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촌 네트워킹’ 더 쉽고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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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3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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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통신 1세대 사회 진입
과거의 경험 자연스럽게 활용
낯선 이와 관계맺기 자리잡아
스마트폰 확산이 기폭제
접속 시간대-관심사 비슷하면
단시간 내 오프라인에서 뭉쳐

'홍피디의 영화 살롱을 시작합니다. 홍대 앞 카페에서 뮤지컬 영화 '올리버'를 같이 보고 감성 충전했으면 좋겠습니다.'
뮤지컬 영화 마니아인 신홍식 씨는 시중 영화관에 가는 게 늘 못마땅했다. 영화관들은 비슷한 블록버스터 영화들만 상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오래된 뮤지컬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고 '영화 수다'도 한판 벌이고 싶은데 말이다. 신 씨는 지난달 말 낮 12시경 단문 블로그 '미투데이'에 위와 같은 간단한 메시지를 올렸다. 불과 5시간 뒤 홍대 앞 카페에는 신 씨의 메시지를 보고 달려온 누리꾼 10여 명이 모여 함께 영화를 봤다.
사람들이 정보나 생각을 공유하는 온라인 공간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가 'SNS 2.0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SNS 2.0의 특징은 서로 모르는 이른바 '0촌' 간의 네트워킹이 급속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 몰라도 순식간에 뭉친다
'눈 치우러 가실 분들을 모집합니다. (기사에 나온) 저기가 어딘지는 몰라도 (봉사할 수 있는) 판자촌 지역이 있을 거예요.'

1월초 한 포털 사이트에 폭설로 달동네 주민들이 고생하고 있다는 기사가 뜨자 한 누리꾼이 이런 댓글을 달았다. '동참하고 싶다'는 글들이 달리며 순식간에 눈 치워주는 자원봉사 클럽이 싸이월드에 생겼다. 이렇게 모인 30명은 한 판자촌 지역 주민센터의 지원을 받아 제설 봉사활동에 나섰다.

이 활동에 참여한 대학생 황원 씨(19)는 "아는 사람끼리 봉사활동에 나서면 친목 중심이 되기 쉽지만 온라인에서 봉사를 위해 새로 모인 사람들은 봉사활동을 더 제대로 할 것 같았다"고 참석 이유를 밝혔다.

0촌의 집결은 위기 상황에서 더 빛을 발한다. 지난달 오후 미투데이에서는 한 누리꾼이 친구의 지인에게 'O형 혈소판'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올리자 거의 24시간 만에 지원자 10여 명을 모을 수 있었다.

● 인터넷 1세대의 영향력 확대
전문가들은 PC통신 1세대가 사회에 진입하며 0촌 네트워킹 흐름을 더 확산시킨 것으로 본다. 과거에 0촌 네트워킹이 스스럼없이 이뤄지는 건 주로 10대 위주였다. 당시의 10대가 20, 30대가 되며 0촌 네트워킹을 사회생활에서 더 자연스럽게 활용한다는 설명이다.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온라인 공간에서 (서로 몰라도) 네트워킹하는 경험이 점점 많아지면서 오프라인에서보다 더 편하고 열린 태도를 갖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며 "그만큼 사람들이 사이버 공간에 익숙해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20, 30대에서 주류문화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은 '파티문화'는 0촌 네트워킹이 오프라인에서 자리잡은 사례다. 싸이월드 페이스북 등 SNS와 e메일로 익명의 회원들에게 파티 참석을 권하는 메시지가 많이 오간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파티를 통해 이름도 얼굴도 몰랐던 낯선 사람과 관계를 맺는 형태가 아주 기본적인 인간 교류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4, 5년 전에 비하면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0촌 네트워킹이 떠오른 건 '정보'가 그만큼 더욱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요즘 SNS 이용자들은 정보를 누가 만들었느냐를 따지기보다 일단 정보에 '접속'하고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보의 힘이 커지면서 정보 자체에 접속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제러미 리프킨의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얘기하는 접속시대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본다"고 풀이했다.

● 모바일 SNS의 확산 영향
더욱이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늘면서 이동 중에 틈새 시간을 활용하는 모바일 SNS 사용자가 늘고 있다. 모바일 SNS 이용자들은 틈새 시간에 이동하면서도 즉각 반응이 오는 걸 원할 때가 많다. 그런데 일상에 바쁜 친구들을 불러내는 건 쉽지 않다. 차라리 서로 안면이 없더라도 접속시간대가 같고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0촌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SK커뮤니케이션스 관계자는 "모바일 SNS 사용자들은 반응이 즉시 오길 기대하기 때문에 시간이 맞고 화제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과 관계가 더욱 끈끈해 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현재 세계 모바일 SNS 이용자는 2억 명을 돌파했으며 2012년에는 8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일본이 모바일 SNS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모바일 SNS가 확산되면서 오가는 메시지의 형태는 트위터나 미투데이처럼 짧고 간결해지는 추세다. 권기덕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여러 이미지가 많이 들어가는 일반 SNS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글 올리기도 쉽지 않다"며 "모바일 환경에 맞게 단문 메시지를 빠르게 올리는 형태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은아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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