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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집중분석] 동방신기 3인과 SM의 공생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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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집중분석] 동방신기 3인과 SM의 공생 해법은?

동아일보입력 2010-10-19 11:40수정 2011-01-0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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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 멤버 중 3명 \'JYJ\'그룹으로 앨범 발매. 왼쪽부터 시아준수, 믹키유천, 영웅재중. 사진 제공 프레인
지난 14일 삼성경제연구소는 '아이돌 그룹이 이끄는 신(新)한류시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국 아이돌 그룹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된 요인을 크게 셋으로 구분했다.

첫째 다양한 문화를 녹여내는 융합력, 둘째 최고를 키워내는 아이돌 육성시스템, 그리고 셋째 소셜미디어의 확산과 글로벌 '韓네트워크'. 그 중 '최고를 키워내는 아이돌 육성시스템'은 다음과 같이 설명돼 있다.

"한국의 아이돌 그룹은 현재 댄스, 가창력, 퍼포먼스 전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는 수년간의 연습생 기간을 거쳐 노래, 안무, 외국어, 자기관리 등을 철저하게 트레이닝 받는 육성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 독특한 육성시스템은 초기 대형 기획사의 장기적인 투자로 형성되었지만 아이돌 인기에 힘입은 수많은 아이돌 후보 풀(Pool)이 뒷받침되면서 지속될 수 있었다."

이제 일본미디어의 반응을 보자. 일본뉴스포털 제이피뉴스 10월12일자 '신한류! K-POP은 있고 J-POP은 없는 것?'은 일본 주간지 프라이데이 다이너마이트의 10월19일호 기사를 인용보도하며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전했다.

"이 주간지는 '한국 연예계는 할리우드보다 뜨겁다'며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 아이돌 인기원인을 소속사 관리 프로그램에 있다고 보았다. 프라이데이 다이너마이트가 일본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로 꼽은 것은 잔혹할 만큼 긴 연습생 기간과 연습시간이다. 한국 소속사에서는 노래, 댄스는 물론이고 어학까지 1일 12시간 정도 레슨하고, 그 과정이 2~3년에서 7~8년이나 된다고 전했다. 일본 역시, 아이돌 데뷔까지는 치열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 피나는 연습기간을 거치지만 한국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는 것이다."
▶'제2차 한류'의 비결은 장기계약, 그러나 남아 있는 인권 문제

퍼뜩 떠오르는 것이 있을 법하다. 지난해 7월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 맺은 13년 전속계약이 부당하다며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낸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 세 멤버, 믹키유천, 시아준수, 영웅재중의 경우다. 이 가처분신청에 대해 법원은 지난해 10월 "본안 소송 판결이 날 때까지 SM 측은 3명의 독자적인 연예 활동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에 올해 4월 SM엔터테인먼트 측은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3인 멤버는 다시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 청구소송을 내 "계약기간이 데뷔일로부터 13년인데 이는 지나치게 장기간으로 사실상 종신계약에 해당하며 계약해지 때 멤버들이 내야 하는 손해배상금도 너무 많아 부당한 전속계약"이라며 "계약기간을 13년으로 한 전속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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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동방신기 3인의 이 같은 요구는 위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와 프라이데이 다이너마이트 기사 주장에 대치돼버린다.

보고서와 기사 주장에 따르면 애초 동방신기 등 한국 아이돌 그룹이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초장기적 연습생 기간을 거쳐 전문 인력을 만들어내는 한국 연예기획사 특유의 육성시스템 덕이었기 때문이다. 길게는 7~8년에 이르는 연습생 기간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선 당연히 초장기 전속계약이 필수다. 그 정도 투자하고서 몇 개월 안에 실패해버리고 마는 그룹들까지 포함한 기회비용을 따지자면 13년 전속과 같은 계약조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딜레마를 가장 먼저 포착한 것이 '제2차 한류'에 부단한 관심을 쏟고 있는 아사히신문사 계열 시사주간지 아에라다.

제이피뉴스 9월28일자 '日 AVEX, 소녀시대 때문에 동방3인 버렸나'는 일본 굴지 연예기획사 에이벡스가 동방신기 3인에 결별 통보한 상황을 다룬 아에라 기사를 인용하면서, "95년 일본의 쟈니스사무소와 닮은 스타 육성방식을 한국에 처음 도입해 성공시킨 것이 한국 최대의 기획사 SM이고, SM의 성공은 다른 기획사의 '연습생 출신' 아이돌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런 연습생 육성에 많은 돈이 들어가는 시스템에서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장기간 계약이 필수적이라는 게 한국 기획사의 공통된 인식이다. 아에라는 그런 장기 계약 제도에 반기를 든 3인을 에이벡스가 지원한다는 것은, SM은 물론 한국 기획사 전체에 부정적인 인상을 남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면서 "따라서 에이벡스 측은 동방신기 3인이라는 눈앞의 이익을 버림으로써 한국 연예계 전체와 '화해' 메시지를 보내고 훗날 생겨날지 모르는 '제2의 동방신기'를 손에 넣을 가능성을 골랐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마치 그림으로 그린 듯한 딜레마다. 동방신기 3인이 제기한 대로 13년 전속계약이라는 것은 사실상 노예계약에 가까운 것이다. 그러나 그 초장기 전속계약 덕택에 SM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연예기획사들은 어마어마한 투자비용이 들어가는 초장기적 연습생 제도를 도입할 수 있었다. 애초 동방신기부터가 그 수혜자다. 가처분신청을 낸 3인 중 시아준수만 해도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약 6년 간 연습생 기간을 거쳤다.

그런데 이에 이의를 제기해 받아들여진다면 애초 초장기적 연습생 제도 자체가 성립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제2차 한류'의 뿌리가 되는 '전문 인력' 양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결국 충분한 기량을 쌓은 뒤 데뷔해 인기를 얻어오다 전속계약까지도 무효로 만들어낸 동방신기 3인 정도까지만 수혜자가 되고, 이후부턴 해외시장에서 주목받기 힘든 평범한 아이돌들만 넘쳐나게 된다. 한류를 포기한 상태에서 가사상태에 놓인 국내 시장만 바라보고 평범한 아이돌들만 기획되다보면 자연 시장이 축소되고 침체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시장 부흥시키자고, 한류 하나 성공시켜보자고 13년 전속계약 같은 노예계약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동방신기 3인으로 촉발된 한국 연예기획사의 초장기적 전속계약 문제는 이쪽저쪽 모두 꽉 막힌 상태다. 어느 쪽으로 결정을 내리더라도 문제가 크다. 시장을 따지다간 인권이 죽고, 인권만 따지다간 시장이 박살난다. 후발적 현상이긴 하지만, 침체된 시장에서는 그 구성원들 인권이 더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SM엔터테인먼트 김영민 대표, 한세민 이사, 정창환 이사는 '동방신기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스포츠동아 자료사진

▶애초 왜 한국 아이돌 산업은 긴 연습생 기간이 필요했을까

그러나 보다 섬세히 상황을 따져보면 꼭 그렇게 절체절명의 딜레마에 빠진 것만도 아니다. 상황을 오판하고 있었던 부분들이 있다. 이 부분들을 바로잡고 나면 해결책까지는 못 되더라도 최소한의 실마리 정도는 잡을 수 있다.

일단 과연 동방신기 정도 기량을 갖춘 아이돌 그룹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지금처럼 초장기적 연습생 기간이 반드시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해볼 필요가 있다. 동방신기 결성 당시 멤버 믹키유천은 불과 1년5개월가량의 연습생 기간만 거치고도 팀에 합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믹키유천이 훨씬 더 긴 연습기간을 거친 동료들을 제치고 이른 시일 내 데뷔 팀에 합류할 수 있었던 건 그 기본 기량을 이미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2001년 미주가요제에서 대상을 받는 등 이를 입증할 만한 성과들이 많았다. 이 때문에 믹키유천보다 오랜 연습 기간을 감내하던 여러 연습생들이 퇴사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했다지만, 어찌 됐건 믹키유천은 동방신기 데뷔부터 지금까지 '1년5개월짜리'라 해서 기량이 떨어진다거나 다른 멤버들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은 일으키지 않았다. 최근 일본 진출에 성공한 소녀시대도 마찬가지다. 연습생 3년을 거친 태연과 무려 7년3개월의 연습생 생활을 거친 제시카 사이 기량 차이를 파악하기란 어렵다.

결국 '완전 초짜'가 아닌 어느 정도 기본 기량을 갖춘 후보들을 연습생으로 뽑는다면, 길게 7~8년까지도 간다는 초장기적 연습생 기간은 외려 불필요한 투자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불필요한 투자를 줄여나가기 시작하면 13년씩이나 되는 초장기 전속계약 기간 역시 줄여나갈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문제는 그게 말처럼 그렇게 쉽게 될까다. 일단 그 '기본 기량'을 갖췄으면서도 아이돌적인 매력까지 보유한 인력을 과연 얼마만큼 확보할 수 있을까가 관건이다. 오히려 믹키유천 같은 경우를 예외로 봐야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이에 답하기 위해선 애초 왜 한국 아이돌 산업은 지금처럼 긴 연습생 기간을 필요로 했는지부터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은 일본식 아이돌 개념이 먹히기 힘든 시장분위기였다. 가수도 일종의 장인(匠人)이라는 인식이 있어 실력파만 가수로서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물론 지금도 인식 자체는 그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당시는 이 같은 인식이 실제 시장에까지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 이선희, 변진섭, 김건모 등 비주얼은 떨어지더라도 가창력 뛰어난 가수들이 시장을 독점했고, 비주얼로 인기를 얻은 김완선 등 댄스가수들은 시장의 곁가지에 불과했다. 가창력을 키워 발라드 곡 소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대부분 단명하기까지 했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 케이블TV가 각 가정에 보급되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24시간 음악전문채널 등 신종 영상매체가 음악시장을 견인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가수들의 비주얼도 가창력만큼이나, 때로는 가창력 이상으로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서태지와 아이들이 아이돌 그룹에 대한 대중의 고정관념을 깨주는 상황까지 더해져, 미래시장 대세는 단연 '비주얼 뛰어난 아이돌 그룹'으로 정해지는 듯 했다.

그러나 비주얼을 중심으로 기획된 초기 아이돌들은 곧바로 문제를 일으켰다. 실력파를 우대하는 대중 정서에 밀려 푸대접받기 일쑤였고, 각종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당시 큰 인기를 모으던 '비주얼 좋은' 김원준이 가수들의 립싱크 문제와 관련 "가수가 방송에서 라이브를 하는 것은 모험"이라는 발언을 내뱉자, 어마어마한 대중적 분노를 일으켜 이후 히트곡 행진이 끊겼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수만 회장이 이끄는 SM엔터테인먼트의 대표 그룹으로 일본에 진출한 동방신기는 5만석 규모의 도쿄돔을 가득 메우는 정상의 한류 스타로 거듭났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아이돌 전성시대' 인력 풀 충분…장기 연습생 제도가 오히려 비효율적

SM엔터테인먼트가 선두가 돼 만들어낸 연습생 제도는 이 같은 딜레마를 해소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비주얼 면에서 될성부른 소년소녀들을 어린 나이에 모아 미디어 환경 변화에 부응하면서도, 이들을 다년간 연습시켜 뛰어난 전문 인력으로 양성, 까다로운 대중 정서에도 부응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리고 이 전략이 먹혀 들어가 한국 아이돌 산업은 곧 한국 대중음악산업 전체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됐다. 이윽고 아시아 곳곳, 그중에서도 세계2위 시장인 일본시장에까지 침투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현 시점 이 전략은 상당부분 궤도수정을 요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에서도 지적됐듯 "이 독특한 육성시스템은 초기 대형 기획사의 장기적인 투자로 형성되었지만 아이돌 인기에 힘입은 수많은 아이돌 후보 풀(Pool)이 뒷받침되면서 지속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이돌 산업이 대중음악산업 중심이 되고, 한류 효과에 덕에 한국 대중문화산업 전체의 중심으로까지 여겨지는 현 시점이라면, 비주얼 면에서 미디어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기본 기량까지 갖춘 인력 풀이 상당부분 형성돼있다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앞서 제기된 의문, 즉 믹키유천의 경우는 예외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이 된다.

'되는 업계'에 인재가 모인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것도 여타 업계로 진출하려던 인재들까지 모조리 흡수하는 효과를 낸다. 인디 씬으로 가 보컬그룹을 하려했던 인재, 전문 댄서가 되려했던 인재, 그밖에 뮤지컬 배우 등이 되려했던 인재들까지 죄다 빨아들인다. '되는 업계'의 위력이란 이런 것이다. 더구나 음악과 관련된 업계 중 아이돌 산업 외 여타 업계는 지금 침체기에 접어든 상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SM엔터테인먼트 등이 처음 연습생 제도를 실시했던 1990년대 중후반과는 환경이 달라도 한참 다른 셈이다. 당시만 해도 아이돌 산업은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역대 최대의 활황을 맞고 있는 시점이다. 당시는 믹키유천 같은 인재가 드물 수 있었겠지만, 지금 상황과는 비교 자체가 무리다. 따라서 당시와 똑같은, 무모할 정도의 초장기적 연습생 제도를 고집하는 쪽이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다.

KBS 2TV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에 출연 중인 믹키유천(사진 왼쪽)을 보기 위해 몰려든 국내외 관광객들. 사진제공 래몽래인

▶한국의 '실력파' 아이돌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일본 아이돌 시장의 '일부'

의문이 일 수 있다. 이렇게 쉽게 풀릴 일이라면, 어째서 일본시장은 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건가?

상식적으로 아이돌 산업이 '되는 업계'인 건 마찬가지인데다 인구도 우리보다 2.5배 이상 많은 일본이라면 '기본 기량'을 갖추고 비주얼적 매력까지 갖춘 인재 풀이 우리보단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만 골라 단기간 훈련시켜 내보내는 건 현 상황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왜 넋 놓고 한국 아이돌 칭찬만 늘어놓고 있느냐는 것이다.

여기서부턴 한국 아이돌 그룹의 해외 성공이 "잔혹할 만큼 긴 연습생 기간과 연습시간"을 통해 얻어진 "댄스, 가창력, 퍼포먼스 전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에 기인한다는 일본 미디어와 한국 측 분석부터 뒤집을 필요가 있다.

일정 부분 기량과 실력이 밑바탕이 돼야 하는 건 맞지만, 그게 해외시장 성공, 그중에서도 일본시장 성공의 중심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보다는 '시장 방향성'의 차이 탓에 벌어진 현상이라 보는 게 옳다.

일본에도 기본 기량을 갖춘 아이돌 후보군은 많다. 더군다나 일본도 한국처럼 긴 연습생 기간을 두는 경우까지 잦다.

예컨대 일본 남성 아이돌 최대 기획사 쟈니스는 연습생 격으로 '쟈니스 주니어'를, 마찬가지로 여성 아이돌 최대 기획사 UFW의 헬로 프로젝트는 '헬로 키즈'와 '헬로 에그' 등을 갖추고 있다. 특히 헬로 키즈의 경우 그 중 가장 늦게 데뷔한 여성 아이돌 그룹 큐트는 오디션 후 인디즈 싱글이 나오기까지 4년, 정식 데뷔까지 5년이 걸렸다. 그동안 이들은 모닝구 무스메 등 같은 소속사 선배들의 수많은 공연을 따라다니며 백댄서 등으로 활동해왔다. 당연히 그만큼 기본 기량이 철저히 다져진 상태에서 데뷔하게 됐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들에겐 한국 아이돌에 그토록 쉽게 따라붙는 '실력파' 칭호가 좀처럼 부여되질 않는다. 왜일까?

단적으로 말해, '그런 음악'을 하고 있지 않아서다. 한국처럼 일렉트로 힙합, 멜로딕 트랜스 등 성인적인 음악을 들고 나왔다면 이들도 '실력파' '전문 인력' 칭호를 얻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은 좀처럼 자기 기량이 드러나기 어려운 음악, 조잡한 캔디팝, 아동 대상 동요, 유치한 아키하바라풍 애니메이션 주제곡들만 줄곧 불러댔다. 그런 '가벼운 음악'이 헬로 프로젝트 전체의 콘셉트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창력이 뛰어나도 별달리 평가받지 못하고, 발군의 댄스 실력에도 율동 수준 안무 탓에 튀어 보일 수가 없었던 것.

그렇다면 왜 실력이 아깝게 그런 노래들만 시키고 있는 걸까? 앞선 프라이데이 다이너마이트 기사에 그 답이 나와 있다. "일본은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구분을 확실히 구분 짓는 편으로 아이돌에게는 높은 수준의 춤이나 노래실력을 바라지 않는다. 아이돌의 역할은 기쁨 희망을 주는 것으로 '멋있다, 아름답다'보다는 '친근하다,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게 일본 아이돌 시장의 주류적 발상이다. 그러니 연습생 기간이 길고 기본 기량이 좋다 해도 그걸 대중에 피력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쟈니스는 노래나 댄스 실력을 기를 시간에 쟈니스 주니어들을 TV드라마나 영화 등에 내보내 대중적 인지도를 쌓도록 하는 것이고, 그래서 헬로 키즈들의 육성방식은 늘 낭비가 심하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일본에서 아이돌은 음악 자체를 파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부가활동을 통해 쌓인 멤버들 개개인 인지도와 인기도를 총합시켜 일종의 선물세트 식으로 팬들을 향해 음악을 내놓는 격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에 한국 아이돌이 입성했으니 시장충격이 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구분이 희미한 시장이다. 모든 면에서 아이돌적인 콘셉트와 판매루트를 지닌 그룹이 장르성에 충실한 성인적인 음악, 다분히 완성도 높은 음악, 세계대중음악시장 중심인 미국시장 트렌드에 철저히 부합하는 음악을 하고 있으니 눈에 띄게 된다.

일본시장에서 그런 음악은 아티스트들이나 하는 것이고 아이돌은 그저 동요 수준 노래에 맞춰 율동 수준 안무만 해줘도 나름대로 탄탄한 시장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이 구분을 무너뜨려 '아이돌적으로 쉽게 접근하면서도 음악이나 댄스는 아티스트급'이라는 미스매칭으로 다가서니 일종의 시장파괴 개념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 그리고 이 개념이 신종 문화흡수에 열렬한 일본 10~20대 여성층에 어필, '제2차 한류'의 진원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상황을 다시 정리해놓고 보면 직면한 한국 아이돌산업의 문제점들도 술술 풀리게 된다. '실력파 아이돌'을 꾸준히 배출해야 하는 건 기본이지만, 그렇다고 그에 올인해 막대한 투자비용을 요하는 초장기적 연습생 제도까지 고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 아이돌은 어디까지나 남다른 '시장 방향성' 탓에 주목받고 인정받은 것으로, 향후 이 부분만 정확히 고수한다면 꾸준히 한국 아이돌의 파이가 보전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물론 같은 맥락에서 일본 역시 향후 '실력파 아이돌'로 콘셉트를 잡으면 한국의 파이 보전도 어려워질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전개다.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의 성과로 당장 시장가능성 정도는 확인됐지만, 아직 이 같은 '실력파 아이돌'이 시장 주류 개념이 되리라는 전망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0~20대 여성층이 소녀시대, 카라에 열광을 보내고는 있지만 여성 아이돌 시장의 절대수요를 채워주는 남성층은 여전히 쉽고 편안한 AKB48 스타일 여성 아이돌을 선호하고 있다. 남성 아이돌 그룹 역시 동방신기가 일대 붐을 일으키긴 했어도 여전히 TV드라마와 영화 중심으로 인지도를 착실히 쌓은 아라시에는 현저히 미치지 못했다.

결국 한국의 '실력파' 아이돌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 일본 아이돌 시장의 '일부'로, 그 '일부'를 위해 일본 아이돌 산업 전체가 전반적 체질개선을 하는 상황까진 오지 않으리라는 것.

더군다나 일본시장이 이 틈새를 채우기 위해 따로 '실력파' 육성시스템이나 레이블을 관리한다 하더라도, 산업 전체가 '실력파 아이돌'에 올인하고 있는 한국과 일부만 시도하는 일본이 상대가 될 리 없다.

▶지금은 관성적 발상을 버리고 변화를 꾀해야할 시점

다시 동방신기 얘기로 돌아가 보자. 시아준수, 믹키유천, 영웅재중 등이 새롭게 결성한 그룹 JYJ는 첫 앨범 '더 비기닝'이 첫 주문 물량 52만 장을 기록하는 등 화제를 뿌렸다. 그러나 앞으로가 험난하다.

SM엔터테인먼트 측은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에 JYJ 멤버 3인과 이들의 새 기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 간 체결된 전속계약의 효력정지 가처분 및 '더 비기닝'의 발매금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멤버들의 개별 활동은 일정 부분 인정하지만, 전속계약에 대한 본안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별도의 회사(씨제스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고 음반을 발매한다는 것은 지난해 10월 내려진 가처분 결정 취지에 위반되는 행위"라는 게 SM엔터테인먼트 측 입장이다.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회도 지난 11일부터 지상파3사와 케이블TV, 음원유통사 등에 JYJ의 활동 규제를 요청했다. SM엔터테인먼트와 소송 중인 JYJ가 새 매니지먼트사와 계약해 음반을 내는 것이 연예계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대중 차원에서도 JYJ는 소위 '이미지'를 많이 버렸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조직폭력단과 관계있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부터다. 거기다 에이벡스 측이 내건 결별 사유도 같은 건이었으니 더더욱 그렇다. 돈 때문에 도덕성을 져버린 멤버들이라는 인식이 파다하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로 좋아지기 힘들다.

산업이 변혁될 때 나오는 진통, 소음이란 대개 이런 식이다. 서로 물고 물어뜯기며 상처를 입히고 상처 받는 과정이 몇 번이고 반복되고 난 후에야 산업은 조금씩 자기 자리를 찾아가게 된다.

팬들의 관심이야 물론 동방신기 3인의 향후 행보에 쏠려있겠지만, 정작 산업적 측면에서 이 같은 갈등상황이 제시하는 논점은 전혀 다르다. 13년짜리 초장기 전속계약이라는 문제가 제대로 해소되지 않는 한 이 같은 상황은 몇 번이고 반복될 수 있다. 이번 상황이 SM엔터테인먼트 측에 유리한 전개로 이어지더라도 그렇다. 팬덤의 반발, 각종 인권단체의 반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회문제화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제시했듯 대부분의 결론은 다 섰다. 지금은 관성적 발상을 버리고 변화를 꾀해야할 시점이 맞다.

어쩌면 SM엔터테인먼트 측도 이 같은 부분을 이미 깨닫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보는 게 더 설득력 있다. 연습생 제도의 축소, '실력'보다는 '콘셉트'에 방점이 찍히는 한류 상황 등도 이미 검토를 마쳤고, 서서히 시스템 개혁과 체질개선을 향해 준비를 마쳐가고 있을 수도 있다. 다만 동방신기 3인의 '처리' 문제만 남겨두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모쪼록 동방신기 3인과 SM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한국 아이돌 산업 전체의 윈윈을 기대하는 바다. 물론 이것도 한국 대중문화산업이 거쳐 갈 역사의 한 페이지에 불과할 수도 있다. 동방신기 3인 사건을 통해 한 페이지가 넘어가고, 다음 페이지를 맞이하는 시점을 목격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대중문화산업 발전에 있어 분수령 격 사건의 주역 정도로 역할을 마치기에, 동방신기 3인의 기대역할은 아직 많을 수 있다. 완전무결한 해피엔딩이 이뤄지진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공생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이제 막 '제2차 한류'를 맞이한 한국 대중문화산업 흐름의 순방향이라 판단한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fletch@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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