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다문화 바람… ‘외국인 학생회’ 설립 붐

  • Array
  • 입력 2010년 5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유학생 늘면서 대학마다 확산
“외국인 목소리 제대로 전달”
스포츠축제-자원봉사 활동도

대구가톨릭대 외국인 학생회 학생들이 13일 대구가톨릭대 중앙도서관 영상세미나실에서 중국 칭하이(靑海) 성 지진 피해자를 돕기 위한 성금을 모금하고 있다. 사진 제공 대구가톨릭대
대구가톨릭대 외국인 학생회 학생들이 13일 대구가톨릭대 중앙도서관 영상세미나실에서 중국 칭하이(靑海) 성 지진 피해자를 돕기 위한 성금을 모금하고 있다. 사진 제공 대구가톨릭대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에 재학 중인 옌쯔룽(閻子龍·24) 씨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학생회장’을 지냈다. 이 대학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 400여 명(10개국)과 함께 ‘외국인 학생회’를 설립했던 것. 외국인 학생회는 한국어 교육 등 복지사업과 다양한 다문화 행사를 열며 학생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학교 역시 외국인 학생회가 자리를 잡게끔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옌 씨는 “한국 학생들과 교류가 적고, 학교 행사에도 잘 참여하지 않는 외국인 학생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 이런 구상을 했다”며 “권익만 앞세우기보다는 한국 학생들과의 소통에도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 2대 회장에 취임한 장충(張衝·24·중국통상학과) 씨도 “다른 대학에도 확산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국내 대학에도 외국인 유학생이 크게 늘면서 외국인 학생회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대학 내에도 지원센터 같은 기관이 있지만 학생회처럼 학생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 서울대도 1200여 명의 외국인 학생을 대표해 2007년 설립된 ‘SISA(SNU Inter-national Students Association)’가 매년 스포츠 축제, 자원봉사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다문화시대를 맞아 학생회도 ‘다문화 바람’이 불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 학생들도 외국인 학생회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경희대 무역학과를 다니는 중국인 취거(屈歌·22) 씨는 “외국인 학생모임은 대부분 친목 모임 수준이라 학교 정책에 우리의 요구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외국인 학생회는 외국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아예 ‘외국인학생회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경희대의 외국인 유학생은 3500여 명(대학원생 포함)에 이른다. 이들의 구상은 기존의 외국인 학생회와는 조금 다르다. 총학생회 산하 조직이나 친목 모임 수준이 아닌 독립적인 자치 기구로 출범시키겠다는 것. 경희대는 현재 외국인 학생모임이 단과대와 학과별로 산재돼 있는 상황이다. 총학생회는 이들을 한데 묶어 투표를 거친 뒤 자치기구 출범을 유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학생회 측은 외국인 학생들을 집행부 간부로 임용하고, 외국인 학생회실도 마련해 보겠다고 공약했다. 좀 더 밀착된 학생회로 만들기 위해 국가별 학생회를 외국인 학생회 밑에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유승현 총학생회장(25·여)은 “외국인 학생들과 충분한 토론을 거쳐 학생회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경희대 관계자는 “외국인 학생회가 출범한다면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