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중계권 이상한 판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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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협상 시한 지났는데도 KBOP, 지상파 3사만 고집 ‘몰아주기용 협상’ 의심 불러

내놓기만 하면 당장에 팔릴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가진 상인이 있다. 이걸 사려고 줄 선 사람도 여럿이다. 상황이 이런데 시세를 알아볼 생각도 없이 제일 먼저 찾아온 손님만 붙들고 흥정하다 물건을 팔아버린다면…. 당연히 고개를 갸우뚱거릴 만한 일이다.

케이블 채널의 ‘킬러 콘텐츠’로 불릴 만큼 막강 경쟁력을 갖춘 프로야구 중계권을 파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마케팅 자회사 KBOP의 중계권 판매가 이와 비슷한 모양새다. KBOP는 “KBS, MBC, SBS와 지상파 및 케이블 채널 중계권을 계약할 것이다. 계약 기간은 4년이고 계약서에 곧 도장을 찍을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중계권료는 연간 180억 원으로 알려졌다.

KBOP는 8월부터 지상파 3사와 중계권 대행사인 에이클라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해 협상을 시작했다. 올 시즌 지상파 중계권을 가졌던 3사와, 케이블 중계권 대행사였던 에이클라의 기득권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지상파와 케이블 중계권을 따로 팔지 않고 한데 묶어 지상파 3사와 에이클라의 경쟁을 유도했다.

KBOP는 3사, 에이클라와 우선협상 기간에 계약을 매듭짓지 못했다. 그런데 KBOP는 중계권을 따고 싶어 하는 다른 케이블 채널 사업자들에게는 협상 테이블을 개방하지 않았다. 이후 에이클라가 경쟁에서 한 발짝 물러섰고 KBOP는 3사와만 협상을 계속했다. 우선협상대상자와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뛰어들기 위해 기다리던 타 케이블 채널 사업자 등이 ‘3사 몰아주기’를 의심하는 대목이다. 3사가 KBOP와 계약하고 나면 케이블 중계권을 에이클라가 넘겨받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업계에서는 주 계약자가 3사인 이상 케이블 중계권도 3사 관련 케이블 채널이 다 차지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추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상파를 등에 업지 못한 케이블 채널이나 곧 형성될 종합편성채널은 향후 몇 년간 프로야구 중계를 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관련해 KBOP 관계자는 “경쟁을 통해 중계권료를 많이 받아야겠지만 아직은 지상파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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