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사람/서울G20 전시 ‘미디어 첨성대’ 제작한 류재하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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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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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와 전통문화 접목… 세계에 한국美알려

류재하 경북대 미술학과 교수가 G20 정상회의 기간 전시했던 LED 작품 ‘미디어 첨성
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류재하 경북대 미술학과 교수가 G20 정상회의 기간 전시했던 LED 작품 ‘미디어 첨성 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24일 오후 3시경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대 미술학과 사무실. 류재하 교수(50)를 만났다. 덥수룩한 머리. 청바지와 셔츠 차림. 아무리 봐도 교수라는 직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말투도 그랬다. “안녕하세요”라는 중저음의 인사말은 영락없는 아저씨 스타일이었다. 류 교수는 얼마 전 끝난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때 뜻하지 않은 유명세를 치렀다. 그의 작품 ‘미디어(Media) 첨성대’가 인기를 얻었기 때문. 지역작가 출신이라는 한계를 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COEX) 동관 로비에 설치됐던 미디어 첨성대는 가로 세로 20cm인 정사각형 발광다이오드(LED) 1350장으로 구성됐다. 높이 6m, 폭 4m로 본래 첨성대 3분의 2 크기. 수천 개의 LED에서는 한자 한글 문창살 천마총 등과 같은 역사이미지 등 다양한 영상을 선보였다. G20 행사는 끝났지만 지금도 하루 수천 명이 사진을 찍을 정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디어 첨성대 구상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소 전통적 미술 소재에 관심이 많았던 류 교수가 경주에 갔을 때다. 당시 인왕동에 서 있던 첨성대를 보고 아름다운 문화재가 가치에 비해 외면 받는 사실이 안쓰러웠다. 그 무렵 서양화 전공이었던 류 교수는 수년 전부터 LED를 소재로 한 미술작품 제작에 관심이 있었다. 야외에서도 돋보일 수 있는 유일한 작품 소재. 사람의 눈으로 가장 또렷하게 인식할 수 있는 재료. ‘작품은 작가의 생각과 마음의 결정체’라는 류 교수의 지론과도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당시만 해도 몇백만 원을 호가하던 LED를 작품에 활용하기는 어려웠다. 류 교수는 “사비를 털어 작품을 만들기란 불가능했다”고 기억했다. 그러던 중 첫 기회가 왔다. 올해 7월 대구 중구 봉산문화거리에 LED를 소재로 한 ‘미디어 스카이 봉산하늘’ 상징조형물을 설치하게 된 것. 회화 조각 영상의 장르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이 작품은 미디어예술이 도시 공간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구가 비용 3억 원을 부담했다. 이어 류 교수의 2호 작품인 미디어 첨성대는 올봄 경기 고양시 일산 킨덱스(KINTEX) 국제LED 행사 때 선보였다. 그때는 돈이 없어 전면만 보여주는 반쪽짜리 신세였다. 당시 G20 관계자들에게 눈에 띄어 수개월간의 작업 끝에 제 모습을 갖추게 됐던 것. 전통문화 예술을 아우르는 복합미디어 작품이라는 찬사를 얻었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은 있다. 지역민들이 미디어 첨성대를 볼 기회는 사실상 없다. 류 교수는 “29일 이후 해체돼 사라질 처지”라며 “수억 원에 달하는 작품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개인이나 단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미디어 첨성대가 경주 첨성대와 같은 공간에 있다면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멋진 풍경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작품 생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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