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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 인건비, 내국인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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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 인건비, 내국인 앞질렀다

입력 2008-05-20 02:57수정 2009-09-25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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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높아지면서 숙식을 제공해야 하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드는 인건비가 내국인 근로자에게 드는 인건비를 추월한 중소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수도권의 한 제조업체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제조업체 3곳 月 명세서 분석

군산 Y사 200만원〉169만원 원주 D사 175만원〉143만원 대구 Y사 197만원〉182만원

근로기준법 내외국인 동일 적용… 최저 임금 크게 올라

외국인 기본급 적어도 기숙사 - 식사제공 비용 수십만원

中企 “기본급에 숙식비 포함을”… 정부 “국제기준 지켜야”

전북 군산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Y사. 전체 근로자는 35명, 이 중 외국인이 10명이다.

얼마 전부터 이 회사에 고민이 생겼다. 싸서 고용하기 시작한 외국인 근로자의 인건비가 한국인 직원에게 드는 인건비를 앞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 회사가 19일 중소기업중앙회에 제출한 인건비 명세를 보면 외국인 근로자 한 명에게 이 회사가 지출한 인건비는 월 200만2020원. 현재 이 회사가 한국인 근로자 한 명에게 쓰는 인건비는 월 169만 원이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드는 돈이 월 30만 원 더 많은 셈. 이 회사 관계자는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비싸졌지만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계속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인건비 더 드는 외국인 근로자

Y사가 외국인 근로자에게 주는 기본급은 85만2020원으로 아직까지 내국인 근로자의 기본급 95만 원보다 10만 원쯤 적다.

85만2020원은 시간당 최저 임금 3770원을 주 44시간 근무로 환산한 금액이기도 하다. 사회 보험료와 퇴직금도 1만∼2만 원 내국인 근로자에게 더 많이 준다.

그런데도 외국인 근로자에게 들어가는 돈이 내국인을 앞지른 이유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기숙사 비용(30만 원), 전기·수도요금 등 관리비(10만 원), 식사비(25만 원) 때문이다.

한국인 근로자에게는 숙박비가 들지 않고, 잔업이 없는 날 점심 식사만을 제공한다. 하지만 외국인에게는 휴일 끼니까지 매일 세 끼를 회사가 챙겨주고 있다.

강원 원주의 제조업체 D사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월 기본급과 고정수당은 한국인 직원이 4만∼5만 원 더 많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의 식비 숙박비 관리비를 고려하면 내국인 근로자의 월 인건비 143만여 원보다 30만 원 정도 높은 175만여 원이 외국인 근로자 한 명에게 들어간다.

대구의 금속제품 제조업체 Y사는 사회 보험료를 한국인 직원에게 월 6378원 남짓 더 주는 것 말고는 내외국인의 급여가 똑같다. 그러나 외국인 직원에게는 숙박비가 월 15만800원 들기 때문에 전체 인건비는 외국인이 197만3114원, 내국인은 182만8692원이 된다. 이 회사는 세면시설이 있고 방이 분리된 컨테이너 두 동을 회사 안에 두고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머물게 하고 있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성이 내국인의 70∼8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인건비는 금액으로 표시된 것보다 훨씬 비싼 셈이다.

중소기업들의 내외국인 근로자 인건비 명세를 조사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팀 이민경 대리는 이런 ‘인건비 역전’이 이미 지방 업체에서는 보편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현상의 직접적인 원인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기본적으로 줘야 하는 최저임금이 꾸준히 올라 내국인 근로자들과의 임금 차가 없어진 데 있다.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제는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내국인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2000년 1865원에서 2007년 3770원으로 7년 사이 갑절 넘게 올랐다.

○ “최저임금에 숙식비 포함시켜 달라”

중소기업들과 중기중앙회는 노동부 등을 상대로 최저임금에 기업이 현물로 제공하는 숙식비용을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한승수 국무총리가 중소기업인들을 만났을 때도 이런 건의가 나왔다.

한국인이 중소기업에 오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고, 외국인 근로자의 인건비라도 좀 낮춰보겠다는 고육책이다.

중기중앙회 측은 “지난달 유럽사법재판소에서도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각 회원국이 국내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는 판결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동부 외국인력정책과 김연식 서기관은 “최저임금에 숙식비를 산입하면 그런 조건에서 일하는 내국인 근로자의 근로조건에도 엄청난 하락이 올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정부는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기 어렵고 국제노동기구(ILO)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의견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이규용 연구위원은 “한국의 최저임금이 대만보다 높은 수준이며, 연령별·국적별로 최저임금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다”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기업이 숙식비용 일부를 외국인 근로자에게 받도록 하는 타협안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정기선 기자 ksch@donga.com

“외국인 아니면일할사람 없다”

숙식제공 안하면 다 떠나

■ 인력난 中企 고민

외국인 노동자에게 숙식을 제공하지 않거나 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중소기업들에는 불가능에 가깝다. “인간관계에 얽매이는 한국인 근로자와 달리 외국인 근로자들은 다른 업체보다 조금만 고용조건이 나빠지면 금방 자리를 옮긴다”고 중소기업들은 전했다.

중기중앙회가 3월 전국의 중소기업 93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숙식을 제공하지 않는 업체는 단 한 곳에 불과했다. 45.1%의 기업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휴일을 포함해 매일 세 끼 식사를 제공한다고 답변했으며, 87.0%가 식사비를 전혀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숙박비는 월 20만∼30만 원, 식사비는 주 평균 4만5579원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중소기업들이 ‘비싼 외국인’을 쓸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인 신입사원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군산 Y사의 P 대리는 “작년에 한국인 신입사원 4명을 뽑았는데 1년을 못 넘기고 다 나갔다”며 “지금도 사람이 모자라서 채용공고를 내놨지만 오겠다는 사람이 없다. 솔직히 중소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정기선 기자 ks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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