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말한다] 김용수의 1994년 KS 1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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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1일 0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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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등판 3.2이닝 무실점 VLG우승, 벌써 15년 됐네요

김용수. 스포츠동아 DB
김용수. 스포츠동아 DB
“첫 우승도 감격적이었지만 두 번째 우승이 더 기억에 남네요.”

LG는 1990년과 1994년 2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현역 시절 ‘면돗날 컨트롤’을 자랑한 김용수(49·사진)는 역대 최초로 2차례 한국시리즈 MVP에 오른 ‘가을사나이’다. 지난해 LG 투수코치에서 스카우트로 변신한 그는 그 중에서도 94년 태평양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잊을 수 없는 경기로 꼽았다.

잠실에서 열린 1차전. LG가 3회초 선취점을 뽑아 1-0 살얼음판 리드가 이어졌다. 그러나 LG 선발투수 이상훈에게 눌리던 태평양은 7회초 ‘좌완 킬러’ 하득인의 적시타로 1-1 동점을 만들었고, 8회초 이상훈과 2번째 투수 차동철을 상대로 1사만루의 찬스를 잡았다. LG 이광환 감독은 여기서 백전노장 김용수를 투입했다.

“1점이라도 주면 1차전은 넘어간다고 생각했죠. 2스트라이크를 먼저 잡고 계속 유인구를 던졌는데 김동기가 속지 않더라고요. 볼카운트가 2-3까지 됐고 파울이 계속 나왔어요. 8구째에 몸쪽에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던졌죠.”

총알같은 타구. 그러나 3루수 한대화 정면 글러브로 빨려들어가면서 5-4-3 더블플레이. 태평양은 천금 같은 기회를 날렸고, LG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벗어났다.

이후 0의 행렬이 이어졌다. 그리고 연장 11회말. 선두타자 유지현이 1루땅볼로 물러난 뒤 타석에는 6회 대주자로 나섰던 김선진이 들어섰다. 마운드에는 태평양 선발투수인 좌완 김홍집이 혼신의 힘을 다해 그때까지 혼자서 140개의 공을 뿌리고 있었다. 운명의 141구째. 김선진은 초구 슬라이더를 통타했다. 타구는 까마득한 아치를 그리며 왼쪽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2-1 끝내기 홈런.

“설마 거기서 홈런이 나올 줄이야. 속으로 ‘안타만 치고 나가라’고 빌었는데 정말 짜릿했던 순간이었죠. 4연승 무패로 우승했지만 사실 1차전을 졌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아무도 몰라요.”

그는 이날 마무리치고는 많은 3.2이닝(투구수 46개)을 던졌다. 무안타 무실점 역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그리고 3차전 2.2이닝 무안타 무실점으로 5-4 승리를 지키며 세이브, 4차전 2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3-2 승리를 막아내며 세이브를 올렸다. 한국시리즈 3경기 8.1이닝 1안타 7탈삼진 무실점. 그는 생애 두 번째 ‘미스터 옥토버’가 됐다.

“당시 규정에는 한국시리즈도 연장 12회까지 치르기로 했어요. 1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이 나오지 않았다면 12회까지 던졌겠죠. 다음 등판에도 영향을 받아 그렇게 많이 던지기는 어려웠을 테고. MVP도 불가능했겠죠. 그때만 해도 매년 우승할 줄 알았는데…. 그러고 보니 LG가 우승해본 지도 벌써 15년이나 됐네요.”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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