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사무혁명 급속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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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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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로 결재-회사 e메일 확인-사내 메신저-재고관리…

내년 삼성 2만5000명 스마트폰 지급
유럽-미주 지역에선 이미 정착

“효율적이고 편리해졌다” 호평속
“24시간 일에 얽매이게 돼” 불만도

삼성 계열사 직원 사이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한 업무가 확산되고 있다. 모바일 데스크는 스마트 폰으로 인트라넷에 접속해 회사 e메일 송수신(위), 결재(아래), 사내 메신저 등 각종 업무를 볼 수있게 한 서비스다. 사진 제공 삼성SDS
삼성 계열사 직원 사이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한 업무가 확산되고 있다. 모바일 데스크는 스마트 폰으로 인트라넷에 접속해 회사 e메일 송수신(위), 결재(아래), 사내 메신저 등 각종 업무를 볼 수있게 한 서비스다. 사진 제공 삼성SDS
조현탁 삼성전자 네트워크영업팀장(전무)에게 스마트폰은 없어서는 안 될 업무 필수품이다. 그는 영업을 맡고 있는 특성상 해외 출장이나 외근이 잦다. 사무실을 비울 때는 밀린 결재가 골치였다.

하지만 삼성SDS가 개발한 ‘모바일데스크’ 서비스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쓴 뒤부터는 달라졌다. 스마트폰으로 회사 인트라넷(내부 전산망)인 ‘싱글’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서류를 결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회사 e메일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사내 메신저에도 접속해 직원들에게 실시간으로 지시한다. 직원을 찾을 때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연락처를 알아낼 필요도 없어졌다. 스마트폰을 통해 직원 전화번호나 e메일 주소 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는 조 전무처럼 스마트폰을 사용해 일하는 임원이 500여 명에 이른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직장인 업무 문화가 바뀌고 있다. 과거 무선호출기와 단순 통화 기능 위주의 휴대전화가 출현했을 때와 차원이 다르다. ‘손안의 PC’ 역할을 하는 스마트폰은 회사 메일 확인은 물론 사내 메신저, 재고 관리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무선 인터넷 확산 등의 환경과 맞물려 이른바 ‘모바일 사무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6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은 내년에 모바일데스크 서비스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전 계열사의 임원과 보직 간부(파트장 등) 2만5000명에게 전면 지급할 계획이다. 지금은 삼성 계열사의 주요 임원과 최고정보책임자(CIO)가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삼성 계열사에서 스마트폰을 업무에 본격 도입함에 따라 이런 움직임이 다른 기업으로도 본격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본점과 전국 각 지점의 사무실에 유선전화기를 없앴다. KT의 유무선통합(FMC) 서비스를 도입해 외부에서 자리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스마트폰으로 통화가 가능하게 했다. 스마트폰이 유선전화를 대체한 셈이다. 또 사내에서 쓰는 FN 메신저에도 ‘통화 중’ ‘전화 거는 중’ 등의 표시가 나와 발신자는 전화 걸 수 있는 적당한 시간을 파악할 수 있다.

모바일 사무혁명은 공공기관에도 확산되고 있다. 기상청은 SK텔레콤과 제휴해 기업용 모바일 오피스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올해 말 도입되면 기상청 예보관들은 사무실에서만 봤던 기상 영상을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고, 기상재해 시 등 비상상황에도 집에서 재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KT는 내년에 이사하는 서울 서초동의 KT 신사옥에 ‘모바일 오피스’ 환경을 구축할 예정이다. 직원들은 자리에 앉아 있지 않아도 스마트폰을 통해 문서 처리 등 언제든 필요한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KT는 연세의료원과 IBK증권에도 모바일 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일반 휴대전화로도 회사 e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직원들에게 실시한 데에 이어 최근부터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도 이 서비스의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 회사인 다음과 드림위즈도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나오면 전 직원에게 이를 지급할 예정이다.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업무를 보는 문화가 이미 정착됐다. 리서치인모션의 블랙베리가 푸시메일 서비스를 고안하면서 스마트폰을 업무에 활용하는 문화가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한국의 모바일 사무혁명은 푸시메일뿐 아니라 인트라넷을 연동해 기업형 서비스를 강화한 게 특징. 또 스마트폰을 분실하면 신고 즉시 메일 등 휴대전화에 담긴 모든 정보를 원격으로 지울 수 있기 때문에 보안 문제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가운데 삼성SDS는 스마트폰의 본고장인 미국에 기존의 모바일 데스크 서비스에 공급망관리(SCM)나 전사적자원관리(ERP)도 가능한 서비스를 역수출해 성과가 주목된다.

모바일 사무 환경에 대한 평가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엇갈리고 있다. 업무가 한결 효율적이고 편리해졌다는 호평이 나온다. 반면 24시간 일에 얽매이게 됐다는 자조 섞인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근무 시간이 가장 긴데 스마트폰으로 집과 사무실의 경계마저 사라졌다는 얘기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푸시메일::
메일 서버에서 휴대전화에 밀어내듯 e메일을 전송하는 시스템으로 e메일을 휴대전화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리서치인모션(RIM)이 스마트폰인 블랙베리에 처음 적용해 북미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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