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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영어강사퇴출운동’이 스토킹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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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영어강사퇴출운동’이 스토킹이라고?

동아일보입력 2010-02-05 15:01수정 2010-02-0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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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인종차별이라고?…'불량 원어민강사 퇴출' 모임 운영자 이은웅 씨
\'LA타임스\' 1월31일자로 보도된 \'올바른 영어교육을 위한 시민모임\' 운영자 이은웅 씨 인터뷰. 이 신문은 지난 2월, 이 모임과 관련해 \'단일 민족 사상이 강한 한국인들이 외국인 혐오 운동을 펼치고 있다\'는 주한 외국인강사들의 주장을 기사화한 바 있다. 사이트 캡처.

지난달 31일 미국 일간 LA타임스는 이은웅 씨(40)의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그는 네이버 카페에서 '올바른 영어교육을 위한 시민모임(불법 외국인강사 퇴출을 위한 국민운동·이하 시민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신문은 '마약 복용, 성추행 등을 일삼는 불법 외국인 영어 강사들을 퇴출시켜 어린 학생들을 보호한다'는 시민 모임의 활동 내용과 '스토커처럼 외국인을 따라다니며 인종차별적 협박을 한다'는 한국내 외국인강사협회(ATEK) 대변인의 주장을 나란히 실었다.

기사가 나가자 LA타임스 인터넷 게시판에는 순식간에 수십 건의 댓글이 올라왔다. '한국은 원래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비난부터 '솔직히 내 친구들 중 상당수도 대학 졸업 후 특별히 할 일이 없어 한국에 영어를 가르치러 갔다. 돈 벌고 파티 하는 게 사살 상 주요 목적 아닌가'라는 반박문까지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2일 만난 이 씨는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기사들과 비교하면 이번 LA타임스 기사에는 우리 입장이 많이 반영돼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인터뷰 자리에는 시민모임의 운영진 멤버인 A씨(37·대기업 과장)도 함께했다.

현재 시민 모임 가입자 수는 총 1만7000여명. 실제로 활동하는 회원 수는 300~400명이다. 이 씨는 이 모임의 3대 운영자다.

LA타임스는 지난해 2월 '단일 민족 사상이 강한 한국인들이 외국인 혐오 운동을 펼치고 있다'는 외국인 강사들의 주장을 비중 있게 보도한 적이 있다. 당시 기사는 한 원어민 강사의 말을 인용, '얼마 전 미국에서 한 한국인 교환학생이 미성년자 관련 성범죄로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미국에선 모든 한국인을 몰아세우지 않는다. 이는 개인적인 이슈일 뿐이다'고 마무리 지었다.

지난해 연말에는 미국과 캐나다의 몇몇 라디오와 신문이 시민모임을 비판하는 내용을 보도했다. 한 신문은 '한국에서는 남아 선호사상으로 여성이 부족해졌고 이런 인구적 변화로 외국 남성들이 한국 여성, 그것도 매력적인 여성이 외국인과 교제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이것이 외국인 강사 혐오 현상을 부채질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왜 외국 언론이 '시민모임 때리기'에 나서게 된 것일까. 다음은 이 씨와의 일문일답.

외국인 강사 단체와 해외 언론은 시민모임을 외국인 혐오 모임이라고 규정짓는 분위기다. 왜 이런 공격을 받게 됐나.

"이 모임은 2005년 1월 원어민 강사들의 인터넷 채용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게시물이 계기가 돼 설립됐다. '한국 여자는 꼬시기 쉽다… 여중생과 성관계했다'는 내용으로 많은 한국인들을 분노하게 했던 사건이다. 하지만 처음 우리 모임에 가입한 사람들 중 일부는 외국인과 사귀는 여성들을 비하, 공격하는 데만 힘을 쏟았다. 이로 인해 '한국남성 대 한국여성'이라는 불필요한 갈등 구조가 조성됐다. 그 후 자체적인 정화노력을 통해 무자격 원어민 강사들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교육적 모임으로 정착하게 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외국인 강사 단체와 해외 언론은 당시 불거졌던 한국인 여성의 외국인 남성과의 교제 문제에만 집중한다. 이들은 '한국 여성이 외국 남성과 사귀는 것이 잘못이냐'고 주장한다."

이들은 법무부가 2007년 말부터 원어민 회화지도(E2) 비자 인정서 발급 때 범죄경력증명서와 건강진단서를 의무화한 것이 외국인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관계 기관에 확인한 결과 국내 교사들도 임용 고시를 볼 때 범죄 경력서를 제출하고 채용신체검사를 받는다. 우리 신체검사에는 매독 등 성병 검사까지 포함되고 지문날인까지 하게 한다. 또 학원 강사의 경우 아동성범죄 전력 검증이 필수적이다. 왜 역차별이라는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주한)원어민 강사들이 중상모략 캠페인의 타깃이 됐다'는 제목의 지난해 12월8일자 '밴쿠버 선'기사. 사이트 캡처.

외국인 강사협회는 시민모임 회원들이 이들의 집, 직장 부위를 배회하며 '스토킹'한다고 말한다. 수사권이 없는 자들에 의한 인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현재 이 모임 회원의 대다수는 30~40대 주부와 직장인 남성들이다. 운영진 가운데는 유독 대기업 직장인들이 많다. 어떻게 매일 스토킹을 할 수 있겠나. 인터넷 카페를 통해 불법 강사들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면 운영진 몇 명이 이들의 제보가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그 강사가 해당 학원에 근무하는지만 알아본다. 이후 곧바로 수사기관에 정보를 전달한다. 강사들이 자신들을 따라다닌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수사기관 관계자일 가능성이 높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외국인 강사협회는 지난 연말 'KEK(Kill White in Korea)'라는 단체로부터 '외국인들을 한 명씩 처단하겠다. 소란 피우지 말고 한국을 떠나라'는 협박 e메일을 받았다. 협회는 시민모임과의 연관성을 의심하고 있다.

"나는 지난해 12월, '(외국인 강사협회 운영자가)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해 에이즈에 걸렸다'는 거짓 소문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강사협회 운영자로부터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명예훼손이라는 것이다. 누군가가 내가 외국인 강사와 관련해 카페에 올린 글을 캡처한 뒤 이를 교묘하게 편집해 유포한 것이다. 이 사건과 협박 e메일 모두 우리 모임을 폄하하려는 누군가가 조작한 것이다. 경찰 수사가 끝나는 2, 3개월 후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강사협회는 '소수의 문제 강사들 때문에 전체 외국인 강사들이 마치 범법자인냥 오해를 받는다'고 억울해 한다. E2비자를 가진 강사들이 저지르는 범죄율은 0.5% 미만으로 한국의 전체 범죄율보다 훨씬 낮다는 것이다.

"우리도 안타까워하는 부분이다. 제대로 된 강사들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에 동의한다. 외국인 강사들을 폄하할 목적만으로 우리 모임을 취재하려는 기자 한 명을 설득해 돌려보낸 적도 있다. 하지만 사실 0.5% 범죄율에도 통계적 함정이 있다. 사실상 대다수의 문제는 E2비자를 합법적으로 획득하지 않은 채 강단에 서는 자들이 일으킨다. 이들은 통계에 잡히지도 않는다."

이때 인터뷰를 지켜보던 A씨가 거들었다.
"경북의 한 도시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떠든다며 강사가 아이를 핀으로 찌르는 사건도 있었다. 이 사건으로 해고된 강사는 억울하다며 학원을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했다. 알고 보니 이 사람은 본국인 캐나다에서도 비슷한 문제로 교사 자격을 박탈당한 자였다."
캐나다 '내셔널 포스트'지의 지난해 12월7일자 기사. '한국의 한 단체가 캐나다 (영어)교사들에게 부녀자 희롱, 마약복용 혐의를 제기하다'는 제목이 달려있다.

시민 모임을 시작한지 5년이 넘었다. 아직까지 불량 원어민 강사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는가.

"현재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메이저 영어학원들에서는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성인, 청소년 대상 학원들도 괜찮은 편이다. 이른바 '영어 유치원' 중 큰 학원에서 운영하는 시설들에서도 특이 사례가 거의 없다. 문제는 어린이집, 일반 유치원, 영어 놀이방 등 이른바 '유사영어 교육시설'에서 불법으로 고용하는 경우다. 특히 요즘은 단속의 눈길이 덜한 지방에서 이런 문제들이 많이 발견된다."

시민모임은 지금까지 무자격, 부적격 영어 강사의 사례를 수사기관에 제보해 약 100여명을 교육 현장에서 몰아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는 인터뷰 내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교육적 목적으로 시작한 운동이 왜곡돼 한국인-외국인간 충돌로 변질되는 것이 가장 우려된다"는 것이다.

"회원들 가운데는 외국인 강사 '정화 운동'에 협조하겠다며 가입하는 외국인 강사들도 있다. 우리 모임도 사이트를 통해 '좋은 외국인 강사 추천하기' 코너를 만드는 등 '외국인 강사 바로보기 운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시민모임과 외국인 강사 협회와의 갈등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이 씨는 "우리 모임에 대한 오해만이라도 속 시원히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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