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까지 나서 “우려” 표명… 법조 양대 축 전면전 치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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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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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따라 엇갈린 판결”
검찰 해묵은 불만 폭발
“형소법 기싸움” 해석도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의 국회폭력 사건에 대한 무죄판결과 용산참사 미공개 수사기록 열람·등사 허용으로 촉발한 법원과 검찰 간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법원 판결과 재판 진행을 비판하자 대법원도 보도자료까지 내가며 유감을 표시했다.

○ 일관되지 않은 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

검찰은 비슷한 사안이라도 법관에 따라 엇갈린 판결을 내리는 법원에 불만이 적지 않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관의 개인 성향에 따라 판결이 엇갈린 예로 서울남부지법 형사5단독 마은혁 판사가 국회 본회의장에 난입해 미디어법 처리 반대 농성을 벌인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것을 꼽는다. 같은 법원 형사9단독 김태광 판사가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강행처리에 반대해 국회 회의장 출입문을 부순 민주당 문학진 의원, 민노당 이정희 의원 등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것과 비교할 때 마 판사의 판결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이후 불구속 재판 원칙이 강화돼 영장 기각률이 높아지면서 법·검 갈등이 잦아진 점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꼽는 이도 많다. 재판 과정에서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가급적 불구속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를 수사단계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은 수사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는 것이 검찰 측 주장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영장 발부 비율을 ‘관리’한다는 의혹까지 공공연히 제기한다. 지난해 12월 한 재경지검에서는 평소 25% 수준인 영장 기각률이 한때 50%를 넘어섰다. 이를 두고 일부 강성 검사는 “법원이 연말 통계를 맞추기 위해 영장심사를 엉터리로 하고 있다” “법원이 관료화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 법원과 검찰 간 자존심 싸움도 있어

이번 법·검 갈등 이면에는 형사소송법 개정과 양형 기준제 확대 실시 등을 앞둔 양 기관의 ‘기(氣) 싸움’도 작용하고 있다. 법원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의견을 표명한 적은 없지만 법무부가 사법협조자 형벌 감면제, 참고인 강제 구인제, 영장 항고제 등을 올해 하반기 국회에 제출할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포함시키려는 데 대해 내부적으로 반대한다는 방침을 정리해둔 상태다.

또 양측은 양형위 내부에서도 법관의 양형재량을 축소하는 양형기준점 설정이나 형량구간 세분화 문제 등에 대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가 양형위 논의가 진행 중인데도 지난해 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양형기준안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양형기준법 도입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간 법·검 갈등 때마다 “사법권은 법원에 있으며 법원과 검찰은 대등한 기관이 아니므로 갈등이란 표현은 옳지 않다”며 공식적 대응을 자제해온 대법원이 15일 최근 사태에 대한 언론보도를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도 이번 갈등이 간단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재판의 독립성이 훼손될까 우려된다”는 대법원의 비판은 사실상 이번 사태에 불을 지핀 검찰을 향한 불만 표출이라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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