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사승]인터넷신문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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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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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남부의 하이데라바드에서 이달 초 열린 세계신문협회(WAN) 총회는 신문의 딜레마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종이신문 광고는 무너지는데 웹사이트에서 그만큼 회수할 수 있으리라는 꿈은 말 그대로 꿈으로 결론 났다. 사이트의 배너광고에 눈을 두는 이용자는 많지 않았다. 사라진 광고는 단 두 개의 사이트, 구글과 야후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10여 년 매달린 종이와 온라인의 융합 생산에서 얻어낸 매출이 예전 종이신문 하나만큼도 안 됐다. 종이신문의 활로라 굳게 믿고 없는 돈을 투자해 왔지만 얻은 것은 믿었던 만큼 크나큰 인터넷에 대한 배신감이다.

불과 4년 전 한국에서 열린 총회에서 신문은 인터넷에서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소리쳤다. 관찰자에게 이런 기대는 열에 들뜬 소리로 들렸다. 인터넷 전략의 핵심에 대한 고민은 없이 그냥 내달렸기 때문이다. 종이신문용으로 만들어 놓은 뉴스콘텐츠를 그냥 삽으로 퍼 담아 옮겨 놓기만 하는 것이 전부였다. 뉴스 수용자는 본디 주는 대로 그냥 보는 것이라는 계몽주의적 태도는 언제나 완강했다.

인터넷은 또 하나의 디스플레이 창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했다. 상호작용성은 수용자가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놀라운 적응능력을 제공한다. 멀티미디어 기능이 더해지면 초적응 능력을 갖춰 상상 이상의 변화를 창출하기도 한다. 변화 정도가 아니라 기존의 것을 아예 파괴시키는 와해기술로 작용하기도 한다. 시민이 생산자가 되는 시티즌 저널리즘은 작은 예에 불과하다. 인터넷은 플랫폼이면서 동시에 생산자와 수용자를 끊임없이 진화시키는 유기적이고 창의적인 생명체나 마찬가지다. 생각지도 못했던 유형의 수용자가 나타나는 당혹스러운 현실의 배경에는 이런 논리가 있다. 신문은 이걸 몰랐고 더욱 곤란하게도 주변은 모두 변하는데 자신만은 변하지 않았다.

10년 적자지만 그래도 인터넷

어쨌거나 인터넷과 함께했던 10년 세월의 결산은 철저히 마이너스였고 그동안 인터넷은 공룡처럼 커졌다. 총회에 모인 신문인은 두 가지 해결책을 모색했다. 뉴스콘텐츠를 보려는 자는 직접 이용료를 지불토록 하고, 콘텐츠 비즈니스모델을 수직화해야 한다고 보았다. 전자는 바깥에서 답을 구하려는 방안으로 이젠 뉴스콘텐츠는 공짜가 아니라는 선언이기도 하다. 돈을 받겠다는 신문사와 엇박자를 놓으면서 여전히 공짜로 뉴스를 퍼 나르는 구글과 같은 포털이 걸림돌이다. 총회장 곳곳에서 구글을 집중 공격하는 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간에도 뉴욕타임스 등 개별 신문 차원에서 유료화를 추진했으나 이번에는 좀 달랐다. 집단행동으로 나가자는 주장이 여러 세션에서 수시로 터져 나왔다. 구글을 혼자서 상대하기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인 셈이다. 저작권 제도는 이런 집단행동을 위한 수단으로서 좀 더 강화해야 하고, 반독점법도 이 경우는 예외로 다루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러면서 구글에 광고수입을 공평 분배하라는 요구도 잊지 않았다.

총회를 보도한 대부분의 국내 언론은 신문의 한풀이 같은 구글 공격 소식을 전하기에 바빴다. 필자가 보기에 더 중요한 것은 후자다. 수직적 비즈니스모델을 찾고자 하는 방향은 문제의 답을 내부, 즉 자신의 변화에서 찾으려는 것이다. 좀 더 많은 소비자의 눈을 모아 광고주에게 갖다 바치는 전통적인 광고 중심의 비즈니스모델은 시장 넓이의 확대에만 골몰하는 수평적 모델이다.

수직적 모델은 기존의 대중적 시장에다 집단별로 세분화한 시장과 철저히 개인화한 시장을 더하는 것이다. 매스-메조-마이크로의 수준으로 깊이를 달리하는 새로운 시장을 발견하려는 것이다. 인터넷은 말할 것도 없지만 버튼 하나로 개인 신문 발행이 가능한 스마트 인쇄기술의 개발로 종이신문으로도 접근할 수 있다.

광고 중심의 수평적 모델은 사람을 불특정 다수로 보지만 수직적 모델은 사람이 저마다 다르며, 그 다름을 미디어에 대해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인다. 인터넷을 통해 진화해버린 수용자들은 더는 동질적이지 않다.

수직적 비즈니스 모델 찾아야

두 해결책 모두 뉴스 콘텐츠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그 가치에 걸맞은 가격을 인터넷을 통해 회수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인터넷에서 뉴스 콘텐츠의 값어치를 제대로 받아내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봤다. 결국 지난 시절 배신에도 불구하고 다시 인터넷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방법은 간단하다. 인터넷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인터넷은 스스로 진화하고, 다른 유기체를 생성하기도 하며, 남을 공격하면서도 손을 잡을 줄 아는 지능을 가진 존재다. 인터넷의 와해적 능력을 간파해야 한다. 하이데라바드는 눈도 제대로 뜨기 어렵고 숨쉬기도 불편할 정도로 매연이 심하다. 불완전연소의 매연으로 도시 전체가 희뿌옇다. 이 회색의 도시처럼 신문의 미래는 아직 불투명하다.

김사승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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