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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리포트]롯데그룹의 시작점 ‘롯데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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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리포트]롯데그룹의 시작점 ‘롯데껌’

동아일보입력 2009-10-31 03:00수정 2009-11-0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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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으로 이룬 꿈

롯데, 70년대 껌사업 대박… 대기업 변신 기회잡아
올해도 껌매출 1800억원… 그룹 전체의 효자상품
‘껌값.’ 곧잘 보잘것없이 적은 돈을 일컬을 때 사용된다. 하지만 껌을 우습게 봤다간 큰코다친다. 연간 매출 41조 원, 52개 계열사를 거느린 롯데그룹의 시작점이 바로 껌이다. 지금도 롯데 껌의 연간 매출액은 1800억 원(2009년 예상)에 육박한다. 껌만 팔아 매년 2000억 원 가까이 돈을 번다는 건 ‘우스운’ 일이 아니다.

○ 60년대 후발주자로 출발

1940년대 초 20대였던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일본 와세다대 이공학부를 졸업하고 현지에서 히카리 특수화학연구소를 설립해 비누와 포마드 등 일용품을 만들어 팔았다. 당시 껌은 미군이 가져온 것밖에 없었다. 적은 물량이었지만 인기가 좋았다. 이에 신 회장도 언젠가는 모국에서도 껌을 만들어 팔기로 결심했다. 당시 “껌은 서구문명의 상징”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래도 작은 대나무 대롱 끝에 대고 불면 ‘부웅’ 커지는 풍선껌은 변변한 장난감이나 과자가 없었던 시절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일본에서 일용품 사업으로 돈을 번 신 회장은 한일국교정상화 후인 1967년 자본금 3000만 원으로 한국에 제과회사를 만들고 청년시절의 꿈인 껌 사업을 시작했다. 첫 제품은 ‘오렌지볼껌’과 ‘바브민트껌’ 등 6종이었다. 당시 껌 시장에서 롯데제과는 후발주자였다. 해태제과는 이보다 10년 빠른 1956년 ‘해태 풍선껌’을 만들어 팔고 있었다. 해태제과는 일본에서 껌 제조 시설과 껌 자동포장기를 도입하는 등 적극적이었다. 해태제과의 ‘시가껌’과 ‘셀렘껌’을 구하려고 도소매상들이 연일 해태제과 앞에 장사진을 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 쥬시후레시 껌이 촉발한 화려한 7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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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주자인 롯데제과가 해태제과를 누른 계기가 된 상품은 1972년 출시한 쥬시후레시·후레시민트·스피아민트 3총사다. 이 껌들은 기존 껌과 달리 한참을 씹어도 부드러움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 기존 껌이 ‘껌베이스’(껌의 주 원료)로 초산비닐이라는 인공수지를 이용한 것과 달리 멕시코산 천연치클을 사용했기 때문.

롯데 껌 3총사는 길이와 무게, 가격 조건에서도 우위였다. 길이는 기존 껌보다 0.8cm 긴 7.3cm, 무게는 0.3g 더 무거운 3.2g이고, 한 통에 6개가 들어 있어 일반 껌(5개)보다 많았지만 가격은 20원으로 같았다. 이 껌이 출시된 지 1년 만에 롯데제과는 껌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1967년 회사 설립 때 전체 매출은 8억 원이었으나 3총사가 시판된 1972년 매출은 42억 원, 1년 후인 1973년엔 75억 원, 1974년엔 11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롯데는 소비자의 호응에 힘입어 이 껌을 ‘입속의 연인’으로 광고했다.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 등 유명한 CM송과 캐치프레이즈도 이때 만들어졌다.

1970년대는 껌 사업의 호조에 힘입은 롯데가 급속도로 몸집을 불려가며 롯데그룹으로 거듭나는 시기다. 롯데는 1974년 롯데칠성음료(칠성한미음료 인수), 1978년 롯데삼강(삼강산업 인수)·롯데햄·롯데우유, 1979년 롯데리아 설립 등으로 식품 분야에서 꾸준히 저변을 넓혔다. 이와 함께 롯데호텔(1973년), 롯데상사(1974년), 롯데쇼핑(1979년)도 설립하면서 거대 식품 기업이자 유통·관광업체로 도약했다. 이 모든 것이 껌 사업으로만 가능했던 것은 아니지만, 껌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것은 사실이다.

○ ‘껌의 왕’ 저절로 되지 않았다

롯데제과는 껌을 비롯한 초콜릿 비스킷 등 신제품 연구개발(R&D)에 연간 이익의 4∼5%인 수백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1990년대에는 희한한 기능을 내세운 껌도 다수 개발됐다. 대표적인 것이 구취 제거와 졸음방지 껌이다. 녹차 성분을 넣어 입냄새를 없애주는 ‘후라보노껌’, 커피에 든 카페인 유사 성분으로 잠을 깨워주는 ‘블랙블랙껌’, 치아에 달라붙지 않아 틀니를 한 사람도 씹을 수 있는 ‘의치껌’ 등이 순차적으로 출시됐다.

롯데 껌은 2000년 들어 ‘자일리톨껌’의 대성공으로 또 한번 도약하게 된다. 자일리톨은 단맛이 설탕의 4배에 달하면서도 충치 예방 및 억제 기능이 탁월해 설탕을 대체할 최고의 감미료로 평가된다.

2000년 1월 전격 선보인 ‘자일리톨휘바껌’은 2001년엔 1000억 원, 2002년엔 18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껌시장을 평정했다. 껌의 형태도 납작한 형태에서 알 형태로 다양화했다. 2000년 5월 알 형태의 자일리톨 코팅껌이 출시됐고 2개월 후인 7월부터는 코팅껌을 병 모양의 용기에 담은 5000원짜리 고가(高價) 제품도 선보였다.

자일리톨휘바껌은 ‘단일 제품으로 연간 매출 최고’ ‘단기간 누적매출 최고’ 등 각종 신기록을 세웠다. 2000년 5월 첫 시판 이후 2009년 4월까지 10년간 누적매출은 약 1조1080억 원이다. 자일리톨휘바껌의 대를 이을 껌으로 롯데제과는 올해 ‘아이디껌’을 출시했다. 이 껌은 향내가 오래가는 점이 특징이다. 향의 발현 속도를 조절해 기존 껌보다 두 배 이상 향미가 유지되도록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오랫동안 씹어도 탄력이 유지되고 풍미를 간직할 수 있도록 새로운 껌베이스도 사용했다. 독창적인 케이스 구조 역시 매력 포인트다. 아이디껌은 똑같은 모양의 케이스 두 개가 나란히 병풍처럼 연결돼 있다. 두 개의 케이스를 접으면 하나로 포개진다. 들고 다니기 편한 형태다.

현재 롯데 껌은 롯데제과에서 생산하는 과자(껌·캔디·비스킷·스낵·초콜릿) 전체 매출인 8100억 원 중 약 20%를, 아이스크림과 해외매출까지 포함한 롯데제과 총매출인 1조2000억 원 중 약 13.5%를 차지한다. 껌 하나는 작고 보잘것없지만 롯데에 위대한 제품이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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