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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집중분석]오태경 “죽을 때까지 배우라고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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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집중분석]오태경 “죽을 때까지 배우라고 배우”

동아일보입력 2010-06-21 16:35수정 2010-07-0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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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개봉하는 영화 '나쁜 놈이 더 잘 잔다'(이하 '나쁜 놈이')에는 낯익은 배우 오태경(28)이 나온다. 영화에서 제일 비열하고 악랄한 나쁜 놈 종길이 바로 그다. 주인공 윤성(김흥수 분)을 계속 몰아세워 은행털이에 나서도록 하는 나쁜 놈 중의 나쁜 놈이다.

돈만 주면 사람을 죽이는 일도 식은 죽 먹기인데다 포르노에도 출연하고, 막말을 입에 달고 사는 비호감 '저질'이기에 예전의 오태경을 떠올리기 쉽지 않지만, 그는 MBC '육남매'의 장남 창희, MBC '허준'에서 허준의 아들, SBS '토지' 서희의 차남 윤국 등 '모범생' 하면 떠오르는 아역 배우 출신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3차전 한국 대 아르헨티나전이 열리던 16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소탈한 차림새의 오태경은 매니저도 없이 직접 차를 몰고 약속 장소로 나왔다. 영화에서 보다 덜 거칠고, 편안한 인상이었다.
한 자리에 모인 영화 ‘나쁜놈이 더 잘잔다’ 주연배우들. 왼쪽부터 오태경, 서장원, 조안, 김흥수

▶ 갑상선 기능 항진증, 아역 스타 특유의 성장통 극복…

"영화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얼굴이 정말 많이 변했다"고 인사하자, 그는 멋쩍은 듯 웃다가 "그게 좀 아파서…"라고 대답했다. 알고 보니 2007년 영화 '황진이'를 찍을 때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앓았던 것. 살이 빠질 수 있을 때까지 빠지는 무서운 병이었다. 그러나 그는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체질이 됐다며 좋아하기까지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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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현 감독님이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고 했지만 전 그냥 넘겼죠. 그런데 오랜만에 사우나에 갔다가 체중계에 올랐더니 53kg인 겁니다. 그때부터 약을 먹었는데, 너무 많이 빠져서 망가진 외모는 살이 붙어도 원상복구 되지 않더군요. 개인적으로 김명민 씨가 걱정돼요. 영화 찍다가 살을 많이 빼서 원래로 돌아갈지…."

대개 아역스타하면 '성장통'을 떠올리게 된다. 아역 출신 연기자가 성인 배역으로 자리 잡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아역 배우 출신 장서희(38)나 문근영(23)은 일부러 '센' 역할을 맡아 변신에 성공하기도 했다.

오태경 역시 영화 '올드보이'에서 오대수의 문제 있는 어린 시절, '알 포인트'에서 형 대신 월남전에 참전한 껄렁한 장 병장, '해부학 교실'에서 비밀을 감춘 의대생 기범 역을 하며 연기의 저변을 넓혔다. SBS 드라마 '신의 저울'에서는 살인 누명을 쓴 청년이었다. 그의 변신은 '나쁜 놈이'에서 절정을 이룬다.

- 아역 이미지를 벗으려고 일부러 연기 변신을 시도한 건 아닌가요?

"크게 부담을 갖진 않았어요. 다만 '20대는 나도 힘들 수 있겠다. 스트레스는 받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은 했죠. 누구나 외모는 변하게 돼 있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변한다는 마음으로 버텼죠. 역할이 좋아서 따라가다 보니 물 흐르듯 변신할 수 있었어요. 제가 워낙 단순한 성격이라서 넘겼을 수도 있고요."

- '나쁜 놈' 종길이와 '싱크로율'은 얼마나 되나요?

"사실 되게 잘 맞아요. 영화 안에서 종길이의 말투가 원래 제 말투고요. 제가 원래 말끝을 잘 흘리고 또박또박 말하는 편이 아니거든요. 웃을 때도 '헤헤헤' 웃는데 그것도 가져갔고요. 영화처럼 은행을 턴 적은 없지만 저도 질풍노도의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걸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가장 어려웠던 연기로는 '베드신'을 꼽았다. 한 번도 안 해본 연기라 거부감이 강했다고. 시나리오에선 자동차 보닛 위에서 정사 연기를 하는데 권영철 감독이 특별히 차 안에서 하는 것으로 바꿔 주었다.

그래도 워낙 막가는 역할이라 그런지 연기의 강약 조절이 아쉽다는 평단의 평가도 있다. 그는 "욕을 안 한 대사가 없었고 처음 하는 역이다 보니 완급 조절이 안 된 것 같다"면서 비평을 수용했다.
오태경은 영화 \'나쁜 놈이 더 잘잔다\'에서 삼류 건달 종길을 연기했다.

▶ "'육남매' 어머니 장미희 선생님은 장난꾸러기"

그는 7살 때 어머니 손에 이끌려 '억지로' 연기에 발을 들여놓았다. 어머니와 신사 역 근처를 걸어가는데 누군가 '아이가 예쁘다'며 명함을 주었다고. CF를 제작하는 사람이었다. 그때부터 카메라 앞에 서게 됐다.

"정말 싫었어요. 밖에서 놀고 있으면 엄마가 '태경아'라고 불러요. 그럼 숨는 거죠. 숫기도 없었고, 안 한다고 하면 엄마가 막 두들겨 패서 연기가 즐겁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아쉽죠."

연기를 재밌어하고 좋아하게 된 건 1997년 MBC '육남매'부터다. 극 중 그의 어머니는 요즘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리조트 대표 조아라로 사랑받는 장미희(52)가 연기했다.

- 육남매의 어머니 장미희 씨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독특한 재일교포 말투로 인기를 끌고 있어요.

"그때도 '똑 사세요(떡 사세요)'로 화제가 됐는데 하하. 장미희 선생님은 되게 좋으신 분이었어요. 장난도 많이 치고. 육남매는 나란히 누워 자고 있고 어머니가 봉투를 풀칠해서 붙이는 신이 있었는데, 그렇게 붓으로 저희 발을 간지럼 피우세요. 정말 어머니처럼 잘 챙겨주셨어요."

- 그때 두희 동생(이찬호)이 올해 초 '공부의 신'에 나왔죠?

"지금도 가끔 연락해요. 그 친구가 벌써 스물한 살인가 두 살이 됐어요. (웃음) '공부의 신'에서 아역 친구들 다 잘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찬호가 제일 낫지 않았나 싶어요."

'육남매'에서 다섯째 두희로 나온 이찬호(21)는 벌써 대학생(성균관대)이다. 여전히 오동통한 그는 KBS '공부의 신'에서 고깃집 아들 봉구로 나와 큰 인기를 끌었다.

▶ '알 포인트'로 떴지만, 차기 작품 선택 실수로…

그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역할은 '알 포인트'(2004)의 장영수 병장이다. 돈 벌겠다고 형 영장 들고 입대해 월남전까지 참전한 십대다. 어머니에게 소 한 마리 사드리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장 병장은 실종자 수색 작전에 참여하지만 그를 기다린 건 '손에 피 묻은 자, 돌아갈 수 없다'는 무서운 저주였다.

오태경은 폭염의 캄보디아에서 감우성 손병호 박원상 이선균 등 걸출한 선배들과 함께 강행군을 했다. 따로 놀 곳도 마땅치 않아 촬영이 없는 날에는 형들이 촬영하는 걸 구경하며 보냈다. 그런 게 알게 모르게 피가 되고 살이 됐다. 영화가 개봉하고 많은 매체가 '배우 오태경'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에겐 '잘 자란 아역스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 '알 포인트'가 개봉하고 굉장히 기대를 많이 받았는데, 그 다음에 이상하게 안 보였어요.

"해명을 하자면, 정말 무조건 해야겠다는 작품이 하나 들어왔어요. 몇 작품을 죄송하다고 거절했죠. 촬영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무산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어요. 한 마디로 새가 된 거죠. 그냥 6개월을 보냈어요. 그러다가 MBC '김약국의 딸들'(2005)이라는 아침 드라마를 하게 됐죠."

이 영화는 후일 다른 감독, 다른 시나리오로 개봉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대작이었다.

부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달 개봉한 '꿈은 이루어진다'에 북한병사로 출연했다. 2002 한일 월드컵을 소재로 DMZ(비무장지대)에서 대립하고 있는 남북한 병사들의 우정과 화합을 그린 영화인데 스크린에서 일주일 만에 내려갔다. 바로 '천안함 사태' 때문.

'나쁜 놈이'도 2009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돼 호평을 받았으나, 상영관을 잡지 못하다가 1년 만에 개봉 기회를 잡았다.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 못 견딜 지경이었던 오태경은 한 달에 한 번 씩 권 감독에게 전화해 개봉일이 잡혔는지 묻곤 했다.

"실수를 해도 폐인이 되거나 크게 낙담하지 않아요. 다만, 기회를 한번 놓쳤구나 하는 거죠. 그래도 인생에 세 번의 기회가 온다니까 다름 기회를 기다려요. 아버지께서 그러셨어요. '우린 신이 아니지 않느냐, 실수는 할 수밖에 없다.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된다.' 축구에서도 바로 레드카드 주는 게 아니라 옐로카드 주고 레드카드를 주잖아요?"
사진제공 키노아이디엠씨

▶ "성장통 넘긴 건 나의 멘토 아버지 덕분"

오태경의 아버지 오광연 씨(67)는 템페스트라는 재즈 그룹으로 활동했던 재즈 피아니스트다. 같은 예술의 길을 걷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좋은 멘토가 되어 주었다.

"아버지는 가끔 제게 문자를 보내거나 밤에 대화를 청하세요. 저희 아버지는 절대음감이랄까 타고난 재능으로 피아노도 따로 배워 친 게 아니에요. 그래서 거만하기도 했고 젊은 시절 노력을 많이 안 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언젠가부터 아깝다는 소리를 듣게 됐대요. 저에게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뭘 하고 싶어도 못하는 나이가 됐다. 너는 나의 전철을 밟지 마라. 아깝다는 소리를 듣지 마라'고 하셨어요."

지금 그의 바람은 아역 탈피가 아니라 진짜 '배우'가 되는 것이다. '나쁜 놈이'의 여세를 몰아 사이코패스 살인자 역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다.

"배우는 죽을 때까지 배우라고 배우인 것 같아요. 배운 걸 써먹고 또 배워서 관객에게 보이라고요. 배우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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