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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문학 얼씬 못하는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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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문학 얼씬 못하는 日

동아일보입력 2010-03-10 03:00수정 2010-03-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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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작가 250여 명 왕성한 창작… 시장 90% 차지
일본 도쿄 신주쿠에 있는 대형 서점 기노쿠니야. 일본 독자들의 자국 문학에 대한 높은 선호도를 증명하듯 진열대에 놓인 서적 대부분이 일본 작품으로 채워져 있다. 도쿄=박선희 기자
4일 오후 도쿄 신주쿠의 기노쿠니야 서점. 외국 문학 코너 한편에 자리 잡은 한국 문학 판매대가 눈에 들어왔다. 이광수의 ‘무정’, 채만식의 ‘태평천하’ 등 일제강점기에 나온 소설 몇 권이 꽂혀 있었지만 현대 작가들의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 대신 ‘파리의 연인’ ‘파파’ ‘선덕여왕’ 등 한국에서 방영됐던 드라마를 소설화한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한국 서점가에서 일본 문학 작품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과 대조적이었다.

한국 출판시장을 일본 문학작품이 점령하기 시작한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등장한 1990년대 초반. 2000년대 들어서는 에쿠니 가오리, 오쿠다 히데오 등 다양한 작가가 소개되며 일본 문학 붐을 이뤘다. 신초샤의 월간 문예지 ‘신초’ 편집장 야노 유타카 씨는 “해외에 수출되는 일본 문학작품은 주로 한국, 중국, 대만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 중 매출 비중이 가장 큰 나라는 한국”이라고 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본 내에서 한국 문학작품에 대한 반응은 초라했다. 일본 출판계에 동시대 한국 문학이 거의 소개되지 못한 이유로는 번역 문제, 문학 취향의 차이 등이 거론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요인은 ‘자국 문학에 대한 일본 독자들의 높은 선호도’다. 슈에이샤의 월간문예지 ‘스바루’의 기요타 오키 씨는 “30년 전만 해도 미국 문학을 비롯한 외국 문학 비중이 높았지만 지금은 문학시장의 90% 정도를 일본 작품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독자들이 자국 문학을 이처럼 즐겨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일본 출판계에 형성된 다채로운 작가군과 이들의 왕성한 창작력을 꼽을 수 있다. 계간 ‘자음과 모음’의 정은영 주간은 “일본에서는 전업 작가만 250명 정도가 활동하고 이들은 대개 2년에 신작 3권 정도를 단행본으로 출간한다”며 “불과 30여 년 사이에 굳이 외국문학에 눈을 돌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자국 문학의 콘텐츠를 풍성히 갖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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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로 자기 확장을 멈추지 않는 작가들의 노력도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젊은 작가인 나카무라 후미노리 씨는 “현재의 일본 문학은 트렌드를 규정할 수 없을 만큼 매우 다채로운 작품들이 나오고 있으며 세대 간의 구분도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견, 원로 작가들은 젊은 작가들과 소통하기 위해 오히려 젊고 새로운 감각으로 글을 쓰는 반면에 젊은 작가들은 실험적으로 중후한 문장이나 역사적 소재를 활용해 작품을 발표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장르문학과 순문학의 탄탄한 기반 아래 이들 영역을 오가는 새로운 작품들이 창작되고 있다는 점도 일본 문학계의 기반을 튼튼히 하고 있다. 신초샤의 저작권담당자인 기무라 다쓰야 씨는 “현재 일본에서 순문학만 추구하는 작가로는 오에 겐자부로 씨를 꼽을 수 있을 정도”라며 “장르문학과 순문학이 상호작용을 하며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김형수 씨는 “장르문학과 순문학이 각자의 실뿌리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융화되고, 중견 원로 작가들도 젊은 독자들의 평가를 의식하며 끊임없이 자기확대를 멈추지 않는다는 점 등은 국내 상황과는 다른 일본 문학계의 인상적인 면모”라고 말했다.도쿄=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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