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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80년대말 南인사, 동독거쳐 비밀訪北” 확인

동아일보

입력 2010-04-15 03:00:00 수정 2010-04-15 08:46:58

■ 본보,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 문건 입수

슈타지, 北대사관 요청받고
입국 스탬프-세관절차 생략

한국국적 父子평양 다녀와
美전문가 “고정간첩 가능성”




남한 인사들이 1980년대 말 구동독 주재 북한대사관의 알선으로 비밀리에 북한을 방문하거나 제3국에서 북한 인사들을 접촉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본보가 미국 워싱턴의 외교안보전문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를 통해 13일 입수한 구동독 비밀경찰 슈타지의 비밀문건에 따르면 남한 내 일부 인사의 비밀 방북과 북측 인사 접촉 절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자료는 독일어로 된 문건 6점이다.

남한 인사의 동독을 통한 방북 업무협조는 1987년 9월에 시작됐다. 24일자 비밀문건은 “남한 인사들이 동독 국경을 넘을 때 기밀유지를 위한 협조요청은 북한 비밀조직이 하인즈 헤롤드 동독 보안국 장관 앞으로 보내는 공문 또는 내부 보안전화를 통해 슈타지의 X국에 요청하는 형태로 이뤄진다”고 명시했다. 이 같은 업무요청을 할 수 있는 북측 인사는 당시 주동독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하던 박인호 김수일 한송삼 백문도로 국한했다.

김수일은 당시 대사관 1등 서기관 직함을 갖고 있었고 영어를 구사했으며 백문도는 독일어를 사용한다며 전화번호까지 명시했다. 박인호와 한송삼의 소속과 직함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 문건은 이 4명의 요청이 아닌 경우 업무요청을 하지 말라고 지적하고 있으며 확인을 하려면 베를린 북한대사관에 내부 보안전화를 걸어 김수일 또는 백문도와 반드시 통화하라고 요구했다. 사전 업무요청을 할 수 있는 대상은 남한 외에 일본과 다른 비(非)공산권 국가, 또는 비공산권 여권을 이용해 여행하는 한국인으로 적시했다.

사전 협조요청을 할 경우 슈타지는 동독으로 입국한 사실이나 동독을 통해 북한으로 여행한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를 없애기 위해 아예 입국 스탬프를 찍지 않았다. 또 일반인이 동독에 입국할 때 거쳐야 하는 세관 통과 절차도 면제해 줬다. 문건은 이 밖에 출국절차가 늦어지거나 경찰이 발행한 출국증명이 없더라도 문제 삼지 말라고 했다. 다만 여권의 사본은 보관했다.

실제로 본보가 입수한 1989년 4월 문건에 따르면 1989년 3월 30일 한국 국적의 부자(父子) 2명이 서울을 출발해 스위스와 서독, 동독을 거쳐 평양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같은 경로를 통해 4월 13일 동독 국경을 비밀리에 건넜고 서독의 프랑크푸르트, 스위스를 경유해 서울로 돌아간 것으로 나온다. 박수일이 서명한 협조요청 공문에 나오는 두 사람의 이름과 생년월일, 그리고 여권번호는 지워졌다. 1988년 5월 31일자 문건도 남한 국적으로 스위스 여권을 소지한 한 여행객이 전날인 5월 30일에 서독을 통해 동독에 비밀리에 들어온 사실을 보여준다. 성명과 생년월일, 여권번호 등은 역시 지워진 상태다.

슈타지 비밀문서 보관소에서 이 문서를 발굴해 낸 번트 셰이퍼 우드로 윌슨센터 선임연구원은 “문건에 등장하는 남한 국적의 아버지와 아들에 대해 북한에서는 ‘남반부에 있는 동지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며 “남한에서 비밀리에 활동했던 조선노동당 또는 고정간첩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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