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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史·哲의 향기]‘존재 망각의 시대’ 하이데거에게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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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史·哲의 향기]‘존재 망각의 시대’ 하이데거에게 길을 묻다

동아일보입력 2010-07-31 03:00수정 2010-07-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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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오버 하이데거/이승종 지음/448쪽·2만5000원/생각의나무
◇하이데거/이수정 지음564쪽·3만 원/생각의나무
“오늘날 우리는 ‘존재한다’는 말의 본래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답할 수 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1889∼1976)가 대표 저서 ‘존재와 시간’ 서문에서 던진 질문이다. 이 질문을 통해 그는 플라톤 시절부터 등장했음에도 수없이 반복된 탓에 진부하게 여겨졌던 주제, 바로 ‘존재’를 철학의 중심 주제로 다시 불러왔다.

난해하기로 이름난 하이데거의 사상을 파헤친 한국 철학자의 저서 두 권이 함께 나왔다. 이수정 창원대 교수의 ‘하이데거’와 이승종 연세대 교수의 ‘크로스오버 하이데거’다.

‘크로스오버 하이데거’는 영미 분석철학을 전공한 저자가 대륙철학의 대표주자인 하이데거의 사유를 파고든 책이다. 그런 만큼 하이데거에서 출발해 다시 하이데거로 돌아가는 ‘하이데거’와는 달리 바깥에서부터 하이데거의 사상에 접근한다. 스승이었던 후설, 동시대 사상가였던 비트겐슈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하이데거가 서구 철학사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를 분명히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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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존재에 대한 탐구를 철학의 중심 주제로 다시 이끌어온 사상가였다. 그의 사유세계를 파고든 한국 철학자의 책 두 권이 함께 나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저자는 먼저 하이데거가 스승 후설과 어떤 지점에서 차이를 드러내는지 밝힌다. 후설의 개념 ‘지평’은 가공의 문맥에서 제시된 것이지만 하이데거가 말하는 ‘세계’는 구체적 인간의 것이다. 후설의 사상에서 우리는 익숙한 인식세계에 머무를 뿐이지만 하이데거의 사상에서 우리는 낯선 영역에 던져진다. 하이데거는 이성중심적 서양 인식론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했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철학의 대표 사상가. 해석학 전통을 이은 하이데거와는 다른 영역의 철학자이지만 저자는 이들이 결국 공통된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하이데거와 비트겐슈타인 모두 기술시대의 도래, 수리논리학이 인간의 사유를 대체하는 시대를 목도했다. 이들은 수리논리학이 언어를 왜곡하며 이 왜곡의 뿌리는 이 시대 삶의 양식, 서구의 형이상학 전체에서 발견된다고 봤다. 저자는 이처럼 선배, 혹은 동시대 사상가와의 비교를 바탕으로 ‘존재와 시간’에 나타난 도구사용의 현상학, 이를 바탕으로 한 과학과 기술에 대한 사유 등 하이데거의 핵심 사상을 탐구한다.

이수정 교수의 ‘하이데거’는 하이데거가 탐구했던 핵심 개념인 ‘존재’를 내세워 하이데거의 현상학 존재론 시대론 문예론 등 그의 사상세계 전반을 꿰뚫는 책. 특히 하이데거 사유의 현재적 의미를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 예로 하이데거는 존재를 ‘현존재의 존재’ ‘도구적 존재자의 존재’ ‘사물적 존재자의 존재’로 나눠 생각했다. 저자는 이 사유 안에서 현대 환경문제에 대한 통찰을 찾는다. 인간은 자연을 단순한 사물적 존재자로서, 혹은 도구적 존재자로 인식할 뿐이다. 현존재의 존재로서의 자연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자연을 부품으로 인식하는 이 같은 상황이 ‘인간을 그 본질에서 갉아먹는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를 “인간은 본질적으로 세계의 다른 구성요소들과 대화관계에 있는데 자신만의 영역에 칩거해 이 관계를 두절시키는 격”이라고 설명한다.

하이데거는 환경문제뿐 아니라 현대기술과 현대학문 등을 비판하면서 현대사회가 고향 상실, 토착성의 상실, 나아가 성찰의 상실 상태에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저자가 “우리 후학들이 그(하이데거)를 충실히 뒤따라갈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란, 존재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이 없는 시대, 즉 존재 망각의 시대’라는 그의 통찰은 오늘날 사회에도 여전히 일정한 울림을 갖는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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