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어휘 첫 단추’부터 잘못 꿰면 영어 ‘해도해도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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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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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출발, start=출발… 아직도 이렇게만 외우고 있나요?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예비 중3이 치르는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듣기평가의 비중을 50%로 늘리고 수능에 출제되는 모든 내용을 영어로 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즉, 대입 영어 시험에 우리말이 하나도 없게 된다. 이것은 글로벌시대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실용영어 교육을 강화하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원어민이 생각하고 말하는 것처럼 영어를 공부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영어교육은 그것과는 동떨어져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이 영어 단어의 뜻을 적으시오’라는 문제에 피상적인 의미 하나만 외워 적는 방식에 길들여졌다. 원어민의 사고를 이해하는 단어 공부를 하지 않고 한국식 사고의 틀에만 몰아놓고 있다.》

‘She woke from the dream with a start’를 해석해 보세요

예를 들어 excited라는 단어를 외우라고 하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excited=흥분한’ 같이 스펠링과 뜻을 반복해 적으면서 눈으로 외운다. 그런 다음 그 단어를 보면서 ‘흥분한’이라고 뜻을 말할 수 있으면 공부가 끝난다. 단어의 강세를 비롯한 정확한 발음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니 원어민이 말하면 알아듣지 못한다. 비록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해도 지문에서 이 단어를 만나면 문제없이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 영어 어휘, 제대로 알아야 학습효과 UP!
과연 그럴까? 자, 우리가 excited란 단어의 뜻으로 외우는 ‘흥분하다’를 우리말 사전에서 찾아보자.

「○ 흥분하다 [동사] ⇒ 흥분
○ 흥분 - 어떤 자극을 받아 감정이 복받쳐 일어남. 또는 그 감정」

(예문) 그는 사람들이 부모님에 대해 안 좋은 소리를 하자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흥분’이란 단어는 우리말로 부정적인 뉘앙스를 갖는다. 그럼 원어민들은 이 excited라는 단어를 어떻게 사용할까? 영영사전의 예문을 먼저 보자.

I'm so excited - Steve's coming home tomorrow. (난 정말 흥분했다. 스티브가 내일 온다.)

이 문장에서 ‘나’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 스티브는 나의 원수일까? 우리말의 부정적인 뉘앙스로 해석해보자. 스티브와 나 사이에 뭔가 문제가 있었고, 내일 스티브를 만나서 결투라도 벌이게 될 분위기다. 그렇다면 이 문장의 정확한 해석은 ‘난 정말 흥분했어! 스티브, 그 자식이 내일 집으로 온다잖아.(가만 두지 않겠다!)’가 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원어민에게 excited란 단어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영영사전을 보면 다음과 같다.

「○ excited[adjective(형용사)] happy, interested, or hopeful because something good has happened or is expected:」

즐겁고 관심이 생기고 희망에 차게 되는데 이는 뭔가 좋은 일이 이미 발생했거나 앞으로 발생할 것 같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원어민은 excited라는 단어를 만나면 머릿속에 happy라는 감정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니 화자 ‘I’는 지금 좋아서 설레고 들떠 있다는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그래야 excited란 단어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다. 위의 예문은 이렇게 해석해야 옳다.

I'm so excited - Steve's coming home tomorrow. (와∼ 너무 좋아. 스티브가 내일 집으로 온다니! (정말 좋다!))

▼ 원어민의 사고방식으로 익혀라… 안다고 생각하는 단어 다시 공부! ▼

○ 어휘 실력과 문장 추론 실력은 정비례
열심히 외워서 이미 정확히 안다고 생각했던 영어단어인데, 막상 시험에 나와서 해석하면 어색하거나 오류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영어단어의 문화적 배경과 뉘앙스 차이를 무시한 채 단편적인 뜻만 외웠기 때문이다. 영어 공부의 시작인 단어의 뜻부터 왜곡되면 당연히 그 이후의 영어 학습은 제대로 될 수 없다.

원어민의 사고방식대로 정확하게 익힌 단어의 힘은 놀라울 정도로 강하다. 만약 excited란 단어의 뜻을 원어민의 사고 틀로 익힌 학생이라면? 수능 지문에서 이 단어가 나온 문장을 만난다면 모든 문장을 다 읽고 해석하지 않아도 앞으로 즐거운 내용, 희망찬 내용이 나올 것이라 추론한다. 이렇게 되면 독해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정확성은 높아진다.

단어를 단편적으로 외운 학생은 정확한 의미 구조와 뉘앙스를 파악할 수 없고 뒤에 나올 내용을 추론할 수 없다. 당연히 모든 문장을 다 읽고 해석하느라 시간이 모자라게 된다. 게다가 서두르는 탓에 출제자가 파놓은 오답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실제로 많은 학생이 수능 외국어영역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시간 부족이다. 그런데 문제의 본질은 잘못된 어휘 학습에 있다.

○ 자신의 단어 실력 과신은 금물
“선생님, 단어는 ‘어느 정도’ 알겠는데 해석이 잘 안 돼요. 문법을 좀 더 공부해야 하나요?” 이런 질문을 하는 학생이 많다. 그런데 ‘어느 정도’라면 정말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많은 학생은 자신의 어휘 실력을 스스로 과대평가한다.

다음 문장을 해석하고 자신의 실력을 점검해 보자.

She woke from the dream with a start.

‘그녀는 시작과 함께(?) 꿈에서 깨어났다’고 해석하고 있지는 않은가? start가 ‘시작’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놀라다’라는 의미로도 사용되고, 실제로 수능에서는 ‘놀라다’라는 의미로 여러 번 출제됐다. 그래서 이 문장은 ‘그녀는 놀라서 꿈에서 깨어났다’라는 의미가 된다.

진정한 영어 실력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미 단어의 뜻을 알고 있다는 자만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떤 단어가 내가 알고 있는 뜻으로만 사용되는지, 또 다른 뜻은 없는지를 수시로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어휘를 제대로 익히는 방법이자 영어의 기초를 튼튼히 다지는 방법이다.

외국어 공부에서 중요한 점은 피상적인 의미 구조가 아니다. 그 언어가 사용되는 문맥을 파악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음에 나올 내용을 예상하고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의 어휘는 그 어휘가 사용되는 정확한 상황에 들어가야 진정한 속뜻을 알 수 있다.

영어를 잘하고 싶다면, 초심으로 돌아가서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어휘부터 다시 공부하자. 교과부에서 지정한 기초적인 어휘 2067개를 익히는 과정부터 시작하면 더욱 좋다. 시도 때도 없이 철자만 달달 외우거나 단어의 뜻 하나만 연습장에 까맣게 적어 만족하는 공부는 진정한 영어 실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휘를 정확하게 발음하고, 상황을 그려보며, 옳은 표현을 하려고 애쓰자.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영어에 뿌리를 확고히 내려 내공을 가진 실력자로 거듭날 수 있다. 그리고 수능 외국어영역 고득점의 주인공이 되는 기쁨도 누리게 될 것이다.

▶자세한 설명은 ezstudy.co.kr윤정호 EBS 외국어영역 대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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