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외신 한국 때리기는 질투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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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확한 경제보도에… 정부대변인에 욕설까지…
“금융위기 헤쳐가는 한국경제에 삐딱한 시선”

정부 ‘막장질문’ WSJ본사에 공식항의 방침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에반 람스타드 기자가 8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근거 없는 룸살롱 문화와 기업체 접대를 운운하며 ‘막장 질문’을 한 것과 관련해 정부가 WSJ 본사에 공식 항의하고 공보서비스도 중단하기로 했다.

정부가 전례 없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은 한국경제에 대한 일부 외신의 부정확한 보도와 부적절한 취재 행태로 한국 정부와 국민이 고통 받는 이른바 ‘외신 스트레스’가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WSJ에 항의서한 보내 시정 촉구

람스타드 기자는 간담회에서 한국 여성의 사회 참여가 저조한 것이 남성의 룸살롱 회식문화 때문이며 재정부 공무원들은 기업으로부터 룸살롱 접대를 받는다는 전제를 깔고 윤 장관의 견해를 물었다. 간담회가 끝난 뒤 박철규 재정부 대변인이 “장관에게 하기에는 부적절한 질문이었다”고 지적하자 박 대변인에게 “당신도 룸살롱 다니는 거 아니냐”고 비꼬며 욕설을 퍼부었다.

김영민 재정부 외신대변인은 9일 “람스타드 기자가 정부 관계자에게 부적절한 질문을 하고 나아가 욕까지 한 것은 한국 정부에 대한 악의적인 취재 태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WSJ 본사에 공식적으로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적절한 조치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항의 서한에는 ‘기자가 질문할 권리에 대해선 인정하지만 욕을 한 것은 좌시할 수 없다. 이번 일은 처음이 아니며 적절한 조치가 있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정부는 WSJ 본사 측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3년간 서울에서 특파원 생활을 하고 있는 람스타드 기자는 지난해 9월에도 취재과정에서 김 외신대변인에게 욕을 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 정부가 WSJ 본사에 항의서한을 보내자 람스타드 기자는 사과 편지를 보냈다.

○ ‘외신 스트레스’ 근본적 개선 필요

일부 외신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한국경제의 위기설을 조장하는 듯한 기사를 여러 차례 내보내 정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08년 10월에 한 개 면을 할애해 ‘아시아에서 금융위기의 감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란 제목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외신들의 이 같은 ‘한국 때리기’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다수 신흥국이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유네스코는 이미 1980년에 ‘맥브라이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선진국 언론이 경제력이 뒤진 국가들의 사회문화 현상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외신기자들이 경제력이 낮은 국가에 배치됐을 때 그 나라의 사회현상이나 문화를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경제발전 속도가 빠르고 금융위기도 모범적으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해외 언론으로부터 강도 높은 시기의 대상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5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라도 외신의 잘못된 행태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적당히 넘어가면 비슷한 일이 G20 정상회의 기간에 재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국제행사에서 외신들의 잘못된 보도와 취재 행태는 국격(國格)을 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망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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