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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시장 104년 빗장’ 9월 해제… 국내로펌 “뭉쳐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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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시장 104년 빗장’ 9월 해제… 국내로펌 “뭉쳐야 산다”

입력 2009-05-06 02:58수정 2009-09-2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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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체결국가 로펌들 한국사무소 개설 길 열려
국내로펌, 전문성 키우기 해외업체와 제휴도 물색
불경기로 당장 진출 어려워“아직 시간 있다” 분석도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를 통과하고 한-유럽연합(EU) FTA 추진도 급물살을 타면서 한국의 법률시장 개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더욱이 올해 3월 국회에서 ‘외국법자문사법’이 통과되면서 9월부터는 한국과 FTA를 맺은 외국의 법무법인(로펌)이 국내에 사무소를 열 수 있게 됐다. 1905년 대한제국이 변호사법을 공포한 지 104년 만에 한국 법률시장의 빗장이 열리는 순간이다. 개방의 파도가 밀려오면서 국내 로펌들도 발걸음이 바빠졌다. 해외 유수의 거대 로펌과 경쟁하기 위해 인수합병(M&A) 같은 짝짓기를 통해 몸집을 불리는 한편 조직을 유연하게 개편하고 있다.

○ 해외 로펌과도 제휴 모색

최근 국내 로펌 업계에서 눈에 띄는 M&A 한 건이 이뤄졌다. 법무법인 충정과 법무법인 한승이 ‘충정’이라는 이름 아래 회사를 합친 것. 충정은 전 세계 160개 로펌으로 이뤄진 글로벌 법률회사협회 ‘렉스 문디(Rex Mundi)’의 한국 회원사로 국내외 기업의 M&A와 구조조정 등에 대한 자문 능력에 강점을 갖고 있다. 상대적으로 민·형사 소송 부분이 특화되지 못한 약점이 있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한승을 파트너로 선택했다. 한승은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많아 민·형사 소송 분야에 정통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최근 몇몇 로펌이 덩치만 키울 목적으로 단순히 변호사 수만 늘리는 ‘양적 결합’을 꾀하다 오히려 경쟁력이 약화돼 합병 효과를 보지 못한 사례도 있다. 이런 가운데 이뤄진 충정-한승의 합병은 각자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화학적 결합’으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충정의 합병으로 국내 로펌들 사이에 2위권 경쟁이 한층 뜨거워졌다. 국내 로펌 중 독보적인 1위는 김앤장법률사무소. 의뢰인들은 상대방 대리인이 김앤장일 때 이에 맞설 확실한 2인자를 찾는 경향이 짙다. 현재 매출 규모로 2위권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꼽히며 율촌과 광장, 화우, 세종 등이 비슷한 규모로 뒤를 쫓고 있다. 충정은 이번 합병으로 7위권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5월 통합한 지평·지성도 국내 변호사 100명 규모로 대형 로펌의 반열에 올랐다. 올 3월에는 대륙과 아주도 합병해 10위권에 진입했다. 6대 로펌 중에는 금융 분야에 강한 ‘세종’과 세무 공정거래 분야에서 국내 톱 수준인 ‘율촌’이 극비리에 합병을 모색했지만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수포로 돌아가기도 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중대형 로펌 간 M&A가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라며 “대형 로펌들은 경영권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해외 유수의 로펌들과 전략적 제휴 또는 동업을 모색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 대형화 전문화 위해 조직 변경

국내 로펌들은 대형화 전문화를 쉽게 하기 위해 기존의 ‘무한책임’ 법무법인 형태에서 ‘유한 법무법인’이나 법무조합으로 조직 변경을 꾀하고 있다. 기존 로펌들은 대부분 업무상 과실에 대해 구성원들이 무한 연대책임을 지는 합명회사 형태를 갖추고 있다. 출자금(1억 원 이상) 규모가 작고 기업의 매출을 공개할 필요가 없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조직의 의사결정이 느린 점 등은 시장 개방이란 환경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반면 유한 법무법인은 구성원의 과반수 합의만으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손해배상책임도 담당자들만 연대책임을 진다. 연대책임 범위가 좁아진 만큼 변호사 수를 늘리기도 쉽다. 물론 출자금이 7억 원 이상으로 많고 매년 매출 자료를 법무부에 신고해야 하는 단점도 있다. 특히 조직변경을 위한 부채 및 세금 청산 등 당장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실제 유한 법무법인으로 전환한 중·대형 로펌은 태평양, 로고스, 서린, 정평 등 4곳에 불과하다.

올해 9월 법률시장이 열리더라도 세계적 로펌들이 당장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FTA가 아직 체결되지 않았고 금융위기로 시장 여건도 좋지 않아 실제로 세계 10대 로펌 중 국내 진출 계획을 밝힌 곳은 아직 없다. 그만큼 국내 로펌들이 조직 정비에 쏟을 시간적 여유가 아직까지는 있다는 얘기다.

김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법률시장 개방이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로스쿨에서 대규모로 인력이 공급되는 점 등을 고려해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차근차근 조직 개편을 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해외로펌, 한국서 독자 소송진행 가능
외국변호사 개인자격으로 단독 개업은 못해

3월 ‘외국법자문사법’이 제정됨에 따라 올해 9월부터 해외 로펌 변호사들이 국내에 사무소를 내고 독자적인 법률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다.

법무부는 국내에서 활동할 외국 변호사 명칭을 해외에서 통용되는 ‘외국법자문사(Foreign Legal Consultant)’로 정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변호사는 독자적으로 국내 소송을 수행할 수 없었다. 국내 변호사에게 고용돼 외국 법률에 관한 자문에만 응하는 형태다.

반면 외국법자문사는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한국 법령에 관련된 소송이나 법정 변론은 할 수 없다. 해당 국가의 법령이나 조약, 국제관습법, 국제중재사건의 법률 대리만 가능하다. 또 개인 자격으로 단독 변호사 개업도 할 수 없다. 해당 국가의 로펌에 속한 변호사로 최소 3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자격을 얻는다. 국내 활동 요건으로 자격시험을 따로 치르지 않는 대신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수준이 낮은 해외 로펌을 걸러내기 위한 조치다.

그렇다고 올해 9월부터 바로 미국과 영국 등의 거대 유명 로펌들이 국내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의 로펌만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금융위기로 세계적 로펌들이 대규모 감원 등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라 해외 진출의 여력이 적다. 한국 법률시장은 규모가 작고 폐쇄적이라 투자처로 매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도 장애요인의 하나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5년에 걸쳐 3단계로 법률시장이 개방된다. 1단계에서는 자격을 갖춘 미국 로펌의 변호사에게 미국법자문사 자격이 부여된다. 협정 발효 후 2년 안에 시작되는 2단계에서는 미국 로펌이 국내 로펌과 업무제휴가 가능해진다. 양국 로펌이 국내외 법적 쟁점이 섞인 사건을 공동으로 처리하고 수익을 나눌 수 있다. 사실상 국내 사건도 미국 로펌에 맡길 수 있게 된다. 3단계에는 미국 로펌과 국내 로펌 간에 동업이 허용된다. 동업 로펌은 국내 변호사를 고용할 수도 있다.

한-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FTA의 경우 준(準)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1단계와 2단계 개방이 예정돼 있다. 현재 협상 중인 한-인도 FTA는 1단계 개방안이 제시됐고, 영국이 포함된 한-유럽연합(EU) FTA는 3단계까지 모두 논의되고 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한국최대 ‘김앤장’도 세계1위 로펌에 대면 ‘中企’
김앤장 1년 매출 4600억원 ‘클리퍼드 챈스’는 2조원 넘어
국내 법률시장 총매출보다 커

동아일보가 최근 각 지방변호사회와 변호사 업계를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법률시장 규모는 약 2조 원으로, 상위 6개 대형 로펌이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지난해 매출은 약 4600억 원으로 국내 법률시장 매출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해 2위권 로펌들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태평양이 1300억 원, 율촌과 광장이 1000억 원 안팎, 화우와 세종 등은 950억 원 정도의 연간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금융 자문 분야에 강한 화우 세종이 2위권에서 다소 밀렸다.

하지만 이들 6대 로펌의 국내 변호사 수(외국 변호사 제외)는 지난달 말 현재 1241명으로 국내 개업 변호사(9066명)의 13.7% 정도다. 전체 변호사의 8분의 1 정도가 국내 시장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김앤장의 경우 사건 수임 건수는 2위권 로펌들과 비슷하지만 매출은 3, 4배 많다. 다른 로펌보다 수임료가 평균 2∼3배 높음에도 ‘1등은 뭔가 다를 것’이라는 ‘1등 쏠림’ 현상으로 대형 사건이 몰리기 때문이다.

국내 로펌의 수익배분은 구성원(partner)과 고용(associate) 변호사에 따라 차이가 난다. 로펌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구성원 변호사는 연봉 외에 순수익금 중 일부를 자신의 지분에 따라 배당 받는다. 고용 변호사는 연봉과 함께 수임액수가 많으면 특별 상여금을 받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국내 로펌이 세계적인 로펌들과 경쟁하기에는 규모나 경쟁력 면에서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변호사가 4000여 명이나 되는 세계 1위 로펌인 영국계 ‘클리퍼드 챈스(Clifford Chance)’는 전 세계 지점을 통해 2006년 18억7500만 달러(약 2조4375억 원)를 벌어들였다. 한국 법률시장 전체 매출보다 많다.

로펌의 투명화도 문제다. 2007년 3월 변호사법이 일부 개정돼 변호사들은 매년 1월 말까지 전년도에 처리한 사건 건수 및 수임액수를 소속 지방변호사회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로펌들이 소송 위주로만 사건을 신고하고 수임액수가 큰 기업 자문 사건은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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