137억 년 전 빅뱅 우주에서 만들어진 수소가 헬륨으로 융합되면서 나오는 에너지이다. 그러니까 수소는 태양에너지를 내는 데 사용되고, 그 에너지를 사용해서 물이 수소와 산소로 분해되고, 그 수소를 사용해서 이산화탄소가 탄수화물로 바뀌고, 우리를 포함해서 모든 동물은 탄수화물로부터 에너지를 얻어 살아가는 것이다. 이처럼 수소를 통해 동물과 식물이 에너지 순환을 이루는 것은 자연의 위대한 섭리이다.

나무는 우리에게 탄수화물뿐 아니라 호흡할 산소까지 주었다.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다. 한파 속에 앙상한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한여름의 녹음을 꿈꾼다.

김희준 서울대 화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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