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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순 없어도, 나눌 순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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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순 없어도, 나눌 순 있어요”

동아일보입력 2010-02-20 03:00수정 2010-02-20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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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주목 청각장애 사진작가 김영삼 씨, 아이티 돕기 전시회

절망 딛고 美유학 사진공부… 회화 접목한 신경지 개척 주목
美서 백남준 작품과 초대전도
“나를 통해 희망 가졌으면…”
청각장애인 사진작가 김영삼 씨가 18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밀알학교에 마련된 전시장에서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19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아이티 이재민들과 발달장애인들을 돕기 위한 사진전시회를 밀알학교에서 연다. 홍진환 기자

“귀가 들리지 않으니 ‘나쁜 말’도 안 들려 오히려 마음이 순수해지는 것 같아요.”

청각장애인 사진작가 김영삼 씨(32·사진)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데 어떻게 순간을 포착하느냐”고 묻자 “귀는 안 들려도 눈은 남보다 빠르고 정확하다”고 답했다. 소외계층을 위한 작품 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김 씨를 18일 발달장애인 특수학교인 서울 강남구 일원동 밀알학교에서 만났다.

○ “들을 순 없어도 눈으로 나눈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어머니 나혜숙 씨(62)는 김 씨를 두고 “귀한 아들”이라고 말했다. 1974년 부산에서 결혼한 뒤 계속 임신에 실패하다 4년 만에 김 씨를 낳았기 때문. 남다른 애정을 쏟았지만 아기는 남들과 달랐다. 큰 소리에도 놀라지 않고 태연했다. 누군가 불러도 멀뚱멀뚱 쳐다봤다. 말도 늘지 않았다. 지인들은 “귀한 애라 늦게 배우는 것”이라고 위로했지만 자꾸 마음에 걸려 병원에 데려갔다. 의사는 “청각장애 2급이다. 수술로도 고칠 수 없다”고 말했다. 나 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아기를 한동안 가사도우미에게 맡기고 기도원을 전전하던 나 씨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세 살 때부터 바로 미술을 배우게 했다. 미술로 남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를 다니게 했다. 수화는 가르치지 않았다. 다행히 김 씨는 활발했다. 친구들 틈에서 온몸으로 얘기하며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생일파티에는 친구들이 몰려들었다. 청각장애가 있지만 글을 배웠고 불편하지만 띄엄띄엄 의사소통은 가능하다.

남다른 ‘눈’을 가진 김 씨는 미술에도 재능을 보였다. 부산디자인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미국 뉴욕의 유명 예술대학인 ‘스쿨 오브 비주얼아트(SVA)’에 입학했다. 미술을 전공하던 김 씨는 “가만히 앉아 그림을 그리는 것은 내 성격과 맞지 않는다”며 사진예술학과로 전공을 바꿔 졸업한 뒤 현재 미국에서 유명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김 씨의 작품은 사진과 그림의 경계가 모호한 것이 특징이다. 사진을 여러 장 찍은 뒤 컴퓨터로 합성해 새로운 회화이미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작품은 미국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뉴욕 퀸스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작가전에는 그의 작품 2점이 백남준 작가의 작품과 함께 초대됐다.


○ ‘도시 안의 세계’展 내달 3일까지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나를 통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김 씨는 2005년부터 미국 뉴저지 밀알재단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장애인들의 목욕을 매주 도와주고 통학버스를 운전해주고 있다. 학생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전시회를 개최하고 수익금도 기부한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가 아프리카 케냐 등지에서 벌인 구호활동에도 직접 참여했다.

19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는 아이티 이재민들과 발달장애인들을 돕기 위한 사진전시회를 밀알학교에서 연다. 작품을 팔아 얻는 수익은 모두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와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다. ‘도시 안의 세계’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사진전에서는 그가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만든 작품 15점이 전시된다.

어머니의 도움으로 2시간 동안의 인터뷰가 끝날 무렵 김 씨는 할 말이 더 남은 듯했다. 어머니가 김 씨의 뜻을 알아채고 마지막 말을 전해줬다. “최고의 사진작가가 돼서 비싼 가격을 받고 작품을 팔아 더 많은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군요.”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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