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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작가 릴레이 인터뷰]<6>이말년 ‘의식의 흐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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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작가 릴레이 인터뷰]<6>이말년 ‘의식의 흐름 인터뷰’

동아일보입력 2009-12-02 16:14수정 2010-04-2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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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같은 놈아. 이제 잘릴 일만 남았구나."

이말년(26·본명 이병건)의 악담에 메신저 상의 친구는 흥분했다. 친구는 방금 전까지 "나 오늘 회사에서 열라 깨졌다"며 고민을 털어놓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이말년이 염장을 지른 것.

"뭐, 쓰레기? 놀고 있는 백수 주제에…"라고 친구가 입력을 하려는 순간 이말년은 메신저를 꺼버렸다.

다음날 새벽. 이번에는 이말년이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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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화났었냐?"


다소 기분이 풀어진 친구. "너 스타일 원래 그렇지 뭐…"라고 입력하려는 순간 "화나도 할 수 없어 어서 잘려라 쓰레기 같은 놈아"라는 문구가 대화 창에 뜨는 동시에 또 다시 이말련은 '오프라인'.

이말년은 "메신저에서 친구들에게 워낙 안 좋은 말을 많이 하는 바람에 1촌 두 명 끊겨봤다"고 털어놨다.

웹툰 '이말년 시리즈'로 마니아들을 몰고 다니는 이말년 작가.

이 작가는 우선 펜을 잡고 난 뒤에 작품을 구상한다. 손 가는 대로 그림을 휘갈기고, 말풍선을 먼저 그린 다음에 대사를 채워 넣는다.

나쁘게 말하면 아무 생각 없이 대충 그리는 만화. 좋게 말하면 1900년대 초반 영국 문학계를 풍미했던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 기법.

●'의식의 흐름' 인터뷰

26세. 기업으로 따지면 신입사원. 그의 연간 원고료 수입도 현재 신입사원 수준. 독자? 30대 중반 이후 사람들 대부분은 만화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버지는 그의 그림을 자주 본다. 아들이니까. 그리고 종종 평을 해주신다.

"이번 것은 정말 재미있다." "지난 번 것은 좀 실망스럽다. 이런 부분을 고쳤으면 더 좋았을 것을…."

실제 독자의 반응은 반대다. 이말년 시리즈 독자들은 "역시 지존"이라며 이번 것에 리플만 수백 개를 달아줬다. 지난 번 것은 "이 작가님 드디어 감을 잃으시는군요", 독자들이 매우 실망했던 작품.

도대체 작품 분위기가 어떻기에?

버스 승강장에서 버스가 막 떠나려 하자 담배를 피우던 한 청년이 "어머! 저건 꼭 타야 돼" 라며 달려가서 올라탄다.

그리고 손에 있던 담배를 요금통에 넣는다. 버스에 불이 붙고 활활 타기 시작한다.

그러자 외모로 봐서는 할아버지인 동네 아이들이 "와~" 함성을 지르며 소독차 따라가듯 버스를 따라 달린다.

"뭐해? 차 안세우고! 불부터 꺼!"

한 승객이 벌떡 일어서 이렇게 외치자 다른 승객이 그를 때려눕히고 소리친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버스 기사는 "오케이!"를 외치고 불타는 버스는 청와대로 돌진한다.

쓰러진 승객은 '차 세우라고'를 머릿속으로 외치지만 차는 장렬하게 폭파. 승객 전원 사망.

이게 웃겨?

이렇게 묻는다면 당신은 사회생활에 찌든 중년? 빙고!

막 그어진 선에서 의미를 찾고 생각나는 대로 전개된 스토리 속에서 실미도 패러디를 찾는 사람들이 수십만이다.

●"미대에서 왜 그림을 안 그려요?"

그는 시각디자인과가 뭐 하는 과인지도 몰랐다. 미대에 가기 위해 고2때부터 미술학원을 다니기 시작, 2002년 당당하게 단과대 차석, 과 수석으로 건국대 시각디자인과에 들어갔다.

그런데 광고학 개론, 편집 디자인, 컴퓨터 편집…. 학사과정에 그림 그리는 과목은 사실상 없었다.

"여기 그림 그리는 학과 아니었어요?"

이말년의 질문에 선배들은 심플하게 대답했다.

"어."

휴학을 하고 재수를 하던가, 정 마음에 안 들면 자퇴를 하던가.

이말년은 그러나 그대로 학교를 다녔다. 과는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런데 학교를 안 다니기는 싫었다.

적성에 안 맞았지만 단과대 차석에게 주어지는 3년 장학금을 받기 위해 억지를 썼다.

학점 3.5를 넘어야 주어지는 장학금. 그는 오차범위 내에서 3.5를 넘나들며 전체 6학기 중 3학기만 등록금을 면제 받았다.

어머니가 말씀 하셨다.

"공장 들어가라. 엄마 친구가 소개해줄 수 있다고 한다. 요즘 강성 노조 있는 공장에 들어가면 평생직장이라더라."

기술사 자격을 갖고 있으며 제과 공장 라인업 설치 컨설팅 업무를 하시는 아버지는 반대했다.

"일단 졸업은 하고 결정해라."

누구 말을 들을까?

아빠.

●군대 가면 정신 차려질까?

군대에 갔다가 2005년 2학기에 복학했다. 군대 갔다 오면 정신 차릴 줄 알았다. 그런데 여전히 학과 공부는 재미없었다. 그래서 2006년 1월 휴학했다.

휴학 기간 하루 일과.

오후 1시 기상.

밥 먹기 싫다.

"병건아~, 아침, 아니 점심 먹자."는 어머니의 말씀.

대답은 "싫어요."

그리고 그는 인터넷에 빠져든다. 인터넷 '폐인' 들이 모인다는 DC인사이드를 싹싹 훑고 인터넷 뉴스로 연예계 소식을 접한 뒤 유머 사이트에 있는 모든 사연과 그림 동영상 섭렵. 때로는 야한 동영상도.

그러다 지치면 이제 '메신저질'.

"쓰레기 같은 놈아" 친구들 50명 쯤 염장 지르다 보면 밤 12시.

배고프다. 라면을 끓여먹는다.

또 인터넷.

새벽 3시.

배고프다. 이번엔 빵.

'아, 계속 이렇게 놀 수만은 없지. 나중에 만화가가 돼야지.'

1, 2시간 습작을 끼적거리다 잠이 든다.

오후 1시 기상.

밥 먹기 싫다.

"병건이 아침, 아니 점심…"

그렇게 1년을 지내고 4학년 1학기로 복학했다.

지도교수님이 이말년을 불렀다.

"휴학해라. 네 실력 갖고는 졸업 못한다. 미술 학원 1년쯤 다니고 복학해서 졸업 작품 내라."

학교 다니기 싫어서 그는 휴학하지 않았다.

열심히 노력해서 졸업 작품전에서 통과해야만 지긋지긋한 학교를 떠날 수 있으니까.

공부가 싫은 까닭에 공부를 열심히 해서 그는 졸업에 성공했다.

●우울해요


그의 상태 그대로 그린 그림. '이말년 시리즈'는 졸업하고 다시 '폐인' 생활로 돌아간 뒤 탄생했다.

1년 휴학기간에 쌓인 '의식의 흐름' 내공으로 그린 작품에 뜻하지 않게 마니아들이 열광했다.

DC인사이드 자유게시판에 8회쯤 올렸을 때 야후에서 연락이 왔다.

그는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데뷔했다.

막 그린 그의 그림을 사람들은 대단하게 해석한다.

"대단한 내공이야. 자신의 그림 실력을 숨기고 있어."

"이런 고난이도 풍자를 하다니! 이말년은 천재야!"

이런 평가에 대해 그는 절대로 답변하지 않는다.

들통날까봐.

사귄지 한달쯤 된 여자친구와 최근 만났다.

카페에 앉아 한 6시간쯤 한마디도 안 하고 먼 산만 바라보다 헤어졌다. 이유는 모른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예술가적 기질?

천재?

싸이코?

"기자님, 제발 제가 안 한 얘기 꾸며 내서라도 기사에서 저를 천재로 그려주세요."

누구 마음대로?


●에필로그

'말년'은 이작가의 대화명이자 호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성공한 퇴직자처럼, 젊었을 때부터 인생을 정리하며 편안하게 살고 싶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런데 대화명 처럼 살기가 참 쉽지 않네요."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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