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바마 행정부의 한미 FTA 인식 유감이다

  • 입력 2009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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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커크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내정자가 어제 상원 재무위 인준청문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공정하지 않다”며 “현재 상태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비슷한 발언이 있었지만 통상정책 책임자가 될 인물의 발언이어서 더 주목된다.

미국 관계자들의 한국 압박 발언에는 자동차와 쇠고기 수입을 늘리라는 뜻이 담겨 있지만 미 자동차 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사항은 FTA 협정문에 대부분 반영됐다. 이미 개방된 한국시장에서 많이 팔지 못하는 건 미국 자동차의 경쟁력이 낮은 탓이다. 쇠고기시장도 이명박 정부가 최대의 시련을 겪으면서까지 열어놓았다. 일부 미 정치인은 “한국이 모든 연령의 쇠고기를 수입해야 한다”고 압박했지만 ‘20개월령 미만’만 수입하는 일본에 비해 우리는 ‘30개월령 미만’으로 수입 범위가 더 넓다. 실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에 대해 문을 열어준다 해도 한국 사회만 시끄럽게 할 뿐, 수입량은 미미할 것이다.

한미 FTA는 두 나라가 함께 ‘윈윈’하는 구조다. 자동차를 제외한 미국 제조업계나 상업금융 투자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미 FTA를 합의대로 비준하라”고 계속 건의하고 있다. 그런데도 특정 산업을 감싸느라 정부 간 합의를 뒤집으려는 것은 국제관례에도 어긋난다. 한국을 압박하는 미 당국자들의 태도는 우리 사회 일각의 반미감정을 확산시킬 우려도 있다. 미래지향적 동맹관계의 발전을 염두에 두더라도 미국은 대승적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미국의 진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종합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커크 내정자가 ‘재협상’ ‘개정’ ‘원안 수정’ 등의 표현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미국 국내용 정치적 발언이라고만 볼 수도 없다. 국회는 여야 합의대로 4월 이전에 상임위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고, 정부와 여야는 FTA 관련 18개 후속 법안에 대해서도 정교한 입법 준비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미 정부 관계자의 발언 한마디에 “한나라당은 비준동의안 강행처리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2007년 한미 FTA 합의 당시의 여당으로서 무책임한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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