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평균키 이제 더 안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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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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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남녀 학생 2008∼2009년 0.1cm 줄어들어

2000년 만 17세(고3) 남학생의 평균 키는 173cm였다. 2009년에는 173.8cm로 0.8cm가 늘었다. 하지만 1990년과 2000년 사이에는 3cm가 늘었다. 2000년대 이후 학생들 키가 잘 자라지 않고 있다. 고3 남녀 학생의 평균 키는 2008∼2009년에 오히려 0.1cm씩 줄었다.

일본은 이미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만 17세 일본 학생의 평균 키는 1948년 160.6cm에서 1979년 169.4cm로 10cm 가까이 커졌다. 하지만 지난해(170.8cm)까지 30년 동안에는 1.4cm밖에 크지 않았다. 일본 고3 학생의 10년 전 평균 키는 170.9cm로 오히려 지금보다 0.1cm가 컸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세대적 변화(secular trends)가 거의 정체 단계이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서지영 을지의료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공식 연구가 진행된 적은 없지만 유전학적 한계에 도달했다고 보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한국인은 아시아 인종 중에서 큰 편에 속하기 때문에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본다”며 “이전에는 경제발전 속도에 따라 생활환경이나 식생활이 크게 달라졌지만 이제 그 영향이 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도한 학업스트레스도 키가 크는 데 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성장클리닉’ 원장은 “강남지역에서는 사춘기 때 급성장하지 못해 병원을 찾는 아이가 꽤 있다”며 “공부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데다 수면과 운동도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7일 공개한 ‘2009년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현상은 강남지역 학생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난해 하루에 6시간 이상 자지 못하는 중학생은 전체의 11.5%였다. 고등학생이 되면 이 비율은 42%로 올라간다. 고3 학생은 52.4%가 하루에 6시간도 못 잤다. 일주일에 5일 이상 운동을 한다는 답변은 중학생 9.2%, 고교생 7.4%에 그쳤다.

우유를 매일 먹는다고 대답한 학생은 중학생 33.5%, 고교생 27.9%였다. 그 대신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패스트푸드를 먹는다는 대답은 중학생 56.8%, 고교생 60.2%였다. 자연히 비만 학생이 늘었다. 표준체중의 50%를 초과하는 고도비만 학생 비율은 2006∼2008년 0.8%에서 2009년 1.1%로 올랐다. 전체 평균 비만도도 13.2%로 2008년보다 2%포인트 올랐다.

건강 상태도 전체적으로 나빠졌다. 좌우 한쪽이라도 시력이 0.6 이하인 학생은 46.2%로 10년 전보다 1.2배 늘었고 충치가 있는 학생 비율도 72.7%로 1.3배 늘었다. 평균 충치 개수도 1.4개에서 3.1개로 많아졌다. 코나 목 질환, 피부병도 2∼6배 늘었다.

건강 검진 결과 이상 소견을 보인 학생도 크게 늘었다. 혈압에 문제가 있는 학생은 2006년보다 10배가 늘어 8.1%였고 콜레스테롤 이상 소견 학생도 9배가 늘어난 15%였다. 또 고1 여고생의 16.8%는 빈혈을 앓고 있었다.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초등학생의 9.3%, 중학생의 11.7%, 고등학생의 9.9%는 가출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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