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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집중분석] 소녀시대 커버팀, 커버그룹…, 커버(Cover)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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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집중분석] 소녀시대 커버팀, 커버그룹…, 커버(Cover)현상?

동아일보입력 2010-11-04 21:33수정 2010-11-0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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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문화의 전방위적인 확산…'커버'(COVER) 문화
● 짝퉁이라는 냉소?…결과적으로 세계화의 상징이자 잠재적 경쟁자
"1990년대 초반 'MTV'와 '채널V'라는 괴물이 한국 대중문화 시장을 휩쓸던 시기에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요."

신 한류의 핵심인 케이팝(Kpop)의 인기를 체감할 수 있는 현상 '커버(Cover)문화' 얘기다.

홍콩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음악전문채널이 최신 케이팝을 틀어놓고 누가 가장 비슷하게 따라하는지 콘테스트를 열 정도로 커버 문화가 한류열풍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8월 소녀시대의 일본 쇼케이스 무대가 열린 아리아케 콜로세움 앞에는 소녀시대의 의상을 그대로 따라 입은 일본의 소녀시대 커버그룹들이 진을 치고 진짜 소녀시대를 맞이했다. 올 4월 열린 상하이 콘서트나 10월 타이페이 콘서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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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물론이고 한류가 휩쓰는 동남아 대부분 지역에서는 이들 K팝 '커버그룹'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선망의 대상인 한류그룹을 직접 따라하며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일종의 놀이문화인 셈이다.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SNS) 사이트에서 이 같은 '커버 현상'은 보다 광범위하다. 소녀시대의 뮤직비디오에 자신의 음성만 따로 입힌 유럽소녀의 영상은 물론이고, 패션을 집중적으로 따라하거나 댄스를 모방한 커버그룹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중남미 10개국 K-Pop 경연대회’에 참석한 케이팝 커버그룹의 모습. 노래를 비롯한 문화 전반을 모방하는 것이 바로 커버현상의 핵심이다(연합뉴스)

▶ 커버(Cover)란 단순한 모방의 단계

소녀시대 커버그룹, 카라 커버팀 등 최근 한국에서도 해외 한류열풍 확산의 근거로 이 '커버'라는 단어가 자랑스럽게 인용되곤 한다.

'커버'란 용어가 낯설긴 하지만 이들의 행태를 지켜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한마디로 가수나 그룹을 그대로 따라하는 '열혈 팬'들을 지칭한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과연 커버란 무슨 뜻일까?

영어사전에서 'Cover'를 찾아보면 맨 마지막에 유명가수의 노래를 '리메이크해 부르다'라는 뜻이 나온다. 저작권 개념이 희미하던 시절 진품을 복사해 (레코드·노래의) 커버 버전(cover version)을 만들던 문화가 존재했다. 또 다른 밴드 혹은 가수의 (오래된) 노래를 새롭게 녹음한다는 뜻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비틀스가 대표적인데 세계에는 비틀스를 그대로 모방한 밴드가 적지 않게 활동하고 있고, 이들은 '비틀스 커버 밴드'인 셈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케이팝 커버 문화에도 일정한 지역적 흐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유럽 등 서구 지역의 한류 팬들은 주로 노래를 따라하고, 동남아시아에서는 율동을, 일본의 커버그룹은 패션을 따라해 오히려 코스튬(Costume) 플레이에 가깝다는 게 정설이다. 자신들이 흥미 있어 하는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연마해 말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다.

대중음악 평론가 현현 씨는 이에 대해 "케이팝 가수에 대한 호기심에서 점차적으로 한국의 컨텐츠 전반에 대한 수용으로 확산됐다. 단순히 음악을 벗어나 패션과 메이크업 심지어 정서까지도 수용하겠다는 자세로 바뀐 것이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케이팝 가수를 향해 무슬림 소녀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연합뉴스)

▶ 일본은 코스튬 플레이, 동남아는 댄스 모방, 서구는 노래 따라해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커버 문화가 번성했던 시절이 있다

1980년대 마이클잭슨과 마돈나 등이 세계적인 인기를 모으던 시절 우리 젊은이들도 그들의 패션과 안무를 그대로 따라해 방송에서 재현하는 것이 그렇게 큰 흉이 되지 않았다.

물론 이 같은 커버 현상의 배경에는 스타를 쉽게 만나지 못하는 공간적인 단절감도 존재한다. 우리도 세계적 팝스타들이 옆 나라 일본을 자주 방문하는 것에 시샘을 내던 시절이 분명 존재했다.

한류 붐이 일고 있는 아시아 각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소녀시대 빅뱅 샤이니 등 유명 인기 그룹들의 공연은 적어도 인구 1000만 이상의 대도시에서만 주로 열린다. 스타들이 높은 문화적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커버 문화가 각 지역마다 자생적으로 뿌리를 내렸다는 해석이다.

소녀시대는 얼마 전 기자회견에서 "일본에서 길게 줄지어 계신 팬들을 봤는데 하나 같이 다 우리 무대의상을 코스튬플레이를 하셔서 신기했다"며 "한국어 가사에 안무도 일일이 다 외워서 따라 해주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같은 커버 현상은 한류문화의 핵심 동력이며 나아가 경제적인 효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코트라가 지난달 22~24일 방콕에서 연 `제1회 한류스타 라이센싱 상품박람회`에는 태국 신세대들이 대거 몰렸다. 이 박람회의 관계자는 "K-POP이 신드롬을 일으키며 슈퍼주니어, 2PM, 미스A 등 한국의 아이돌 그룹을 모방한 `커버 댄스팀`이 태국에서 유행처럼 번졌다"며 "자연스레 이들이 한국의 기업, 상품에 호감을 나타내기 때문에 사회, 경제적인 가치까지 창출하고 있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8월 일본에서 열린 걸그룹 '소녀시대'의 쇼케이스에서 일본 팬들이 소녀시대 의상을 따라 입고 소녀시대의 히트곡 '소원을 말해봐'를 부르고 있다.

▶ "커버에서 진화한 아시아 그룹, 한류 위협할 수도…"

물론 커버 문화가 아이돌 그룹의 댄스와 노래에만 집중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커버 현상의 연장선에서 발견되는 또 하나의 주목할만한 점은 동남아시아 대중문화의 한류 동조화 현상이다.

자국 음악 시장이 비교적 탄탄한 태국이나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 발견되는 현상으로 이들의 음악과 뮤직비디오 등은 한국에서 제작되는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태국의 아이돌 그룹들은 일찍부터 한류그룹들을 모방해왔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솔로가수 친(Chin)이나 여성그룹 포 모드(Four Mod) 그랜드(Grand) 등의 인기 아이돌들은 상당부분 케이팝의 품질에 근접했다는 평가까지 얻었다. 필리핀의 경우는 아예 한국 멤버를 집어넣은 포인텐(Poin10)이란 아이돌을 만들어 한류이미지에 편승할 정도다.

한 음반 기획자는 "이미 중국에서도 한류 가수들에 대한 치밀한 연구와 분석이 끝나서 이른 시일 안에 한류를 넘어설만한 문화상품을 내놓을 것이다. 커버현상에 흥분하는 것도 좋지만 조금은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커버 문화'에 대해 한국 문화의 짝퉁이라고 부정적인 시선을 던지거나, 우리를 따라한다는 막연한 자부심을 느끼기보다는 치밀하게 이를 활용하는 전략적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한류기획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아시아를 정복한 소녀시대. 그러나 소녀시대 이후 얼마나 오랫동안 케이팝이 아시아를 지배할 지는 확실치 않다. 경쟁자들의 준비가 시작됐기 때문이다.(SM엔터테인먼트)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 오·감·만·족 O₂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news.donga.com/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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