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원 정신과 의사 전진용 씨의 ‘탈북자와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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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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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식하랬더니 두유 먹고 왔더군요, 자세히 설명해서 오해 없애야죠”

“병 보러(치료하러) 오셨나요? 아이쿠 바쁘시겠네요(고생하시겠네요).”

북한이탈주민(탈북자) 정착 지원시설 하나원에서 3년째 정신과 진료를 하고 있는 공중보건의 전진용 씨(34·사진)는 처음 만나는 환자에게 일부러 북한 말을 섞어 쓴다. 낯선 남한 땅에 와 미래를 걱정하는 탈북자들은 고향 말을 쓰는 전 씨에게 “선생님, 우리말을 어찌 그리 잘하시나요. 여기서 의사질(의사 생활) 많이 하셨군요”라며 닫혔던 마음을 연다고 한다.

전 씨는 “분단 65년 동안 남북한의 언어에도 차이가 커졌기 때문에 탈북자와 대화할 때는 자세하게 설명하고 잘 이해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오해가 없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남한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해도 자존심 때문에 확인하거나 되묻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이고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위장병 환자에게 ‘내시경 검사를 해야 하니 금식하세요. 밥 먹지 마시고 물도 마시면 안 됩니다’라고 설명했는데 내시경 검사를 한 병원에서 ‘환자가 두유를 먹었다’고 불평해 왔어요. 환자에게 물었더니 ‘말하신 대로 밥하고 물은 안 먹었다’고 항변하더군요. ‘금식’이라는 말을 못 알아들은 거죠.”

전 씨는 정신과 의사로는 처음으로 2008년 4월 하나원 내 하나의원에 부임해 현재까지 탈북자 4000여 명을 치료했다. 그는 탈북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이들과 소통을 잘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사회주의 및 독재 체제를 거쳤고 1990년에는 수백만 명이 죽는 극심한 경제난이 있었다는 정도의 지식은 갖고 탈북자들을 대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탈북자들의 독특한 행동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탈북자들이 피부 상처에 치약이나 된장을 바르는 습성은 의료시설이 열악한 북측에서 몸에 밴 생활이다. 공짜로 나눠 주는 물건은 한 번에 많이 챙기려 하고 가끔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인색한 것은 경제난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전 씨는 “하지만 ‘탈북자는 다 그렇다’는 과도한 일반화와 고정관념, 지나친 동정이나 관심 등은 그들의 정착을 더 어렵게 만든다”며 “이웃으로 자연스럽게 대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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