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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커버스토리]미카, 21세기 팝의 오래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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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커버스토리]미카, 21세기 팝의 오래된 미래

동아닷컴입력 2009-11-19 17:54수정 2010-04-2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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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하나의 현상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빠르게 트렌드의 정점이 됐다. 혹자는 그를 '천재'라 부르고 혹자는 퀸의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완벽한 재림이라 칭송한다.

2006년 싱글 로 데뷔한 영국 출신의 신예 미카(MIKA·26)에 대한 얘기다.

올 9월21일 출시된 2집 또한 뜨거운 관심 속에 발매돼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올해 11월 중순 아시아 투어를 시작으로 내년 봄까지 펼쳐질 미카의 첫 세계 순회공연은 줄줄이 매진사례가 이어진다.

이는 단지 세계 시장에서 600만장이 팔렸다는 1집 의 상업적 성공 때문만은 아니다. 적어도 20세기 팝의 진부함에 실망한 사람들이라면 미카의 음악에서 시대의 새로운 징후를 읽어냈다는 의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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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음악과 록음악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형식 파괴, 뮤지컬이나 성가곡을 듣는 것 같은 풍부한 가창력, 4옥타브를 넘나드는 미성과 1970년대 엘튼 존과 퀸으로 대표되는 영국 팝의 재림을 보는 듯한 화려한 멜로디까지….

미카를 한번 듣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아! 이런 팝이 가능하구나"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영국 출신의 미카는 21세기 팝의 미래로 불린다.

지금 이 순간 트렌드의 정점

영 국의 선 등 유럽 매체들에 따르면 평론가들은 "미카는 금융위기와 신종 플루로 우울함에 빠진 세계에 짜릿한 유쾌함과 젊음을 선사했다"고 칭송한다. 그가 현실의 벽에 좌절한 10대 젊은이들에게는 자신들의 가치 대변자가 됐고, 세파에 찌든 40대 이상의 올드팬들에겐 팝의 즐거움을 되찾게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프린스와 프레디 머큐리를 섞어놓은 듯한 출중한 외모와 미국 팝스타의 요란스러움과는 차원이 다른 유럽 뮤지션 특유의 소박함까지 갖췄다는 평이다.

데뷔 당시 23살에 불과했던 풋내기 싱어송라이터에게 조지마이클, 엘튼존, 프린스, 로비 윌리암스, 데이빗 보위 등의 전설적인 선배 뮤지션들과 비교한 유럽 언론들의 평가는 과찬이 아닐까?

데뷔 이후 불과 1년 만에 영국의 공영방송 BBC, 음악방송 MNet, 음악전문지 NME를 시작으로 전 유럽의 주요 매체들이 앞다퉈 2007년과 2008년의 최고의 신인과 뮤지션으로 미카를 선정했다. 유튜브 동영상 플레이 순위나 아이튠즈 다운로드 순위에서도 상당기간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대중들의 관심도 뜨겁다.

불과 3년 만에 미카는 21세기 팝의 '오래된 미래'이자 싱어송 라이터의 '적자(嫡子)'로 뿌리내렸다는 얘기다. 마치 '브리티시 인베이젼(영국 침공)'을 일군 1970년대 선배 영국가수들처럼 말이다.
한국에서 미카의 위치는?

이런 그가 한국을 방문한다. 11월 28일 서울 광진구 악사홀. 2000여 석의 좌석은 발매 10분 만에 매진됐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물론 일부 얼리어덥터나 트렌드세터가 몰려든 것에 불과하겠지만.

K- pop으로 대표되는 한국 대중가요 시장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팝의 영향력을 극복한 특수 시장으로 분류된다. 1992년 '뉴 키즈 온 더 블록 파동' 이후 국내 음악시장에서 팝의 영향력은 현저하게 기세가 꺾였다. 국내 음악 팬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K-pop의 보이그룹과 걸 그룹의 최신곡과 춤을 따라잡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의 풋내기 뮤지션 미카의 위치를 묻는다는 것은 조금 뜬금없다. 사실상 대부분 그를 모르기 때문이다.

미카의 위대한 선배들. 비틀즈. 퀸 그리고 왬(왼쪽부터)


하지만 정작 대중은 '미카'란 이름을 모를 뿐이다. 막상 귀로 듣는 순간 "아, 이 친구가 미카였어?"할 정도로 그의 음악은 이미 널리 퍼져 있다. 싸이월드의 배경음악을 통해, 트렌드의 첨단을 달리는 CF를 통해.

미 카의 1집에 수록된 10곡 가운데 무려 6곡이 국내 CF(SHOW 공익광고, SK Telecom, 아시아나항공, KB국민은행 등)에서 배경음악으로 쓰였다. 지난해 김연아가 스케이트를 타는 은행 광고에 미카(Mika)의 데뷔 앨범 수록곡인 'Happy Endding'이 쓰인 것이 대표적이다.그의 음악에는 마치 지문이 있어 한번 인지하고 듣는 것만으로 절대 미카의 이름을 잊을 수 없게 만든다.

왜 미카인가?

영국의 왕립음악대학 재학시절 잠시 미국에서 활동한 미카는 2006년 란 싱글로 영국 빌보드 차트 1위를 거머쥐며 순식간에 최고 신인자리에 우뚝 선다. 연이은 1집 앨범으로는 2007년 유럽 10개국의 빌보드 차트를 싹쓸이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도대체 어떤 매력이 그를 21세기 팝의 미래로 만든 것일까?

① 우울한 세계에 대한 통렬한 흥겨움

무엇보다 그의 장점은 흥겨움이다. 젊음의 활기가 고막을 타고 온몸으로 전달될 정도다.

언 론이 그에게 7옥타브를 넘나드는 목소리라고 찬사를 보내자 그는 스스로 3옥타브 반을 노래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실제로는 4옥타브 반 정도). 하지만 '리릭(Lyric)'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그의 목소리는 충분히 감미롭다. 사전적 뜻 그대로 '서정적'이고, '오페라적'이라 할 수 있다. 싱어송라이터인 그가 쓴 가사와 음악은 스탠다드 팝, 락, 발라드, 댄스 등 장르를 넘나든다.

현 재 영국 국적인 그는 브리티시 락의 계보에서 핑크플로이드의 로저 워터스나 퀸의 프레디 머큐리의 음색과 분위기, 사회적 발언력을 다시 느끼게 한다. 그가 '밴드'가 아니라 철저히 '솔로' 가수이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는 절대 무겁지 않게, 그리고 즐겁게 현대인이 잊고 사는 일상적 서정을 노래한다.

세계 각국에서 발행된 다양한 표지의 미카 앨범표지. 미카는 스스로 그린 그림으로 앨범 표지를 장식한다.


② 오페라와 접목된 멜로디, '정치적으로 올바른' 가사

밝고 신나게 포장된 그의 메시지는 소외된 이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모지상주의 시대의 뚱뚱한 여자들, 자신의 꿈에 자신이 없는 청소년, 버림받고 실연당한 사람 등이다.

전 세계가 열광하는 그의 뮤직 비디오를 보면 에서 "뚱뚱한 여자여, 당신이 아름다워요"라고 노래하며 런던거리를 누빈다. 그의 뒤에는 뚱뚱한 여자들이 야하지만 절대 외설스럽지 않은 원피스를 입고 그를 따라가며 축제를 연출한다.

에선 하이틴 분위기의 방 침대에서 팬티 차림으로 날뛰며 노래한다. 방황하는 10대들에게 "우리는 황금같은 존재들이야, 우리는 황금처럼 빛난다구"라며 신나게 꿈을 펼치라고 주문하는 것. 에서는 두둑한 신용카드를 갖고도 삶에 대해 투덜거리는 잘생긴 남자에게 정중하게 경고한다. "삶 보다는 삶에 대한 너의 관점이 더 별로야"라고 말이다.

③ 이 시대의 진정한 보헤미안

출 생부터 독특하다. 1983년 레바논 베이루트 태생. 아버지는 미국국적의 은행가였고 어머니는 시리아계 레바논 사람으로 의류 디자이너였다. 1984년 아버지를 제외한 5남매는 종교내전으로 폐허가 된 레바논을 떠나 프랑스 파리로 이주한다. 그런데 1992년 걸프전 직후 쿠웨이트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아버지가 잠시 감금되는 사건을 겪는다. 보호자를 자처한 영국의 후원으로 가족은 다시 런던으로 이동. 그의 국적이 영국과 미국 양쪽인 이유다.

그의 음악이 하이브리드한 이유도 이처럼 중동과 유럽 심지어 미국까지 녹아든 가족사 덕일지 모른다. 그는 실제 영어와 불어가 능숙하고 어머니로부터 아라비아어까지 배웠다. 심지어 스페인어와 중국어에까지 관심이 뻗어 있다. 실제 지난해 여름 휴가지로 중국을 택해 어머니와 여행했을 정도다. 그것도 무려 6번째였다고 한다.

현재 ‘폴 스미스’ 모델로 활약하고 있는 매끈한 청년이지만 그의 10대는 우울하고 고독했다.


"어머니 덕분에 클래식에서부터 밥 딜런 같은 포크음악, 이집트, 자메이카의 음악까지 거의 모든 음악을 접했어요."(미카 인터뷰 중)

그 덕인지 그의 음악엔 인종과 문화에 대한 편견이 없다. 실제 1집 시절 그의 베이시스트는 한국인 최희영(Mike Choi)씨가 맡았을 정도다.

그 러고 보면 그의 이력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출생한 프레디 머큐리나 동독 태생으로 서방세계로 넘어와 정체성 혼란을 겪는 뮤지컬 헤드윅의 미첼과도 닮아 있다. 미첼이 이념의 경계와 성 정체성의 경계에 대한 인정과 이해, 조화를 노래했다면, '현대의 집시' 미카 또한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더 긍정적으로, 희망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격려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셈이다.

④ 편견을 깨라! 치유로서의 음악

그는 자신의 음악을 'Nursery rhymes'(자장가) 같이 표현하곤 한다. 자장가는 아이를 키우고 편안하게 하는 음악이다. 실제 그의 노래에는 자신의 성장사와 스스로를 위로하는 가사들로 가득하다.

그의 어린 시절은 보헤미안이 겪어야 할 충격과 고통의 연속이었다. 레바논에서 파리로 다시 런던으로. 그는 영국에서 이른바 '왕따학생'으로 따돌림 당하며 극심한 언어장애(난독증)까지 경험해야 했다.

11 살 무렵 그는 잠시 학업을 중단한다. 당시 어머니는 그를 러시아인 소프라노 오페라 가수(알라 아르다코프)에게 노래지도를 받게 하며 음악적 재능을 발굴했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그의 밝고 경쾌한 뮤지컬풍 음악에는 자신이 겪어야했던 우울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치열한 극복의 대상으로 녹아 있다.

레바논 출신으로 파리와 런던에서 성장한 미카는 하이브리드 시대의 전형적인 예술인이다.


실제 미카의 노래들은 독백의 뮤지컬과 흡사하게 들린다. 자전적 일상 속에서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점을 우리나라 뮤지션과 연결시킨다면 패닉의 이적, 자우림의 김윤아, 장기하와 얼굴들, 아직도 인디밴드인 슈퍼키드의 노래들과 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가장 만나고 싶은 인물로 영화감독 '팀 버튼'을 꼽았다는 점. <가위손> <유령신부> 등으로 널리 알려진 팀 버튼은 내성적이고 고독했던 어린 시절의 상상력을 화면에 담은 작가다. 미카 역시 팀 버튼의 음악적 환생으로 여겨도 될 정도로 자아성찰적인 음악을 선보인다. 팀 버튼의 영향력은 미카의 뮤직 비디오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팝의 클리셰를 깬 최초의 21세기 뮤지션

평자들이 그에게 '천재' 혹은 '21세기 팝'이란 칭호를 붙이는 이유는 이렇듯 새로운 시대의 비전이 그의 인생과 노래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팝은 이래야 한다"는 문법에서도 자유롭다.

실 제 그의 최대 미덕이란 노래에서 돈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점. 1집 성공 이후 그도 여느 팝 스타와 마찬가지로 LA에 아파트를 구입하고 성공을 즐기려 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예술가가 너무 좋은 환경에 있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충고했고, 그는 즉각 영국 런던의 싸구려 아파트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지금도 홀로 영국 시내를 거닐며 자유를 만끽한다.

그 때문인지 그의 노래에서는 기획사가 좌지우지한 듯한 프로의 냄새 대신 날 것 그대로의 20대 음악 천재의 맨 얼굴이 잘 살아남아 있다. 기획사에 찌들린 한국의 팝 스타들이 마땅히 배워야 할 대목이다.

미 카는 혼란의 21세기에 신이 내린 선물일까? 그는 너무도 감미롭게 우리의 귀를 공습하고, 어느새 우리의 가슴을 다른 관점의 서정으로 폭격한다. 저항하기 힘들다. 남성인 필자들이 이 지경이라면 미카를 접하는 여성들은 더 괴롭지 않을까?


▲ 미카의 2집 ‘We are Golden’ 메이킹 영상 / 유니버셜 뮤직 제공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최영일 / 문화평론가 vincent2013@gmail.com

사진제공 / 유니버셜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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