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학술지 해외논문 무더기 표절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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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연구 ‘조직공학과 재생의학’誌 파문
논문실었던 교수 표절-짜깁기 밝혀지자 “철회”
학회측 뒤늦게 사태파악 나서… 사례 더 있는듯


국내는 물론 해외 과학자들에게도 인용되는 유명한 국내 학술지에 다수의 표절 논문이 실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3일 한국조직공학·재생의학회에 따르면 이 학회에서 발행하는 ‘조직공학과 재생의학’지에 실렸던 8편의 논문에 대해 교신저자(연구 책임자)인 강길선 전북대 고분자·나노공학과 교수가 스스로 철회 신청을 했다. 이 학술지는 줄기세포 분야에서 세계 두 번째로 창간됐으며 올해 8월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의 후보군인 SCI 확장판에 등재됐다. 강 교수는 2005년 학술지 창간 때부터 지난해 12월까지 4년간 편집위원장을 맡았다.

강 교수는 지난달 30일 학회 측에 논문에 중대한 오류가 있어 철회를 요청한다며 철회신청서를 냈고 학회 측은 해당 논문을 1일 철회했다. 문제가 된 논문들은 해외 유명 저널에 게재된 논문을 그대로 번역하거나 일부를 번역해 결합하는 방식으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논문을 번역해 게재할 경우 원 논문과 참고 논문을 밝혀야 하지만 이들 논문은 그런 내용이 없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달 젊은 과학자들의 인터넷 게시판인 ‘브릭(BRIC)’에서 최초로 문제가 제기됐고 이를 강 교수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교수는 3일 동아일보와의 전화에서 “학술지가 한국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과 세계 학계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일정량 이상의 논문을 게재해야 한다”며 “그러나 신생 학술지여서 논문이 부족해 학생들에게 외국 논문을 번역해 올리도록 하거나 다른 연구원들이 번역해 올린 표절 논문을 그대로 실었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에서 정식 학술지로 인정을 받으려면 1년에 4회 발행하고 매회 7건 이상의 논문을 실어야 한다. 강 교수는 “다른 (표절) 논문들도 찾고 있으며 모두 철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조직공학·재생의학회에는 문신용 서울대 의대 교수가 학회장, 김동욱 연세대 교수와 정형민 차바이오앤디오스텍 사장이 편집이사, 김종훈 연세대 교수와 임정묵 서울대 교수가 편집위원을 맡는 등 학계 저명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문제가 불거지자 학회 측은 뒤늦게 사태 파악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전임 학회장들은 “학술지 책임은 편집위원장에게 있고 학회장 임기가 1년이라 학회 문제를 파악하기에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현 회장인 문 교수는 “이른 시간 안에 학회 차원의 조사위원회를 꾸려 정확한 경위를 알아낸 뒤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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