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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뒷짐 지고 있을순 없다”… 검찰 “전국 검사 하나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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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뒷짐 지고 있을순 없다”… 검찰 “전국 검사 하나 되자”

20061001|이종식기자 , 20081014|전성철기자 입력 2010-01-22 03:00수정 2015-05-2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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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입증 못한 檢책임 더 커

1심판결 공격은 판사 모욕”

“우리법연구회 해체” 글 게시

파장우려 공식대응은 자제
■ 물밑 불만 커지는 법원
2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정문 앞에서는 보수단체 회원 100여 명이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무죄 판결을 비난하며 확성기를 통해 “대법원장과 재판장은 물러나라”고 일제히 고함을 질렀다. 추운 날씨에 창문은 꼭 닫혀 있었지만 이들의 외침은 법원의 판사실 안까지 전해졌다. 이를 듣던 한 고법 부장판사는 “상급심 판단을 기다려 보지도 않고 1심 판결만 두고 법원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2500여 명의 전체 판사에 대한 모독”이라면서도 “법원은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면 허수아비와 같은데 이번 사태가 참으로 걱정된다”며 혀를 찼다.

검찰은 물론이고 정치권까지 나서 비판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법원은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판사들 사이에서는 마냥 뒷짐만 지고 있을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우리법연구회 논쟁 내부서 불거져

시국사건에 대한 잇단 무죄 판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법원 담장을 넘어서고 있지만 법원 내부에서는 애써 반응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21일 오후 경기 의정부지법 포천시법원의 임희동 판사(60·사법연수원 6기)가 법원 인터넷 내부 게시판에 ‘우리법연구회’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서 술렁이기 시작했다. 진보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는 법원이 이념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보수 진영의 공격을 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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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판사는 “잘못하면 법관들이 사사로이 모여 세력화할 염려가 있다는 우려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대법원이 우리법연구회의 목적과 활동을 조사해 염려의 소지가 있다면 해체를 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글에 대해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문형배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는 코트넷(법원 내부통신망)에 학술단체로 등록돼 있다. 올해 회원 명단이 첨부된 논문집 6집이 발간되면 학술연구단체의 성격이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라는 답글을 올려 반박했다.

○ “국민 법감정에 반하는건 사실”


최근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일부 판결에 대해 법관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 판사들 사이의 불문율이기 때문. 그럼에도 다수의 판사들은 최근 논란이 되는 판결에 대해 대체로 시빗거리가 존재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에 대한 무죄 판결의 논리가 판례나 국민의 법감정에 반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증인 신청도 제대로 안 해 범죄 입증을 못한 검찰의 책임이 더 큰데 비난의 화살은 법원에만 쏠려 있다”고 말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강 대표 판결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뭇가지만 본 것 같고, MBC PD수첩 무죄 판결은 숲은 봤는데 나무를 소홀히 여긴 측면이 있다”면서도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기도 전에 검찰과 정치권이 나서 1심 판결을 공격하는 것은 사법질서를 무력화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 “소통 시스템 붕괴가 낳은 참사”


법원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이념적 대결 구도로 몰고 가는 것에 대해 “이성적이지 못하다”고 일축한다. 그 대신 최근 형사단독 판사들이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는 주된 이유로 법원 내의 종적, 횡적 소통이 급속히 약화된 것을 꼽는다. 특히 지난해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 논란 이후 선후배 판사들 사이에 재판에 관해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언로가 막히면서 서로 간의 토론이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1996년 치과의사 모녀 살인사건 때 사건이 미궁에 빠지자 서울고법 배석판사들이 모두 모여 올바른 결론을 내기 위해 치열하게 토론했다”며 “그러나 요즘은 시빗거리를 피하기 위해 법원장은 물론이고 선배 법관들 어느 누구도 선뜻 후배들과 소통하려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 내부결속 다지는 검찰
“감정적 대응땐 역풍 우려”
金총장, 검사회의 신중모드
여권 사법개혁 움직임에 기대
李법무 “본연임무 매진” 지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의 국회폭력 무죄판결과 MBC PD수첩 제작진 무죄판결 등으로 법원-검찰 간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21일 열린 전국 검사 화상회의는 법원 성토의 장이 될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차분하게 끝났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10시 대검찰청과 전국 18개 일선 검찰청을 화상회의시스템으로 연결해 진행한 회의에서 “이번 주, 지난주 복잡했지만 바르고 반듯하게 나아가자”는 말 외에는 최근 현안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다. 전날 “사법부의 판단에 불안해하는 국민이 많은 것 같다”고 비판했던 것에 비하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검찰이 불과 하루 만에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한 발짝 물러선 것은 사법갈등이 장기간 계속되면 결국 ‘교각살우(矯角殺牛)’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를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이 일시적으로는 검찰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할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국민의 사법 불신으로 이어져 검찰의 신뢰까지 갉아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총장이 대검 주요 간부들과 점심 자리에서 쉬지 않고 꾸준히 일하면 큰 뜻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의 고사성어 ‘우공이산(愚公移山)’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 대표 사건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의 시국선언, PD수첩 사건 등에 대해 잇따라 무죄가 선고됐다고 실망하거나 흥분할 필요 없이 지금까지 해온 대로 원칙을 지켜야 궁극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이번 화상회의를 통해 전국의 검사가 하나가 됐으면 한다”며 내부 결속을 강조했다. 그는 “검찰총장에 취임한 뒤의 상황을 인천상륙작전이라고 본다. 인천상륙의 유일한 목적은 서울 장악이다. 일부는 갯벌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모든 부대가 각개약진 전투를 벌여 서울을 향해 가야 한다. 지금 와서 서울로 가느냐 부산으로 가느냐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뿌리 깊고 덩치가 큰 나무는 바람이 불고 태풍이 치면 소리가 많이 난다. 그래도 굳건히 그대로 서 있다”고 언급했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이 이용훈 대법원장의 승용차에 계란을 투척하고, 무죄판결을 내린 판사들에 대한 신변 위협 우려가 나타난 것도 검찰이 신중한 태도로 돌아서게 하는 데 영향을 끼친 듯하다. 법원에 대한 과도한 비판이 자칫 ‘법관 테러’ 같은 불상사를 낳을 때에는 나중에 책임 소재 문제에서 검찰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법을 다루는 기관이 또 다른 형태의 불법을 부추겼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검찰에 “흔들림 없이 법질서 확립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매진하라”며 복무기강 확립을 지시한 것도 같은 흐름에 놓여 있다. 법무부는 “일련의 상황에 국민이 많이 걱정스러워하고 있고 검찰도 일부 법원의 판결에 다른 의견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국회가 사법제도 개선 논의를 시작했고 법무부도 형사사법절차 전반에 관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대응 자제를 주문했다.

무엇보다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위가 논의 중인 내용은 법관 임용 및 업무분장 시스템 개선 등 주로 법원개혁에 맞춰져 있다. 이는 과거 수차례의 사법개혁이 주로 피의자, 피고인의 인권과 방어권 보장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검찰의 힘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된 것과 정반대다. 국민 여론을 업고 법원개혁이 이뤄지면 그동안 법원 쪽으로 기울었던 힘의 균형추를 검찰 쪽으로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 검찰은 과연 소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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