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8·15 경축사]‘양극화 갈등’ 위험수위로 인식… 상생-패자부활 화두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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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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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키워드 ‘공정한 사회’] 공정한 사회는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되 결과에 책임지는 사회입니다. 개인의 자유, 개성, 근면, 창의를 장려합니다. 패자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승자가 독식하지 않습니다. 큰 기업과 작은 기업이 상생하고 서민과 약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습니다. 공정한 사회야말로 선진화의 윤리적 실천적 인프라입니다.
광화문 현판 제막 및 제65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열린 15일 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를 걸어 광화문을 향해 가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광화문 현판 제막 및 제65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열린 15일 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를 걸어 광화문을 향해 가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공정(公正)한 사회’는 올 8·15 광복절 경축사의 주제어인 동시에 이명박 정부가 집권 하반기의 브랜드로 삼을 국정 철학이다.

이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이명박=공정한 사회의 초석을 다졌다’는 유산을 남기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축사에서 이 표현이 7번 반복해 쓰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15일 경축사 발표 후 가진 설명회에서 “공정한 사회란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믿기 시작한)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이 가능한) 사회”라고 말했다.

○ 기회는 공평하게, 결과는 책임지고

‘공정한 사회’란 키워드는 양극화가 부른 사회적 갈등을 더 방치할 순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잉태됐다. 사회적 강자와 약자가 경쟁하는 ‘게임의 룰’이 그동안 공정하지 못한 측면이 있고, 이런 일에 개입해 선진적 제도를 만드는 것이 정부의 몫이라는 인식은 올여름 이후 이 대통령의 수차례 발언을 통해 확인되곤 했다. 재래시장, 서민지역 어린이집, 중소기업이 밀집한 공단, 젊은이들이 모인 간담회장에서 이 대통령에게 전달된 절절한 사연은 이런 구상의 밑거름이 됐다.

이 대통령은 경축사를 통해 공정한 사회의 한 단면을 그려 보였다. “패자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넘어진 사람은 다시 일어서고, 승자가 독식하지 않고, 서민과 약자가 불이익 당하지 않는 사회”라는 것이었다. “영원한 패자도 없고, 영원한 승자도 없다”라는 문구가 이 대통령의 주문으로 들어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연설문 독회(讀會) 과정에서 “나처럼 밑바닥에서 위로 올라오는 청년들이 나올 수 없다면 미래가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 참모는 소개했다.

이 대통령의 연설문에는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결과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대목도 등장한다. 강제적 분배가 절대 아니며, 노력하지 않았을 때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임 실장 역시 “행정력을 동원해 앞서가는 것을 끌어내린다고 생각하면 (이 대통령의) 철학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 교육 주택 공정거래 정책이 1차 대상

임 실장이 부연 설명한 경축사의 의미대로라면 이명박 정부는 어린 학생들의 교육기회 확대와 창의적 중소기업의 활로 모색에 1차적으로 나설 것으로 판단된다. 임 실장은 “부모가 가난하다고 교육의 기회를 못 받아선 안 되며, 중소기업이 좋은 아이디어로 좋은 물건을 만들었지만 대기업을 상대로 한 갑을 관계의 불리함 때문에 기회를 못 갖는다면 무슨 희망이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청와대 참모들은 이날 주택마련의 꿈을 잃게 된 젊은 세대를 위한 모종의 정책을 예고하기도 했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제도의 확대, 신용등급이 낮은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제도 확충, 저소득층의 공정한 교육기회를 위한 공교육 강화 등도 이른 시일내에 도입될 정책 후보다.

다만 청와대는 정부가 마음먹으면 ‘공정한 사회’가 금방 탄생할 것이란 오해를 막기 위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정부 혼자 다 할 수 없다. 시민사회 정치권 기업 모두가 자기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한 것도 공정한 사회 만들기가 한국사회 모두의 몫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기 위한 것이다.

‘공정한 사회’를 통해 이 대통령이 지향하는 세상은 개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충족시키는 사회다. 한 참모는 “20대 대학생, 30, 40대 중산층의 관심사가 국가라는 거대개념보다 나의 자유와 행복의 총량 확대에 더 맞춰져 있다는 것을 대통령이 인식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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