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가 쌍방향 소통수단이라고?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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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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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사의 일방통행 ‘홍보 확성기’

《“인천공항이 팔렸다는 얘기 아세요? 일본의 ANA 항공사에 팔렸대요. 이럴 수가. 그런데 뉴스에는 왜 보도가 안 되는 거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이트 ‘트위터’에 가수 김C(39)가 6일 오후 올린 글이다. 이틀 뒤 그는 다시 “지인의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건데 RT(리트윗)를 안 하고 내가 글을 써서 경솔한 상황이 됐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쓴 건데 일단 놀라게 한 점 죄송하다”는 글을 올렸다.》
리트윗(retweet)은 타인의 글을 자신의 팔로어(follower·운영자의 글을 받아보길 원하는 가입자)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것을 뜻한다. 25일 오후 7시 기준으로 김C의 트위터 팔로어는 4만4728명. 트위터에서 팔로어는 운영자가 쓰는 모든 글을 자신의 트위터 홈페이지에서 즉시 확인하는 가입자다. 김C는 사과의 글 말미에 “그래도 계속 주시는 하자”는 문장을 덧붙여 자신을 따르는 수만명 팔로어에게 모호한 의미의 여운을 남겼다.

24일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의 결별을 발표한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연아 선수(20)는 25일 오전 트위터를 통해 오서 코치에게 “거짓말 그만하라”는 글을 남겼다. 오서 코치는 24일 국내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연아의 어머니가 나를 그만두게 했으며 e메일에 대한 답신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김 선수의 항변은 24만1373명의 트위터 팔로어를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4만여 명의 팔로어를 가진 김C와 24만여 명이 팔로하는 김 선수가 트위터에서 팔로잉 대상으로 선택한 가입자는 25일 현재 각각 5명, 7명이다. 짤막한 글 한마디 한마디를 통해 수많은 트위터 가입자들에게 커다란 파급력을 행사하는 두 사람이 트위터에서 타인으로부터 얻는 정보는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수만 대 1’에 이르는 이 비율은 ‘쌍방향 직접 소통’을 내세운 트위터가 실제로는 일방향의 정보 전달 도구로 쓰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 팔로어-팔로잉 대상 ‘불균형’

트위터가 홈페이지 오른쪽 메뉴를 통해 ‘추천 팔로잉 대상’으로 내세우는 유명인 중 한 명인 미국 TV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56) 역시 ‘팔로어와 팔로잉 대상’ 간의 심한 불균형을 보여준다. 25일 윈프리 트위터의 팔로어는 408만5488명. 반면 그가 팔로잉하는 대상은 19명에 불과하다. 트위터에는 그가 진행하는 ‘오프라 윈프리 쇼’ 계정이 따로 있다. 개인 트위터로 설정된 페이지에 올려진 글은 대개 오프라 윈프리 쇼의 공식 홈페이지로 누리꾼을 유도하는 내용이다. 트위터 측은 ‘실제로 윈프리 자신이 트위터를 관리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는 의미로 페이지 오른쪽 맨 위에 ‘verified account(확인된 계정)’라는 표지를 띄운다. 하지만 실제로 윈프리가 스마트폰을 두드리며 메시지를 손수 올리고 있는지, 아니면 전화를 대신 받는 그의 매니저가 트위터까지 관리하는지 팔로어가 확인할 길은 없다.

137만여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도 팔로잉하는 대상은 57명이다. 2009년 CNN과 팔로어 수 경쟁을 벌여 화제를 모았던 영화배우 애슈턴 커처의 팔로어는 559만6954명이지만 팔로잉 대상은 596명이다. 국내 기자 김주하(11만7952명, 6명), 가수 이하늘(3만970명, 78명), 영화배우 박중훈 씨(6만3068명, 102명) 등도 마찬가지다.

아이폰과 트위터 전도사를 자처하며 8만6000여 명의 팔로어를 가진 기업인 이찬진 씨(45)는 “유명인에게 모든 팔로어를 팔로잉하라는 것은 모든 팬레터에 답장을 쓰라는 얘기와 같다. 박중훈 씨 정도면 ‘맹렬 트위터 사용자’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수십만 명의 팔로어를 가진 유명인이 겨우 대여섯 명의 팔로잉 대상만 가졌다면 모양새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타인의 글에도 약간은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 검증되지 않은 정보 확산

대중은 유명인과 트위터를 통해 직접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적잖은 유명인의 트위터는 사실 일방향의 정보 전달 도구가 되고 있다. 이런 양상은 검증되지 않은 정보의 확산으로 인한 부작용을 낳는다.

7월 초 개그맨 김미화 씨는 트위터를 통해 “KBS 내부에 출연금지 문건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출연이 안 된답니다”라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KBS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김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가수 이하늘 씨는 최근 트위터에 “거지같은 (SBS) 인기가요. 누구를 위한 무대인가. ‘강심장’을 안 하면 자기네 방송에 출연 안 시켜 주신단다”는 글을 올렸다. ‘가요순위 프로그램에 출연하려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는 것. 이 씨는 제작진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SBS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e메일이나 블로그와 달리 단문으로 소통하는 트위터에서는 누구나 발언의 책임감보다는 가벼운 잡담 같은 감각적 표현에 더 신경 쓰기 마련”이라며 “진위 검증이 되지 않은 정보가 꽃가루처럼 퍼지게 됐지만 그 콘텐츠에 대한 판단을 도울 장치는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스마트폰·소셜 미디어에 대학가 스터디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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