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태명]‘TGiF 시대’ 토종 IT가 살아남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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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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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iF 시대에 정보기술(IT) 강국 대한민국이 휘청거린다. 폭풍처럼 밀려온 트위터(T) 구글(G) 아이폰(i) 페이스북(F)에 카운터펀치를 맞았다. 거침없이 돌진해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토종 서비스가 맥을 못 추고 검색과 포털 사이트 시장까지 위협받는다. 포털도 통신사도 소프트웨어 기업도 국내 시장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한 탓이라고 자탄만 하기에는 충격이 너무 크다. 이 상태에서 태블릿 PC의 충격이 가해지면 견디어 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단말기 경쟁 아닌 콘텐츠 전쟁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갤럭시폰과 아이폰의 경쟁을 삼성과 애플의 싸움으로 왜곡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그것은 구글과 애플의 싸움이다. 싸움의 본질은 하드웨어인 단말기에 있지 않고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앞세운 서비스와 앱스토어를 중심으로 한 애플의 서비스가 벌이는 한판 승부다. 3000억 달러 정도의 하드웨어 시장이 아니라 1조2000억 달러가 넘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시장에 던진 스티브 잡스의 도전장이 가진 의미를 알아야 한다. 정보통신 기기를 똑똑하게 만들고 인간 관계에 지능을 첨부하려는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으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택한 것이다.

TGiF가 보편화된 지금, 우리도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고 미래를 여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우선 현실에서 승부의 열쇠를 찾아야 한다. 스마트폰이 시장의 건물이라면 운영체제는 시장의 환경이다. 시장은 그들이 만들었지만 상품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상품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다. 경쟁력 있는 상품을 확보하기 위해 척박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토양을 기름지게 해야 한다. 이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개발자를 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일이 급선무다. 또한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최고로 알고 소비자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는 공급자가 성공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판매되는 상품을 잘 활용해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생활 속의 융합으로 시장의 열세를 만회할 수도 있다. 비즈니스 교육 의료 등 분야에서 TGiF를 활용해 부가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이미 전자정부 디지털병원 주식거래 금융에서 서비스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활용 상품이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현재의 뒤처짐을 만회하기 위해 미래의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창조와 혁신이 필요하다. 뒤처진 상태에서 단순히 따라가는 방식으로 선두주자를 앞지를 수 없다. 지름길을 택해 미래의 길목을 지켜야 한다. 음성인식 기반의 서비스, 3차원(3D) 환경의 디스플레이,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한 서비스 등 새롭게 진화할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적극 투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자와 통신의 거대한 공룡기업은 수조 원의 이익을 자랑하기보다는 미래를 위한 연구와 벤처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미래 지향적인 벤처를 대기업과 정부가 공동으로 육성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전쟁에서 돌격대는 대부분 전사하지만 살아남은 몇 명이 고지를 점령한다는 정신으로 벤처를 육성해야 한다.

인터넷 강국 저력 다시 발휘할 때

정책도 국내용인지 검토해 보아야 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가입은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반면 우리의 인터넷 서비스는 여러 관문을 거쳐야 한다. 정보 보호와 사용자의 보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규제에 얽매여 산업이 뒤처지지 않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정책은 시대의 변화에 순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TGiF의 충격은 우리에게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단 30년 사이에 인터넷 강국을 건설한 저력을 바탕으로 난관을 극복하고 미래 정보지식사회의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정부, 기업 그리고 국민 모두가 힘을 합칠 때다.

정태명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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