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범석]“반갑긴 한데…” 디도스 보안교육 교사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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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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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반갑긴 한데….”

내년 중학교 2학년 기술·가정 교과서에 인터넷 해킹 및 정보보안 단원이 신설된다는 보도(본보 8일자 A2면)를 하기 위해 중고교 기술·가정 교사 몇 명을 만났다. 그간 정보보안 분야는 주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가르쳐왔다. 중학교에서는 이번에 처음 다뤄진다. 지난해 7월 7일부터 일주일간 국내외 26개 주요 웹사이트를 마비시킨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대란(大亂)부터 개인정보 유출, 백신 프로그램 사용 등 최신 사례 위주로 실린다.

교사 대부분은 보안 문제를 교과서로 가르친다는 사실 자체에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초중고교생의 99.9%가 인터넷을 쓰는 게 우리 현실이다. 워낙 어릴 때부터 인터넷에 익숙하다 보니 중학생들이 디도스 모방 범죄에 가담한 사건도 있었다. 어른들보다 더 자유자재로 인터넷을 쓰는 10대에게 정보보안 교육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는 분위기다.

인터넷이 생활의 일부가 됐지만 기술·가정 교과는 중학교 교과과정에서 유일하게 관련 내용을 가르치는 과목이다. 이 과목의 교사들은 늘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했다. 수많은 정보가 ‘초 단위’로 시시각각 등장하는 인터넷 시대에 새로운 사실을 전해주기보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확인시키는 기능만 해왔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지금까지 다양한 방법을 써왔다. 하지만 번번이 좌절을 겪었다. “교과서에는 여전히 ‘윈도XP’ 사용법이 실려 있는데 현실에선 ‘윈도7’이 이슈가 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아예 인쇄물을 나눠주며 그때그때 가르쳐 왔다”는 교사도 있었다. 디도스 문제 등으로 사회가 시끄러워도 10대 대상 교육은 외부 보안업체 등 주로 교실 밖에서 이뤄졌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교사들은 정보보안 교육을 통해서라도 아이들이 인터넷 관련 수업에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보안이나 윤리 문제 등 학생들이 인터넷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분야를 다루는 것이 관심을 끌어내는 데 더 낫다는 것이다.

“사정이 좀 나아졌다”는 교사들. 하지만 얼굴엔 아직 어두운 기색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3세 이상 인구 가운데 77%가 인터넷을 쓰는 ‘정보기술(IT) 강국’에서 이제야 중학생들에게 보안 문제를 가르치는 현실, 게다가 이를 인터넷 수업에서 관심을 끄는 데 도움을 주는 소재로 기대한다는 대목에선 10대 대상 인터넷 교육이 ‘멀어도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범석 산업부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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