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訪中 이후]金, 예상보다 빠른 귀환… 천안함-원조 원하는것 다 얻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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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4일 행보
다롄-톈진 개발구 위주 시찰
정상회담-만찬 한번에 해결
홍루몽 관람않고 오찬후 출발

서둘러 귀국 왜
별도 환송없이 10분만에 떠나
막판 의견조율 실패 배제못해
무리한 일정 힘에 부쳤을수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3박 4일의 중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6일 귀국길에 올랐다. 비교적 짧은 일정 속에 5일 저녁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김 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회담 및 만찬에서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당초 6일 저녁으로 예상된 북한 피바다가극단의 ‘홍루몽’ 공연을 보지 않고 귀국한 것을 놓고 추측이 무성하다.

○ 귀국 보따리엔 무엇이 들었나

김 위원장이 예상보다 빨리 서둘러 귀국한 것은 5일 후 주석과의 회담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중국에 해명하고 이에 대한 중국의 이해와 지지를 구하는 것이 가장 큰 방문 목적이었는데 짧은 만남으로 그 목적을 달성했다는 것. 또 건강이 좋지 않아 방중 기간 내내 구급차가 동행할 정도여서 굳이 하루라도 더 머물 필요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상당수 전문가가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약속하고 이를 대가로 경제적 원조를 얻는 것이 방중 목적이라면 지금 같은 미묘한 시기에 오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교덕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방중의 타이밍을 생각해보면 천안함 침몰에 대한 북한 관여를 적극 부인하고 그 뜻을 국제사회에 전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가장 큰 배경”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측의 6자회담 복귀 조건에 대한 요구가 지나치거나 북한 측의 천안함 사건에 대한 소명이 부족해 6일 오후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지막 순간에 이견이 조율되지 않았을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은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과 톈진(天津), 그리고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을 방문해 북한의 개혁 개방이나 경제개발의 모멘텀을 찾는 데도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을 것으로 소식통들은 보고 있다.

○ 서둘러 귀국한 까닭은

김 위원장이 며칠 일정으로 왔는지는 공개된 적이 없어 당초 3박 4일로 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네 차례의 방중에서 지방도시를 시찰할 때는 4박 5일 이상 체류했다. 이번에도 3일 방중 첫날 일정을 랴오닝 성 다롄의 항구와 개발구를 시찰하면서 시작해 다소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후 주석이 8일부터 러시아 방문길에 오르는 관계로 7일까지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5일 저녁 인민대회당에서 4시간 반가량 양국 정상이 함께했지만 회담과 만찬, 공연 관람 등이 함께 이뤄져 본격적인 회담은 6일에 있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더욱이 6일 밤에는 BTV 대극장에서 북한의 가극 ‘홍루몽’을 후 주석과 함께 관람할 것으로 예측됐다. 피바다가극단은 양국 문화교류의 상징인 이 작품을 7개 도시를 돌며 한 달간 공연할 예정이었다. 베이징 공연은 6∼9일 나흘 일정으로 이 중 6, 7일 이틀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아 김 위원장이 볼 것으로 예상된 것. 지난해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방북했을 때도 함께 관람했다.

하지만 오전에 ‘베이징의 실리콘밸리’라는 중관춘의 생명과학원을 잠깐 둘러본 후 묵고 있던 숙소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원 총리와 오찬을 한 뒤 오후 5시(현지 시간)경 홀연히 특별열차가 정차해 있던 베이징 역으로 가 귀국길에 올랐다. 기차역에서는 별다른 송별 의식도 없이 10여 분 만에 서둘러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이어서 무리한 일정으로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설과 북한 내에 급히 돌아갈 일이 생겼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 짧은 기간 ‘경제현장 학습’ 계속

김 위원장 일행은 6일 오전 9시 10분(한국 시간 오전 10시 10분)경 리무진과 앰뷸런스를 포함한 29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댜오위타이를 출발했다. 일행이 찾은 곳은 중관춘이 새롭게 조성하고 있는 생명과학 및 의학기술연구단지인 ‘생명과학원’이었다. 3일과 4일 각각 다롄경제기술개발구와 톈진의 빈하이(濱海)신구를 시찰한 데 이은 것으로 중국의 경제성장을 배우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과거 네 차례 중국 지역을 시찰하고 간 후에도 북에는 개혁 개방은커녕 오히려 퇴행적인 조치들만 이어져 ‘방중 학습 시찰’은 이벤트로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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