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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모든게 ‘털렸다’, 트루먼 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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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모든게 ‘털렸다’, 트루먼 쇼처럼

동아닷컴입력 2009-11-12 03:00수정 2009-11-12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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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토크쇼서 “키 작은 남자는 루저” 발언 이후, 온라인에선…
채 하루도 안돼 사생활 폭로장 변질


《“키 작은 남자는 싫어요. 요즘 키가 경쟁력인 시대에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패배자)’라고 생각합니다. 남자 키는 180은 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방송 토크쇼에 출연해 키 작은 남성을 비하해 누리꾼들의 비난을 산 이른바 ‘루저녀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신상정보, 학교생활, 과거사 등 해당 여대생의 사생활과 일거수일투족을 인터넷에 퍼뜨리고 있다.

하루아침에 온라인이 개인의 사생활 폭로 장소가 돼버린 것에 대해 도를 넘어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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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의 시작은 9일 오후 11시경. KBS2 ‘미녀들의 수다’ 여대생 특집편에 출연한 H대생 이모 씨의 발언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방송 직후 온라인에는 문제의 동영상과 화면 캡처 사진이 삽시간에 퍼졌고, 비난 글들이 쏟아졌다.》
○ ‘구글링’ 통한 신상 털기


누리꾼들이 찾은 ‘응징’ 수단은 ‘신상 털기’였다. 신상 털기는 인터넷으로 검색한 개인의 신상 정보를 온라인에 공개하는 행위. 누리꾼들은 구글을 주로 이용한다. 구글에선 인터넷 ID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여과 없이 검색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구글링(구글로 검색하는 행위)’을 통해 누리꾼들은 방송 종료 후 1시간도 안 돼 이 씨의 미니홈피 주소와 고등학교 졸업사진 등을 게시판에 올렸다. 특히 이 씨의 것으로 보이는 온라인 ID가 공개되자 과거에 온라인에서 썼던 글들이 모조리 검색됐다. 학교 게시판에 올린 장학금 문의부터 명품 브랜드 사이트에 남긴 질문, 성형외과 사이트에 남긴 글 등이 ‘루저녀의 과거’라며 낱낱이 공개됐다.

○ 한국판 ‘트루먼쇼’

누리꾼들은 이어 이슈 만들기에 들어갔다. 이 씨의 이름과 학교 등을 ‘광클(격렬하게 클릭하는 행위)’해 인터넷 실시간 검색 순위 1위에 올렸다. 진지한 비난 여론보다 우스갯소리 하나가 더 파급력 있다고 믿는 누리꾼들은 각종 패러디물을 만들어 올렸다. 영화배우 톰 크루즈를 ‘톰 크루저’로, 나폴레옹을 ‘루저레옹’으로 바꾸는 등 키 작은 유명 인사들이 패러디 대상이 됐다. 심지어 10일 일어난 서해교전도 “키 작은 김정일이 ‘루저 발언’에 열 받아 일으켰다”라며 희화화했다. 이번 사태를 ‘루저의 난(亂)’이라고 지칭한 글도 올라왔다.

졸지에 국민적 ‘조롱’의 대상이 된 이 씨, 그러나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누리꾼들은 궁금했다. ‘지도교수님 호출을 받았다’ ‘선배들로부터 왕따당했다’ 등 누가 썼는지 확인되지 않은 목격담이 10일 오후부터 올라왔다. 이 씨의 소식이라는 글들이 휴대전화,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같은 과 친구라는 학생의 심경고백도 올라왔다. 이 씨와 같은 대학의 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게시판에 오른 글들이 퍼지기 시작했다. 한 누리꾼은 “마치 리얼리티쇼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사생활 폭로 장소 된 온라인

그간 ‘개똥녀’ ‘군삼녀’ 등 일반인들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며 신상 정보가 노출된 사례가 있었지만 이번 사건처럼 삽시간에 일사불란하게 나타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감한 이슈를 지상파에서 여대생이 자신의 얼굴과 신분을 드러내 놓고 거침없이 이야기했기 때문에 폭발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영화 ‘트루먼쇼’처럼 개인의 삶이 낱낱이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이유에 대해 전 교수는 “‘안티’들이 팬보다 해당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더 잘 알듯 누리꾼들은 자신들의 장난에 대한 이 씨의 반응이 궁금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반인의 삶을 누리꾼이 감시할 자격이 있나’란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또 ‘이 씨가 학교를 곧 휴학한다’는 등 ‘카더라’식의 소식에 대해 ‘믿을 수 없다’ ‘이제 그만하자’는 등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정현민 책임연구원은 “비난에서 시작해 신상 털기와 일상 생중계로 이어지며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점을 누리꾼 스스로 부담스러워하게 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트루먼 쇼:

짐 캐리 주연의 1998년 영화. 트루먼 버뱅크는 보험회사 직원으로 스스로를 평범한 30대 남자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그는 ‘트루먼 쇼’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주인공이다. 태어날 때부터 그의 일상은 TV를 통해 사람들에게 낱낱이 공개되고 있었지만 자신만 그 사실을 몰랐다. 뒤늦게 진실을 알아차린 그는 관찰당하는 삶에서 벗어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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