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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들의 수다] 장기하 “인디계 서태지? 매장당할까 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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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들의 수다] 장기하 “인디계 서태지? 매장당할까 겁나네요”

입력 2009-03-19 07:30수정 2009-09-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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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 장기하가 눈물을 흘렸다. 12일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열린 제6회 한국대중음악시상식에서 그는 2008년 발표한 싱글 ‘싸구려 커피’로 올 해의 노래상을 받고 “별 볼일 없는 노래에…”라는 소감을 말하다 눈물을 흘렸다. 데뷔 때부터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 잡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이 처음으로 깨지는 순간이었다.

사소한 일상을 읊조리는 가사와 독특한 멜로디로 완성한 노래 ‘싸구려 커피’를 통해 ‘인디계의 서태지’ ‘장교주’ 등으로 불리며 열풍을 일으킨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이번 ‘여기자들의 수다’ 주인공은 최근 발표한 정규 1집으로 2만 장에 가까운 놀라온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장기하다.

서울 홍익대학교 근처에 위치한 소속사에서 만난 장기하는 2시간 동안 진솔하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때론 진지하고 한편으론 호쾌한 유머감각을 발휘한 그는 “좋은 음악을 하고 싶어서 했고 예상 외로 사랑을 받고 있다”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이해리 기자(이하 이 기자) : 인디 밴드를 결성하고 1년도 안 돼 팬 미팅을 열었다. 뜨거운 인기를 실감하나.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졌다. 당연하다. 예전에는 아무도 몰라봤으니까. 집과 연습실을 오갈 때면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며칠 전 만난 한 여성 팬은 ‘지하철도 타세요?’라고 묻더라. 아니 그럼 뭘 타고 다녀야 하는지...(웃음).”

홍재현 기자(이하 홍 기자) : 장기하에 대한 팬들의 열망이 너무 빨리 시작된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다.

“하던 대로 하면 된다. 우리를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서 지금까지와 다른 방법을 택할 필요는 없다. 간혹 오해를 사는 일이 있어 조심하자 다짐은 한다. 가령 밴드 결성 초기 장기하와 얼굴들의 뜻을 묻는 질문에 ‘얼굴이 잘 생겨서’라는 농담으로 답했는데 네이버 지식in에서까지 이를 두고 논쟁이 붙었다. 오해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생기니까, 이젠 농담의 횟수를 좀 줄이려고 한다.”

이 기자 : 한국대중음악상 네티즌 투표에서 인기 아이들(idol) 그룹 빅뱅을 이겼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파란이다’는 평가까지 들린다.

“우리는 물론 투표하는 팬들이 더 놀랐다고 하더라. 내가 생각해도 참, 특이하다.”

홍 기자 : 정규 1집 ‘별 일 없이 산다’를 발표한 소감은 어떤가. 팬들의 의견도 다양하다.

“음…. 아주 흐뭇하다. 드디어 나왔구나. 정규 1집은 싱글에 비해 록에 가깝다. ‘싸구려 커피’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명함과 같았던 음반인데 통기타 하나로 해결되는 3곡을 수록했다. 반면 1집에는 당초 추구하려던 록에 충실한 음악을 담았다. 음악을 말로 설명하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좋다, 좋은 음악이라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

이 기자 :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이 지닌 강점은 뭔가.

“짜임새? 5분을 넘지 않는 한 곡 안에서 잘 맞춘 짜임새를 추구한다. 늘 듣던 음악을 그대로 반복하는 일 만큼 진부한 건 없다. 전형적이지 않으면서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음악이 좋다. 비틀즈나 산울림 같은 재미있는 음악을 원한다.”

이 기자 : 만나기 전까지 내성적인 성격일 거라 예상했다. 무심한 표정도 한 몫을 했다.

“아, 표정 때문에(웃음). 사실 활달한 편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예회에 단골 출연자였다. 나서는 걸 좋아해 5학년 때 장기자랑 소재는 ‘봉숭아학당’의 오서방 역할, 6학년 때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춤을 따라하는 것에 열심이었다.”

홍 기자 : 그렇다면 ‘인디계의 서태지’라는 수식어는 사실 6학년 때부터 시작된 셈인데.

“그 말은 참…. 밴드를 결성하고 얼마안 돼 한 기자가 공연을 보고 기사에 ‘인디계의 서태지’라는 표현을 쓰면서 시작됐다. 그 뒤부터는 기사는 물론 여기저기서 쓴다. 솔직히 처음 이 말을 듣고 ‘매장당하겠다’고 겁이 덜컥 났다.”

이 기자 : 자신감이 대단하다. 혹시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할 의향도 있나.

“무대 체질인 것 같다. 무대 위에서 한 두 곡 부르고 나면 편안해진다. TV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기회가 점차 늘고 있는데 아직 예능 프로그램 출연 제의가 오진 않았다. 떡 줄 사람 생각도 안하는데 김칫국 먹는 일지만 기회를 받아들이는건 나쁘지 않다.”

홍 기자 : 소문에는 ‘엄친아’라고도 들리는데 서울대 출신(사회학과)이라는 주위의 시선 탓에 음악을 하는데 흔들릴 때는 없었나.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음악은 내 길로 정했다. 하지만 이쪽(인디밴드)이 이른바 경제적 비전이 있는 건 아니니까 돈도 벌어야 했다. 그런데도 하고 싶은 일은 음악 말고 없었다. 음악을 택한 대신 아르바이트를 했다. 지난 해까지 방송사 보도국에서 잡무를 처리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이 기자 : 인디밴드로 활동하면서도 돈은 벌고 있나.

“아르바이트 때만큼은 번다. 신문이나 방송에 많이 나오면 돈도 많이 벌 거라 생각하지만 알다시피 음악 시장의 사정은 좋지 않다. 사실 인디밴드로서 돈을 벌고 있는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홍 기자 : 바빠진 생활로 여자친구의 불만이 클 것도 같은데.

“음반을 발표하기 전에는 내가 많이 기다려줬으니까 이제는 여자친구가 배려해 줄 때가 아닐까.”

홍 기자 : 부모님의 반응은 어떤가.

“어머니는 전속 모니터요원이다. 인터넷으로 기사와 댓글, 팬카페 의견을 모조리 검색한 뒤 식사 때 브리핑을 해준다. 며칠 전에는 술 마신 다음날 부르는 노래는 목소리가 좋지 않다는 따끔한 지적도 받았다. 그러면서 서태지 콘서트에 게스트로 나설 때는 술을 자제하라고 조언하셨다(웃음).”

이 기자 : 대중문화계가 불황에 허덕이는데 어려운 때 오히려 빛을 발하는 비결은 뭔가.

“불황에는 인디음악이 유리하다. 일단 공연 입장권 가격이 싸다. 음악이 마음에 든다면 작은 라이브 클럽에서 서로의 침을 맞아가며 교감하는 재미도 있다. 불황이지만 스트레스는 풀어야 한다.”

홍 기자 : 지금은 뜨겁지만 인기도 언젠가 사라질 수 있다.

“그 때가 되면 다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을까. 인기라는 건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니까. 욕심 내봤자 좋은 음악이 나올 것 같지 않다. 인디 음악이 주목받는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사실 재미있는 동네(홍대 앞 클럽가)에 있다가 우연히 운이 맞아 떨어졌을 뿐이다. 인디 음악은 원래 좋았고 원래 재미있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동아닷컴 박영욱 기자


▲동아닷컴 박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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