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다운로드 ‘온라인 떴다방’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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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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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사이트에 “1시간만 공개” 파일 뿌린 뒤 사라져

“축동 1시간 공개 후 폭파 예정.”

13일 오전 2시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이런 글이 떴다. 전날 열린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한국과 그리스전의 동영상을 1시간 동안만 내려받을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 ‘폭파’는 게시물을 자진 삭제한다는 의미. 순식간에 조회수가 200건을 넘었다.

“오늘 빅파이가 많네”, “기차 100인분만 추가해 주세요.”

알쏭달쏭한 댓글이 줄을 이었다. ‘빅파이’는 몇백 MB(메가바이트)가 넘는 대용량 동영상 파일을, ‘기차’는 횟수 제한이 걸린 파일을 내려받는 행위를 말한다. 이 게시물은 정확히 1시간 뒤 삭제됐다. 누가 내려받았는지, 무슨 파일이 게시됐는지 바깥에선 알 수 없다. 과거에는 ‘업로더’들이 웹하드와 개인 간(P2P) 파일 공유 사이트에 파일을 올려놓고 사람들을 모았지만 이제는 직접 누리꾼들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해 국내 불법 복제물 시장규모는 약 900억 원으로 2008년 9659억7530만 원에 비해 11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온라인서비스 업체들의 사업 모델이 합법적으로 변하고 지속적인 단속도 효과를 냈다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지능화된 불법 다운로드 시장이 생겨나고 있다. ‘기차놀이’로 불리는 커뮤니티 사이트 내 불법 다운로드가 대표적이다. 업로더들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을 돌아다니며 시간이나 다운로드 횟수를 미리 정해놓고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게 한다. 온라인 ‘떴다방’인 셈이다.

사람 몰리면 웹광고 단가 올라
운영자들도 제대로 차단 안해
당국 “인력 모자라 단속 못해”


네이버나 다음, 네이트 등 포털 사이트들이 제공하는 ‘대용량 파일 첨부 메일’ 서비스가 주로 활용된다. 음악과 동영상 등 대용량 파일이 첨부된 메일을 자신에게 보낸 뒤 전송된 메일에 포함된 파일 다운로드 주소(URL)를 게시판에 올려놓는 수법을 쓰기도 한다.

예전의 업로더들이 불법 다운로드로 돈을 벌기 위해 콘텐츠를 유통시켰다면, 이 떴다방들은 커뮤니티 내에서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대부분 콘텐츠를 무료로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커뮤니티 사이트의 운영자들도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않고 있다. 유용한 파일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 해당 사이트에 사람들이 몰리게 되고 웹 광고 단가도 따라서 올라가기 때문이다.

대용량 파일 첨부 메일 서비스를 불법 다운로드용으로 악용하는 데 대해 정부는 거의 단속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수면 아래로 들어간 지능화된 불법 다운로드를 단속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움직이는 업로더의 존재는 다 알고 있지만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포털 업체들은 불특정 다수가 갑자기 특정한 링크에 접근하는 상황이 포착되면 곧바로 다운로드를 못하게 조치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한계는 있다. 포털 사이트 관계자는 “이용자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기 위해 서비스를 개발했는데 악용된다고 무작정 차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보안업체 시큐베이스의 이경호 사장은 “‘업로딩’을 하나의 놀이로 보고 무분별하게 즐기는 누리꾼들에게 1차적 책임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를 방치하는 해당 사이트 운영자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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