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사망]경호팀 황 씨 발견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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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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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서 반신욕 중 두팔 벌린채 호흡 멈춰

“똑똑, 안 나오십니까.”

10일 오전 9시 반,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87)가 평상시와 달리 2층 거실 원탁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자 신변보호팀 직원은 불안한 마음으로 침실 문을 두 차례 두드렸다. 인기척이 없자 이 직원은 비상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황 전 비서는 평소 방문을 잠그고 지내왔다. 직원이 침실 내부로 연결된 서재를 지나 들어선 화장실에는 황 전 비서가 허리까지 물에 잠긴 채 욕조에 앉아 숨져 있었다. 물 온도는 30도가량으로 아직 식기 전이었다. 황 전 비서의 몸도 여전히 따뜻했지만 호흡은 멈춰 있었다. 이날 현장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황 전 비서가 두 팔을 벌린 채 욕조 안에 앉아 있었다”며 “40kg대로 알려진 몸은 몹시 마른 상태였다”고 전했다.

황 전 비서는 매일 오전 5시부터 2시간 동안 해오던 반신욕을 하다 숨진 것으로 보인다. 황 전 비서는 사망 전날인 9일 오후까지 정상적으로 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뒤 신변보호팀 직원과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누고 잠든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황 전 비서의 서울 강남구 논현1동 안가(安家)에는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파견된 5명의 신변보호팀이 3교대로 상시 근무를 서고 있었다. 황 전 비서가 특급 경호를 받으며 살던 집은 2층 단독주택으로 3m가 넘는 담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담벼락 위로도 굵은 철창살과 철조망이 설치돼 외부 침입을 전면 차단하고 2개의 조명등이 비상시 집 주변을 밝히도록 대비돼 있다. 침실이 있는 2층은 차양막과 불투명 방탄유리 등으로 가렸다. 경찰이 직접적인 경호 책임을 맡았지만 대외활동 등은 국가정보원 등 유관기관들이 관여했다. 황 전 비서가 올 3월 미국을 다녀온 뒤에는 암살 위험이 높아지자 국무총리보다 높은 수준의 경호를 받았고, 북한 암살 공작조가 검거된 이후에는 경비가 더욱 삼엄해졌다.

한편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마친 황 전 비서의 시신은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졌다. 장례는 북한인권단체 등 민간 중심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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