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미동맹 파기해야 핵포기”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코멘트
핵물질-핵무기 ‘분리 폐기’ 주장

지난달 방북 보즈워스 특별대표에 밝혀

전문가 “핵포기 않겠다는 의지 시사한것”

북한이 지난달 3∼7일 민간인 신분으로 방북했던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 일행에게 핵무기를 포기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한미동맹을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5일 알려졌다.

보즈워스 특별대표와 함께 방북했던 모턴 아브라모위츠 전 국무부 차관보는 미국 싱크탱크 닉슨센터가 발행하는 저널인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비롯한 고위 관리들을 만난 결과를 이같이 전했다.

그는 “김 부상 등 북측 관리들이 핵무기 포기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거 △한미동맹의 파기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사례는 많지만 6자회담과 연계된 핵무기 포기 조건으로 한미동맹 파기를 주장한 것은 이례적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19일 서울에서 북한의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의도를 일축했던 것도 이 같은 북한의 한미동맹 파기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분명한 메시지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은 또 핵 폐기 과정을 기존 3단계가 아닌 4단계로 세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그동안 6자회담을 통해 사실상 합의된 ‘핵시설 폐쇄→불능화→폐기’라는 3단계 외에 ‘핵무기 제거’라는 별도의 4단계를 제시하며 사실상 핵무기는 포기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아브라모위츠 전 차관보는 “북측은 ‘무기들(weapons)을 제거하는 것이 마지막 단계’라며 비핵화를 단계별로 진행하기를 희망했다”며 “북측은 이에 앞선 3단계에선 경수로를 제공받은 뒤에야 플루토늄 시설 등을 폐기하겠다는 의사도 나타냈다”고 전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핵무기 포기 전제조건을 내세운 것은 핵 포기 의사가 없다는 뜻”이라며 “6자회담이 열리는 것도 어렵지만 막상 열려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고 말했다.

본보는 그동안 미국의 북한특사 등으로 써 온 보즈워스의 직함을 영문 표기(Special Representative for North Korea Policy)에 맞춰 ‘대북정책특별대표’로 표기합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