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 타자 변신 성공시대…타자 → 투수는 왜 잘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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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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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이승엽 등 부상으로 공 대신 방망이 잡아 “잘 던지는 선수가 공도 잘 쳐” 180도 인생전환
강한 어깨-팔꿈치, 튼튼한 하체 만들기 힘들어, 타자 →투수 →타자 →투수 오간 김광삼 이례적 ‘안착’

연속 경기 홈런 세계기록(9경기)을 세운 롯데 이대호,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의 중심 타자 추신수, ‘국민 타자’로 불렸던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의 이승엽.

이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들이다. 세 선수 모두 투수로 프로에 입문해 타자로 성공을 거뒀다는 공통점이 있다. 순간의 선택으로 운명이 180도 달라진 것. 반면 타자로 입단해 투수로 성공한 사례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왜 그럴까?

○ 투수 출신 타자 전성시대

경남고 시절 촉망 받는 투수였던 이대호는 2001년 롯데 입단 당시 계약금으로 2억1000만 원을 받았다. 타자 유망주였던 한화 김태균(현 일본 롯데)보다 5000만 원이나 더 받았다. 하지만 불의의 어깨 부상으로 곧바로 타자로 전향했다. 청룡기 고교대회에서 우수 투수상을 받았던 이승엽 역시 왼손 투수로 삼성에 입단했다. 팔꿈치가 아파 재활을 하는 동안 우연히 방망이를 잡았다가 타자로 성장했다. 추신수도 시애틀 입단과 함께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받아들였다.

이뿐 아니다. 2001년 보스턴에 투수로 입단했던 채태인은 2007년 삼성 복귀와 함께 공 대신 방망이를 잡았고 현재 중심 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넥센 장기영 역시 투수였다가 타자로 변신한 뒤 잘나가고 있다. 가히 투수 출신 타자 전성시대라고 할 만하다.

○ 에이스 투수=중심 타자



투수에서 타자로의 전향이 상대적으로 쉬운 이유는 고교 때까지 대부분 선수들이 투수와 타자를 겸하기 때문이다. 특히 에이스급 투수는 대개 3, 4번을 친다. 던지는 감각이 좋은 선수가 때리기도 잘하는 것이다.

이대호나 이승엽처럼 일찍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선수들은 적응이 더욱 빠르다. 늦깎이로 타자 변신에 성공한 채태인이나 장기영은 다소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봉중근(LG)이나 송진우(전 한화) 등은 아마추어 시절 투타 모두 천부적인 소질을 보였으나 투수에 집중해 성공한 경우다.

○ 공만 빠르다고 투수가 아니다

타자의 투수 변신이 힘든 것은 투수의 몸을 만드는 게 상대적으로 더 힘들기 때문이다. 순간적인 파워를 내야 하는 타자들은 대개 상체가 우람하다. 반면 투수는 상체보다 하체가 중요하다. 달리기가 투수들의 주요 훈련인 것도 그런 이유다. 하지만 하체를 키우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또 한 경기에 90∼100개의 공을 전력으로 던질 수 있는 강한 어깨와 팔꿈치를 만들어야 한다. 제구력도 키워야 하고 직구 외에 다양한 변화구도 익혀야 한다.

2005년 올스타전 이벤트로 열린 스피드킹 선발대회에서 시속 152km를 기록한 LG 3루수 정성훈은 “고등학교 때 어깨가 좋다는 이유로 투수를 해 보려 했는데 마운드 위는 정말 다른 세상이더라. 며칠 연습을 한 뒤 끙끙 앓아누웠다”고 말했다. 강한 어깨로 유명했던 심재학도 LG 시절 투수 변신을 시도했다가 1999년 3승 3패에 그친 채 타자로 되돌아갔다.

○ 그래도 예외는 있다

타자에서 투수로 변신해 성공한 선수로는 권준헌(전 현대, 한화)을 꼽을 수 있다. 1995년 3할 타자였던 내야수 권준헌은 볼 끝이 무척 좋았다. 당시 1루수였던 이숭용은 “원 바운드인 줄 알았던 공이 쭉 살아와 팔뚝을 때린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10년간 타자로 뛰었던 그는 2000년부터 투수로 변신해 다시 근 10년간 뛰었다. 2003년 강타자 송지만과 트레이드됐고 2004년 한화에선 17세이브를 거뒀다. 강한 어깨를 가진 포수에서 투수로 변신한 사례도 있다. 넥센 황두성, 한화 이동현, 상무 임준혁 등이 모두 포수 출신이다.

18일 데뷔 12년 만에 완봉승을 거둔 LG 김광삼은 투수와 타자를 오락가락한 특수한 경우다. 1999년 입단 당시 타자였던 그는 곧바로 투수로 전향했고, 팔꿈치 부상으로 2007년 타자로 바꿨다가 다시 올 시즌 투수로 돌아왔다. 그는 “투수냐 타자냐보다 더욱 중요한 건 해내겠다는 절실함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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