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텅빈 ‘대전 대덕대로 자전거 전용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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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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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 좁고… 씽씽 달리는 버스 무섭고… 차라리 인도로…

대전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성한 대덕대로 자전거 전용도로가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17일 한 시민이 인도에 만들어진 
종전의 자전거도로를 이용하고 있다(오른쪽). 이기진 기자
대전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성한 대덕대로 자전거 전용도로가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17일 한 시민이 인도에 만들어진 종전의 자전거도로를 이용하고 있다(오른쪽). 이기진 기자
대전시가 조성한 대덕대로 자전거 전용도로가 흉물로 전락할 조짐이다. ‘전국 최고의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를 표방하며 조성한 이 자전거도로는 계룡로사거리∼대덕대교 왕복 5.8km. 도로 한쪽을 줄인 이른바 ‘도로 다이어트’ 방식으로 폭 1.1∼2.0m로 건설됐다. 도로에는 경계를 표시하는 라인마킹과 경계 블록, 펜스 및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지난해 4월 착공해 1차 공사가 마무리된 상태. 현재까지 14억5000만 원을 썼다. 앞으로도 자전거 전용신호등 설치 등을 위해 4억 원이 더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시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고 있다.

화창한 봄날이자 주말이었던 13일 오후 1시경. 이 구간 갤러리 웨딩홀 앞에서 길 양쪽으로 설치된 자전거전용도로를 1시간가량 지켜봤다. 하지만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는 시민은 한 명도 없었다. 모두 인도에 설치됐던 종전 자전거도로를 이용했다.

“경계펜스가 있지만 폭이 좁아 대형버스가 지나가면 무서워요.”(40대 회사원)

“굳이 전용도로를 이용할 필요가 있나요? 불편하기만 한데….”(30대 회사원)

이런 사정은 17일 오후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정부대전청사 앞에서 지켜본 결과 자전거를 타고 오간 시민 40여 명 중 전용도로를 이용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한번 이용해봤는데 폭이 너무 좁고, 시내버스 정류장에서는 인도로 올라왔다 정류장을 지나면 다시 내려가야 하고… 너무 불편해요.”(30대 주부)

이런 문제점들은 지난해 조성 당시 대전충남녹색연합과 자전거동호회 등에 의해서 이미 제기됐다. 문제점이 드러나자 대전시는 전용도로에 노면표지병, 경계블록, 펜스 등을 뒤죽박죽 설치해 오히려 미관까지 해치고 있다.

대전시의회 한 의원은 “대전시 자전거도로는 전시행정의 표본”이라며 “다른 도시에서는 오히려 교통사고가 늘어 사업 추진을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정도 예산이면 시민 공용자전거인 ‘타슈’를 1000여 대나 구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자전거의 수송 분담률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문제점은 보완해 나가겠다”며 “앞으로 둔산대로, 한밭대로 등에서는 자전거길을 화단 등으로 확실하게 구분해 조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는 올해 안으로 계룡로와 한밭대로, 둔산대로에 30km의 전용도로를 추가로 조성하고, 3대 하천에는 레저와 생활교통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다기능 전용도로 35km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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