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리민족끼리’ 홈피에 김정일 부자 비방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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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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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행 찬양詩 첫 글자 이으면 ‘김정일 미친× 김정은 개××’

북한의 대남 선전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운영하는 인터넷사이트 ‘우리민족끼리’ 게시판에 각 행의 첫 글자를 조합하는 교묘한 방식으로 김정일 김정은 부자를 비방하는 내용의 시(詩)가 올려져 북한 당국에 비상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6일 대북 단파라디오방송인 자유북한방송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1일 우리민족끼리 홈페이지의 독자마당 게시판에 12행으로 구성된 ‘첫 글자의 진리’라는 제목의 시 한 편이 올라왔다. 이 시는 겉보기에는 김정일 부자를 찬양하는 내용이지만 각 행의 첫 글자만 이으면 ‘김정일 미친 ×, 김정은 개××’라는 욕설이 된다는 것이다. 이 시는 이튿날 오후 10시까지 방치돼 300여 명이 읽은 뒤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이트는 외부인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독자마당 게시판을 개설한 뒤 관리자의 검열을 거친 글만 올려 왔다. 하지만 이 시의 경우 관리자가 단순히 김정일 부자를 찬양하는 내용으로 판단해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자유북한방송은 “이 시를 읽어본 사람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매우 정교하게 잘 쓴 시여서 (비방 글인지를) 전혀 눈치 챌 수 없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시가 삭제된 지 이틀 뒤 베이징(北京) 주재 북한대사관 관계자를 포함해 20여 명으로 구성된 북한 노동당 검열단이 중국 선양(瀋陽)으로 급파돼 우리민족끼리 사이트를 운영하는 ‘조선6·15심양봉사소’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으며, 관련자들은 곧 북한으로 소환돼 처벌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검열단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 동북지구에 파견된 외화벌이 기관 등에 대해 2개월 동안 특별 사상점검을 벌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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