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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칼럼/김마스타]거리음악인 ‘버스킹족(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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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칼럼/김마스타]거리음악인 ‘버스킹족(族)’

동아일보입력 2009-12-24 14:18수정 2014-08-2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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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치열한 열정에 눈물이 난다
언더그라운드의 아나키스트들 '버스킹족'

[영한사전]
busk : vi. 《영》 (큰길이나 술집에서 노래·춤·요술 등의) 연기를 하다, 공연하다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이름 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뮤지션들이 있다. 3세계 음악, 혹은 월드뮤직이라 불리기도 하고, 그저 비주류 음악인으로 취미 삼아 공연을 벌이는 부랑자 이미지를 가진 무소속주의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거리에서 게릴라 공연을 펼치는 버스킹 문화가 인디 문화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사진은 버스킹 밴드 \'아서라이그\'



EBS '명동백작'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1950년을 전후로 번성했던 살롱문화에서 드문드문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막걸리 집에 나타나 취객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던 이들. 고인이 된 가수 김현식에게 헌정했던 가객이란 칭호는 이들에게 더 적합한 수식어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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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차례대로 음반을 내고 활동하는 버스킹(길거리에서 노래하기)의 역군들로는 '캐비넷싱얼롱즈' '사운드박스' '아서라이그' 그리고 '좋아서 하는 밴드'를 꼽을 수 있다.

▶ 하고 싶은 건 뭐든지 하고 산다, 버스킹族

이 중 '사운드박스'는 홍대 놀이터에서 찬반 여론을 모두 짊어진 채 탭댄스와 부지런히 돌아가는 공장리듬 그리고 랩까지 소화한다.

이동이 간편하고 소리가 큰 악기들을 주로 사용하며 최근엔 젬베 라든지 카혼 같은 타악기를 유행시키기도 한다. 길거리에서 관객들과 얼굴을 맞대고 하는 음악 활동은 '진검승부'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다.

전미와 유럽등지에서 그리고 아시아의 곳곳에서 전통음악과 더불어(우리나라로 치면 동네를 돌아다니던 사물놀이나 마당극이 버스킹족의 원조가 아닐까) 자신들의 창작곡을 알리기 위해 그 흔한 마이크 하나 없이 달려드는 무서운 예술적 존재들.

음반을 내겠다, 개런티를 받겠다, 유명해지겠다 등 속세의 유혹과는 무관하게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메인 곳 없이 거리를 떠도는 그들은 진정한 아나키스트들이다.

포크가수 손지연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전국 팔도 어디라도 단돈 오 만원(그저 차비)에 다닌다. 수십 배에 이르는 선 개런티를 받아도 5만원만 빼낸 뒤 다시 주최 측에 보내버리는 진정한 대인배.

버스킹 문화의 전도사를 자처한 '좋아서 하는 밴드' 이들의 목표는 명예나 돈이 아니다. 그저 좋아서 할 뿐이다.


▶ 영화로 소개되는 '좋아서 하는 밴드'

영국 버스킹족의 노래인 'if I ruled the world(내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면)'은 제목 그대로 '내가 세상을 좌지우지 하는' 동화 속 꿈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론 거창한 권력 얘기가 아니다. 그저 무대와 객석이 나란히 있는 길거리에서 연습했던 것들을 풀어내는 것(흡사 보부상 같다), 종일 걸어 산 넘고 물 건너 자기물건을 팔러 다니고 저녁엔 주막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는 것 같은 향긋한 노동의 진가. 그리고 그 에너지를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 그 하나면 족하다.

최근 '좋아서 하는 밴드'(http://cafe.naver.com/joafilm/118)는 1년 넘는 그룹의 활동상을 두 명의 감독과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지난 2일 서울 삼청동 선재아트센터에서 '좋아서 만든 영화'라는 제목으로 시사회를 열었다.

이날은 M.net의 버스킹 프로그램 'director's cut'으로 버스킹족을 만났던 하림(원래 수년전부터 홍대에서 버스킹을 해왔던 그는 당시 계약문제로 가면을 쓰고 공연해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도 참석을 했고 관련 교수들과 언론인 그리고 영화인들도 다수 참석했다.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던 몇몇의 버스킹족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 "물주 없어도 행복해(no sponsor but we are happy)"

영화적 관점에서는 아쉬움이 없었을 리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아나키스트 뮤지션이 사회적 관심을 모을 수 있다는 것. 거대한 스폰서도 자본의 도움도 없었지만 진정한 인디 아티스트의 순수함 그리고 무모하지만 격정적인 젊음의 발산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자리였다.

버스킹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기존의 음악방송에서는 쉽게 들어볼 수 없는 이름을 살짝 익히는 게 좋다.

'달콤한 소금' '우주히피' '어쿠스틱 월드'는 홍대클럽 打[ta:] 무료라이브 - Busking day(평일 공연이 없는 날 무료입장으로 약간은 미사리 분위기를 풍기지만 그래도 버스킹을 실내에서 한다)와 2009 파주헤이리 판 페스티발 버스킹 홀리데이 '소박한 거리음악회'(http://cafe.naver.com/2009pan/158), DMZ다큐영화제 부대행사 등지에서 점점 입지를 넓히고 있다.

버스킹은 실내에서 이뤄지기도 한다. '달콤한 소금' '우주히피' '어쿠스틱 월드'는 홍대클럽 打[ta:]에서 무료라이브를 펼치기도 한다.


대형 락 페스티벌에서 요구하는 비싼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오늘날 대중문화의 한 구석을 구경할 수 있다.

원래 '오르가슴밴드'였던 '오!브라더스'도 한때 길거리 공연을 다년간 해왔으며 버스킹의 정확한 명칭이나 인식이 없던 시절 4년간 H대학교의 구내식당에서 학생 정식만 먹으면서 공연을 해왔다고 한다. 이런 집념과 용기를 지닌 뮤지션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언급한 이름들은 아직은 골방에서 창밖을 보는 수준일지도 모른다. 천만의 관객도 없고 방송사와 언론사를 왔다갔다 데려다 주는 기획사의 외제 승합차도 없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부류들이다.

▶ 바람처럼 살다

버스킹의 낭만을 제대로 표현한 영화들이 있었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나 '하바나블루스' 그리고 '원스' 가 그것들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포크음악과 더불어 수없이 많은 외국의 버스킹 장면들을 낭만적으로 접해왔다. 그 덕에 자그마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없어 보이기 딱 좋은 '이 짓'을 보통의 젊은 세대들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로 여기고 이들에게 뭔가 범상치 않은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영화 '원스'의 대박 이래로 많은 젊은 여성들이 통기타를 배우려고 하고 소싯적에 기타 좀 치며 팝송대백과를 넘겨본 20~30대의 남성들은 장롱 위에 놓아두었던 통기타를 꺼내어 수리점에 맡기기 시작했다. 이는 경제적 부담이 덜 드는 취미생활을 위해 혹은 광고에 등장하는 쿠바나 유럽의 뒷골목 이미지를 따라하는 일순간의 유행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간단한 변화는 아니다.

세계 각국의 버스킹족이 함께 부르는 밥말리(bob marley)의 '노 워먼 노 크라이(no woman no cry)'나 '스탠 바이 미(stand by me)'의 유튜브 동영상은 많은 버스킹족에게 희망을 던지고 있다. 유튜브 같은 값싸고 세계적인 인터넷 미디어의 번성은 버스킹족의 든든한 우군이다.

라비아쑈(laviashow.com)에는 돈 많이 들인 뮤직비디오가 아니라 단숨에 찍은 것 같은 이름 없는 가수의 소박한 라이브(주로 거리에서) 동영상들이 즐비하다. 무시무시한 제작비의 뮤직비디오가 아니어도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좋아하는 뮤지션의 영상을 접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을 제작하는 이들도 함께 노래를 부르는 동료 뮤지션이다. 용기만 낸다면 누구라도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 셈이다.

2008년 히트한 영화 '원스'는 해외 버스킹족들의 낭만을 한국에 전파한 1등 공신이다.


▶ 어느덧 우리 문화 깊숙이 들어온 버스킹

'좋아서 만든 영화'에는 밴드가 부산의 해변에서 거리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를 찬성하고 반대하는 시민들 간에 갈등이 생기는 대목이 나온다.

밴드 공연을 찬성하는 주민들은 남에게 피해 주지 않은 선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하는 건데 왜 그렇게 반대를 하느냐며 반대 여론을 무마시키고 공연을 성사시킨다. 그리고 부산 시민들은 그들에게서 많은 감동을 받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결국 좋아서 하는 일은 언젠가 인정을 받고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메시지를 영화는 전달한다.

홍대에서 오랜 시간 활동을 해오던 어느 밴드가 이제 새로 시작하는 공중파 드라마의 음악 감독이 되었다는 이야기. 그들은 대개 이런 얘기들을 주로 한다.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하다보니 이런 날도 오더라는 것이다.

지금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대신 나에겐 피해를 주고 있는 게 아닌가. 스스로는 행복하지 못한 게 아닌가. 한번 돌아볼 일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만이 가지는 행복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글을 마무리 하며 수년 전 홍대놀이터를 떠들썩하게 했었던 모회사 mp3 광고의 주인공 '아소토유니온 (asoto union)'을 추억한다. 경찰과 쫓고 쫓기는 행진을 하던 이들은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유치장에 갇히고 즉결심판까지 받으며 거리문화를 만들어가는 거리의 악사들…. 때론 그들의 열정에 눈물이 난다.

그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2010년에는 더 많이 열리기를 바란다. 이들은 거리가 아닌 더 훌륭한 무대에서도 충분히 빛날 것이다.
김마스타 / 음악인 sereeblues@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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