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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정이현 씨 “꾸역꾸역 살아가는 것, 영원한 미스터리죠”

동아닷컴

입력 2009-12-10 03:00:00 수정 2009-12-10 03:00:00

■ 신작 장편 ‘너는 모른다’ 펴낸 소설가 정이현 씨

《‘미혼의 젊은 도시 여성, 연애와 결혼, 직장생활을 둘러싼 세속적 욕망과 갈등, 예리하면서도 경쾌한 문장.’ 소설가 정이현 씨(37)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의 첫 장편소설이자 출세작인 ‘달콤한 나의 도시’(2006년)는 한국형 칙릿(젊은 여성을 겨냥한 소설)의 원조 격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한국문단 칙릿 열풍의 주역이기도 했다.》


실종된 어린이의 가족 삶 통해
신문의 사회면 뒷이야기 같은
다양한 사회문제로 관심 넓혀

“예를 들어 회의실 탁자에 여럿이 둘러앉아 있다면 예전에는 그중에 주인공이란 게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말한마디도 하지 않다 돌아가는 사람이 있더라도 관심이 가요.” 주로 도시적 감수성, 미혼여성들의 삶을 그려온 정이현 작가는 자신의 문학적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재명 기자
최근 출간한 신작 장편 ‘너는 모른다’는 그런 ‘정이현 식 소설’과는 사뭇 다르다. 실종된 어린이의 가족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장기 밀매, 화교의 갈등 등 다양한 사회적 사안이 얽혀 있다. 발랄하고 톡톡 튀던 문체는 하드보일드(Hard boiled) 분위기로 바뀌었고 도시적인 삶에 대한 관심은 다양한 사회 문제로 확장됐다.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정 씨를 만났다. 스타벅스 커피 한잔을 손에 들고 나타난 그는 기자가 노트북 컴퓨터를 펼치자 취재수첩과 필기도구를 꺼냈다. 그는 질문에 나오는 몇몇 단어를 기록하며 인터뷰에 응했다. 관심사의 변화에 대해 묻자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는 “‘소설은 약자와 소수자의 이야기’라는 기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누가 약자인지에 대한 생각은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첫 소설집인 ‘낭만적 사랑과 사회’(2003년)를 쓰고 나서는 그게 전부 여자들의 이야기인지조차 의식하지 못했어요. 사람들은 그들을 ‘악녀’라고 하던데, 내 기준에서는 그녀들이 약자였어요. 지금요? 이젠 소설을 처음 쓸 당시라면 전혀 관심조차 없었고 문학적 인물이라고 생각도 않았을 사람들에게도 각자의 아픔과 자기 세계가 있다는 것을 느껴요.”

그래서일까. 이번 소설에 등장하는 이들의 면면은 연령대에서 직업군까지 훨씬 폭넓고 다채로워졌다. 서울 강남의 고급주택가에 살고 있지만 가족 몰래 장기밀매업에 종사하는 가장, 한국사회에서 겉돌고 있는 화교 출신의 새 부인, 그녀의 첫사랑인 화교 밍, 경계선 인격장애를 가진 큰딸과 남모를 기벽을 가진 아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막내딸. 비정상적인 가족구성원은 실종사건의 용의자들이기도 하다. 정 씨는 이들 삶의 애환을 공평하리만큼 치밀하게 묘사했다.

한강에서 변시체가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하는 도입 부분 역시 눈길을 끈다. 하지만 작가의 경고대로 “미스터리 소설을 기대하고 보시는 분들은 아마 화를 내실 것”이다. 미스터리 소설의 전형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는 “굳이 따지자면 미스터리 소설의 ‘뒷이야기’쯤 될까요”라며 웃었다.

어릴 때부터 신문 사회면을 유난히 열심히 읽어서 혼자 기억하는 각종 치정사건이 많다는 정 씨. 그는 이번 소설에서 신문의 사회면이 채 보여주지 못하는 그들(범죄자와 그의 가족)의 이후를 그려내고 싶었다고 한다. ‘어떤 사건을 겪고도 꾸역꾸역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너는 모른다’란 독특한 제목도 함축적이다. 그는 “가까운 사람들끼리 결정적인 순간 꼭 ‘너는 모른다’는 말을 하는데 그건 결국 ‘나는 모른다’와 다르지 않은 말”이라며 “나 역시 상대를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겸손, 성숙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소설의 마지막, 이복 여동생의 실종을 둘러싼 모든 사건을 치러낸 아들 혜성은 “내가 이들을 영원토록 알 수 없으리라는 예감이 든다”고 고백한다.

“작품세계를 딱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작가는 재미없다”고 말하는 정 씨. 전혀 다른 신작을 내놓은 그 역시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작가인 듯하다.

박선희 기자 eller@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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