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농촌을 바꾼다]<4>충남 공주시 신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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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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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같은 문화수업… 시골 꼬마들 “빙고!”

19일 충남 공주시 효포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대학생 선생님과 함께 책을 읽으며 게임을 하고 있다. 공주=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19일 충남 공주시 효포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대학생 선생님과 함께 책을 읽으며 게임을 하고 있다. 공주=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헤이(Hey), 효포∼” “왓츠 업!(What's up)” 작게 불렀는데도 재잘거리던 아이들이 금세 집중한다. 지난 열흘간 늘 이렇게 불렀더니 이젠 대학생 선생님들도 아이들을 대하는 게 익숙하다. 19일 충남 공주시 신기동 효포초등학교 도서관에서는 ‘대학생 농촌문활-문화배달부’에 참가한 대학생들의 마지막 수업이 이뤄졌다.

‘대학생 문화배달부’ 진행,색다른 커리큘럼에 대만족

“오늘은 빙고 게임을 할 거예요. 가장 먼저 세 줄을 완성하는 팀이 이기는데, 문제의 답은 다 책 속에 있어요.”

대학생 김수진 씨(21)가 커다란 빙고판을 보여준다. 문화유산, 우주, 세계, 공룡, 역사인물, 환경, 예술 등의 낱말 25개가 적혀 있다. 3∼6학년 16명은 네 팀으로 나눠 게임을 시작했다.

빙고의 칸은 책을 이용해야만 메울 수 있었다. ‘문화유산’의 경우 “공주시에 있는 백제 문화재 3가지를 찾아봅시다”가 문제로 나왔다. 아이들은 책장으로 달려가 책 ‘아! 그렇구나 우리역사(백제편)’를 가져왔다. 금방 무령왕릉과 공산성(公山城), 무덤 속에 놓아두는 신상인 진묘수(鎭墓獸)란 답이 나왔다. 대학생 선생님은 ‘문화유산’ 칸에 시원하게 ‘×’표를 그렸다.

때로는 선생님이 설명도 곁들였다. 아이들은 “‘딸랑딸랑’처럼 소리를 표현한 게 의성어고, ‘껑충껑충’처럼 움직임을 표현한 게 의태어”란 설명을 듣고 시집 속의 표현을 이용해 문장을 만들었다. “동생을 불렀는데 고개만 끄덕끄덕합니다.” 송은혜 양(10)이 문장을 만들었다. “잘했어!”란 칭찬에 수줍어하던 송 양은 “선생님들이 쉽게 설명해주고 틀려도 부끄럽지 않게 잘 보듬어준다”고 말했다.

“책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역사 코너에서 ‘깨돌이와 발바리의 세계문화유산답사’ 책을 들여다보며 ‘문화유산’ 분야의 ‘어떤 산이 폭발해 폼페이 도시가 멸망했는가’를 찾던 이상균 군(10)은 책을 뒤지느라 얼굴이 새빨개졌다. 눈을 책장에서 뗄 줄 모르던 이 군은 “베수비오산!”을 외쳤다. 답을 확인하자 “이야!”란 환호성이 나온다.

대학생 선생님들은 지난 9박 10일간 문장 이어 동화 만들기, 시장 가서 경제적으로 장보기, 월남쌈 만들어 먹으며 베트남 문화 알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슬비 양(12)은 이번에 월남쌈을 처음 먹어봤다. 이 양은 “선생님들이 매일 새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해줘 특별한 방학을 보냈다”며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 수업은 다 같이 둘러앉아 케이크에 촛불을 끄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학교 선생님들은 이들의 활동상을 올리는 문화배달부 홈페이지(www.ccmessenger.org)에 대한 관심이 컸다. 전왕희 교감선생님은 “홈페이지에서 우리 아이들 모습을 보니 흐뭇했다. 열심히 하는 대학생들을 보니 처음 교단에 섰을 때의 감정이 떠올랐다. 아이들이 형 누나들에게 많이 배우고 느낀 것 같아 고맙다”고 전했다.

공주=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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