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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기자의 무비홀릭]권상우-최승현, 진짜 주연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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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기자의 무비홀릭]권상우-최승현, 진짜 주연은 누구?

DE091002|이승재기자 입력 2010-06-22 03:00수정 2014-08-2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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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속으로’ 관전포인트

학도병으로 나선 꽃미남들
울부짖으며 장렬히 산화
관객들 눈물샘 자극 노려
영화 ‘포화 속으로’의 포스터. 마치 ‘비중있는 조연’처럼 보이는 최승현(T.O.P·왼쪽에서 두번째)은 알고 보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사진 제공 필름마케팅 비단
지난 주말 한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포화 속으로’(12세 이상)란 영화를 보던 나는 무척 놀랐다. 영화가 클라이맥스에 다다를 무렵 나의 좌우에 앉은 청소년들이 슬픔과 감격에 겨운 나머지 두 눈이 불어터져라 울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눈물 한 방울 나올 기미조차 없었다. 10대와 젊은 여성 관객들은 얼마나 울어대던지 마지막에는 ‘엉엉’ ‘아이고’ 비슷한 소리까지 나왔다.

나는 좌절하였다. ‘아, 내가 이토록 대중(특히 신세대)의 감성과 멀어져서 어찌 영화를 논할 수 있단 말인가’ 하고. 이윽고 궁금하였다. 이 영화는 6·25전쟁 때 북한 대대병력에 맞서 싸우다 산화한 학도병 71명의 실화를 옮겼다고는 하지만, 근사하게 찍은 전투장면 말고는 이야기 밀도나 캐릭터의 통일성부터 적잖이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 속엔 도대체 뭐가 있기에? 결론부터 말하면, 개봉 닷새 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선 이 영화에 반응하는 대중의 감성문법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 지금부터 ‘포화 속으로’를 읽어내는 흥미로운 관점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권력이동=우선 영화의 메인포스터를 들여다보자. ‘포화 속으로’란 큰 제목 아래엔 다음 순서로 배우 이름이 나열된다. 차승원, 권상우, 최승현(T.O.P), 김승우. 또 포스터의 이미지를 보면 권상우의 얼굴이 가장 강조되는 가운데 최승현은 가장 뒤에 ‘박혀’ 있다. 그러나 막상 영화를 보면 어떨까. 주제의식을 짊어지는 주인공은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로 학도병 중대장 역할을 하는 최승현이다. 초반엔 최승현에게 반항하다 결국 운명을 함께하게 되는 동반자가 되는 반항적 학도병 캐릭터의 권상우와 무자비한 북한군 장교 역의 차승원은 ‘주연급 조연’, 그리고 최승현을 돕는 인간애 넘치는 한국군 장교 역의 김승우는 ‘비중 있는 조연’에 가깝다. 다시 말해 최승현을 구심점으로 해 나머지 3인이 둘러싸고 있는 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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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현은 드라마 ‘아이리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연기 몰입을 보여주지만, 더 재미난 사실은 무려 113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블록버스터급 전쟁영화를 만들면서 배우로선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인기 아이돌 그룹 출신을 주연으로 썼다는 점이다. 이게 바로 이 영화의 지향점이 분명히 드러나는 대목. 이 영화는 ‘실화’라는 사실을 통해 의미를 확보했지만 기실은 10, 20대와 젊은 여성 관객층의 감성을 자극하는 아이돌 영화에 가깝다. 특히 10대들의 임신을 그린 영화 ‘제니, 주노’로 주목받으면서 TV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하이틴 스타가 된 김혜성이 순진한 학도병으로 나와 피를 토해가며 죽어가는 장면은 또래집단과 누나들의 심장을 후벼 파는 것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이 딱 둘이라는 점도 이런 맥락에서 의미심장한 대목. 주인공인 최승현을 둘러싼 여성은 그가 몽매에도 그리는 어머니(김성령)와 그에게 이상하리만큼 친절한 간호사 누나(박진희) 등 딱 2명이다. ‘모성’과 ‘연상의 여인’은 아이돌 스타의 호소력을 높이는 ‘감성엔진’이다. 이 영화가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면, 스타급 배우 사이의 권력이동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비극의 낭만화=영화를 통틀어 가장 핵심적인 대사는 “학도병은 군인인가 아닌가”이다. 하지만 영화 속엔 전쟁 수행을 둘러싼 학도병의 존재적 고민이 없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고민이 이 영화에는 오히려 부담스럽다. 포탄을 짊어지고 적을 향해 달려가 울부짖으며 산화하는 꽃미남들로 영화는 충분한 것이다. 그것은 ‘리얼하고 비극적’이기보다는 ‘슬퍼서 아름다운’ 정서에 가깝다.

사실, 이 영화를 연출한 이재한 감독은 비극적인 소재를 낭만적으로 ‘개조’ 하는 데 일가견이 있지 않은가. 기억이 사라지는 알츠하이머라는 질병의 고통을 손예진이라는 예쁜 배우를 등장시켜서 마치 ‘예쁜이들의 매력 포인트’처럼 그려내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만든 것도 그였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완성도를 논하는 것은 참 부질없는 짓처럼 보인다.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연이은 포성과 미남 청년들의 죽음이 만들어 내는 감정선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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